M님이 빌려준 다크헌터 시리즈. 사실 이 책 때문에 지난 주에 거의 날밤을 샜다. 그리고 그 피해를 메우느라 이번 주가 쬐끔 바빴고.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몽땅 묶어서 정리를 한 번 하려고 오늘 앉았음.
하나씩 따로 얘기를 하기엔 이 시리즈는 연결성이 심하게 강하다. 좋게 얘기하면 한번 잡으면 다음 시리즈를 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게 만드는 몰입력. 단점이라면 1,2편가지는 중간에 끼어드는게 가능하지만 3편 부터는 전편을 읽지 않고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구성이다.
보통 시리즈가 길어지면 중간에서 지루해지고 앞선 시리즈 주인공들의 지나친 개입과 등장으로 지루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주드 데브루. 제발 시리즈 좀 그만 내면 좋겠다. -_-;;;- 이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 흥미진진.
옵니버스 형식의 일본 만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체에 깔아놓은 대형 복선을 찔끔찔끔 매 시리즈에서 흘려놓는 형식으로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이런 시도는 시장이 작은 한국에선 모험이겠지만 로맨스 시장이 넓은 미국에서는 아주 잘 먹힐 장사라고 하겠다.
그리스 신화를 배경에 깔고, 그 신들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신들이 아직도 인간사에 개입하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더불어 제우스가 창조한 인간들 사이에 함께 살고 있는 저주받은 아폴론의 후손들과 인간의 생명을 빨아먹으며 삶을 유지하는 데이몬이라는 변종들. 동물과 인간의 특성을 함께 지닌 독특한 존재들. 그리고 이 데이몬들을 응징하기 위해 아르테미스 여신이 창조한 다크헌터라는 존재가 있다.
이 기본 구성 위에서 시리즈가 펼쳐지는데 1편은 판타지 러버.
판타지 러버는 위의 구성과 조금 다른 얘기. 계속되는 시리즈에서 연결이 되긴 하지만 이 주인공들은 다크헌터와 별개의 존재이다. 남주는 아프로디테와 인간 남자 사이에 태어난 아들. 저주를 받아 책에 갇혀 버린 수천년간 살아온 존재로 여주 덕분에 저주에서 풀려나는 당연한 스토리 전개. 박진감이나 몰입력은 시리즈 초반이라 그런지 약하다. 그리고 저주에서 풀려나는 마지막 과정에서 주인공들의 의지보다는 아프로디테의 개임이 너무나 많았던 것도 흠.
2편은 어둠의 유혹.
여기부터가 사실상 진짜 다크 헌터 시리즈라고 할 수 있음. 1편에서 주인공 줄리앙이 나이트 클럽에서 수천년 전에 죽었어야할 전우 키리안을 봤을 때 다음 편 주인공은 이 사람이려니 짐작했고, 역시나 그랬다. ^^
처절한 원한을 갖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전사에게 나타나 복수의 기회를 주는 대신 영원히 데이먼을 죽이는 일에 종사하는 존재들 다크 헌터. 키리안도 아내의 배신으로 로마군에 잡혀 죽음을 당하면서 다크헌터의 삶을 선택한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영혼을 되찾고 인간이 되길 갈망하고... 역시나 고난을 겪은 끝에 성공하는 공식~
이런 식으로 매번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을 하는데 3편부터는 독립적으로 읽는 건 조금 불가능이다. 왜냐면 앞서의 주인공들이 단역이나 엑스트라로 등장하고 무엇보다 다크헌터 시리즈 전체를 이어가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다크헌터의 대장 아셰론의 비밀이 살짝살짝 밝혀지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자렉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기름이 없이 튀김이 가능할 정도로 느끼함과 김치가 필요한 극강의 달달함을 갖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다.
아마도 이 시리즈의 마지막은 아셰론이 되지 싶은데 과연 여자 주인공이 누구일지. 그게 엄청나게 궁금하다.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 이렇게 밤잠을 설치면서 다음 편을 찾게 만드는 책을 만난 건 정말 오랫만. 그리고 지저분하지 않으면서 끈적한 짜릿함을 느끼게 하는 묘사력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평범한 세상에 튀지 않고 납득이 가는 다른 세계관을 끼워넣은 탄탄함도 감탄. 이건 정말로 부럽다.
번역을 좀 왕창왕창 빨리 해주면 좋을 텐데... 오늘 도착한 아만다 퀵의 신작 세 권을 다 읽으면 이 다크헌터 시리즈 원서를 주문할까 심각하게 고민중. 다크헌터 시리즈 덕분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외국설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붙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