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여점을 통한 검증없이 구입한 로설.
소개글이 워낙에 매혹적이었고 일단은 아무리 망해도 중간 이상의 재미는 보장해주는 작가라는 걸 믿고 질렀는데 내 돈 내놔라~라고 울부짖을 정도는 아니지만 미리 읽어봤다면 아마도 살까 말까를 놓고 고민했을 것 같다. ^^
그래도 당장 처분해버리고 싶은 책은 아니니 요즘 같은 가뭄 속에선 일단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간단히 감상.
참 많은 걸 열심히 조사하고 그걸 잘 녹여냈다. 다큐를 한편 하면 최소한 그 주제에 있어선 신문기사나 어설픈 조사에서 드러나는 오류 정도는 찾아낼 수 있는 정도의 사이비가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룬 고미술 관련 분야는 내가 사이비 흉내를 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인데 참고한 서적의 시각차에서 오는 문제를 제외하고는 큰 오류를 찾아내기 힘들었다. 이건 책을 쓰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정도의 준비겠지만 불행히도 이 바닥에서는 그 기본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게 상당한 미덕이 된다. -_-;;;
과거에서 현재로 떨어진 여주인공. 고미술품의 큰손인 가상의 능허당. 씨내리로 대를 이어진 남주. 기본적인 드라마의 설정은 흥미로웠고 진행도 상당히 매끄럽고 박력있게 나갔다. 문제는 예전에 이선미 작가가 비늘에서 그랬던 것처럼 최은경 작가도 껄끄러운 설정과 정면대결했을 때 받아야 할 그 비판의 돌무더기를 피하기 위해 엄청나게 안배하고 노력을 했다는 것. 그것때문에 꽉 짜인 설정의 틀이 헐거워지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던 이야기들이 붕 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꼬이기 시작하니 결말까지도 밀도가 약화.
모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박진감 만점의 스토리를 만나나 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음. 내가 마이너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독자를 의식하거나 많은 변명을 준비하지말고 밀어붙여야할 때는 이야기가 가야할 방향성에 충실해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솔솔.
쓰다보니 또 씹기만 하는 분위기인데... 최근에 내가 중간에 던져놓지 않고 -생업과 같은 불가피한 방해를 제외하고- 한자리에서 끝까지 읽은 책은 이게 유일하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재미는 있었음.
책/픽션
향몽
최은경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