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한희 | 살림 | 2007.7.?
핸드백에 넣고 돌아다니면서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요즘 세대들에겐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 일본식 적산가옥인 친가와 한옥인 이모네에서 이 책에서 묘사되는 아주 전근대적인 부엌부터 현대적인 부엌까지 다 구경을 해본 입장에선 이 변화의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내가 그 안에서 노동을 하는 당사자가 아니었기에 어렴풋한 기억만 남은 그 공간에 대한 추억과 고찰이 동시에 되는 경험이랄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찍 아파트 생활을 시작한 축에 속하는 내 부모님 덕분에 문화주택의 부엌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2단 서랍장 정도의 냉장고에서 작은 냉동실이 달린 냉장고 (냉동기능 형편없었음. -_-)가 우리집에 들어왔던 기억. 냉동실과 냉장실이 분리된 문이 두개인 냉장고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 등등이 새록새록 돌아온다.
그리고 엄마가 무지하게 동경했던 그 코끼리 밥솥도. ㅎㅎ 스테인레스 그릇계는 생소하지만 밥솥계는 엄마가 들까말까했던 기억이 남. (들었는지 안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부엌의 위치와 역할과 함께 변화되는 -엄청 지지부진인- 여성의 역할 변화에 대한 고찰도 돋보이긴 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시대별 부엌과 연관된 문화 얘기가 흥미로웠다. 재미와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재미있는 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