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와인 벼룩시장에서 사온 와인 중 한 병. 얘는 3종류 3병에 2만원으로 묶음이다. 한 병씩 사면 만원인데 3병에 2만원이라니 당근. ^^;
표기된 발음대로라면 대킨이 아닐까 한데... 병 뒤에 붙은 라벨에 디킨 메를로라니 그냥 디킨으로 읽겠음.
보관 소홀이나 아주 심각하게 작황이 안 좋은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 호주산 쉬라즈와 메를로 품종의 질은 좋은 편이다. 이런 안정적인 배경이 있기에 별 망설임 없이 이 와인을 선택했다.
라벨에는 체리와 초콜릿 아로마가 나고 잔향으로 오크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고기와 야채, 파스타, 치즈에 어울리는 부드럽고 다채로운 향을 내는 와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개봉을 했을 때 과일향이 살짝 감도는 게 느낌은 좋았다. 잔에 부었을 때 색깔은 진한 오팔색. 메를로 포도치고는 좀 진하고 탁한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색감에서 굉장히 묵직하겠다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의외로 부드러운 목넘김. 탄닌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움. 하지만 두툼하지고 경쾌하지도 않다. 흠잡을 데는 없지만 매력은 없는 연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보관 잘못인지 아니면 와인 자체가 힘이 좀 모자란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2007년 6월에 개봉한 내 관점에서 부드러울지는 몰라도 복합적인 향이 나는 풍부한 와인이라고 얘기하진 못할 것 같다. 와인이 익어가면서 좋은 맛을 내는 사이클이 있는데 그 정점을 살짝 넘어간 맛과 향. 한 1-2년 전에 마셨다면 굉장히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힘이 많이 빠져있다.
신대륙 와인치고는 특이하게 찌꺼기가 많아서 마지막 잔을 드신 부친은 살짝 불평. ^^;;;;
같은 회사에서 나온, 같은 빈티지인 쉬라즈와 샤도네이가 있는데 빨리 마셔줘야 할듯. 아직은 미모가 남아있어 봐줄만 하지만 몇달 더 지나면 기력이 완전히 쇠해서 식사와 곁들이기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