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된 책 중에서 비교적 얇았다는 게 빨리 선택한 이유. ^^; 거기에 비해 괴벨스는 베개로 써도 충분한 두께다. ㅠ.ㅠ
이 책의 저자가 밝혔듯, 베를린에 진주한 소련군의 조직적인 증거와 증인 말살 -이유는 모르겠음. 히틀러보단 좀 덜했지만 역시나 피해망상증인 스탈린의 병적인 비밀주의 때문이 아닐까 혼자 추측중- 때문에 상당히 오랫동안 히틀러의 최후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었다.
나만 해도 꽤 최근까지 소련군에 의해 날조된 히틀러 시신의 사진을 진짜라고 믿고 있었고, 그 다음엔 히틀러의 시체는 추종자들의 집결지나 성역이 될 걸 걱정한 소련군에 의해 소련 영토로 옮겨져 모처에서 화장되었다는 정보를 사실로 알고 있었다.
수많은 증인들의 복합적인 증언을 통해 상당한 자신감과 신빙성을 얻긴 하지만 이 책에서 밝히는 히틀러의 마지막 순간도 100% 진실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히틀러에 관한 책 중에선 가장 진실에 가까운 편이라고 인정해줘야할 것 같다.
날짜별로 히틀러를 둘러싼 인간군상들의 절망과 배신, 광기어린 충성심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구성은 인문 서적이 갖기 힘든 드라마틱함이 가득하다. 번역을 통해 상당히 그 에너지가 빠졌으리라는 걸 예상한다면... 원서 읽기에 대한 욕구를 오랜만에 부추기는 책.
[#M_ more.. | less.. |그러나 내 독어 독해력은.... ㅜ.-)
사실과 더해서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이 책의 저자가 갖고 있는 히틀러론이다. 그는 히틀러의 갖고 있는 욕구의 본질을 권력욕이나 정복욕이 아니라 본능적이고 완전한 파괴 욕구로 규정한다. 원하는 양보를 평화를 통해 얻어낼 때마다 오히려 분노했고, 항복한 적들에게 -예를 들어 바르샤바- 무의미한 파괴를 명령하고, 승리에 공허감을 느끼는 인간. 패배가 예견되기 시작하자 완벽한 폐허를 적들에게 남겨야 한다고 독일의 파괴를 명령한 독재자.
본능적으로 상대의 고통과 파괴를 즐기는 유형이 있다고 듣긴 했는데... 그 인간에게 권력이 쥐어졌을 때 결과는 끔찍하다. 차라리 권력이나 지배욕구라면 피차 감당이 가능한데 파괴 욕구일 경우엔 적과 아군 상관없이 파멸을 부르는 거니까... 세상에 다시 나오기 힘든 독특한 캐릭터라는 건 누구도 부정 못할 듯.
그런데... 지금 내 머릿속엔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할렐루야 아저씨가 하나 또 떠오른다. -_-;;; 몇년 남았지???
계속 언급되는 소금산, 니벨룽겐, 얼음산, 바그너. 책을 읽으면서 받은 히틀러에 대한 내 인상은 한마디로... 니벨룽겐의 반지와 게르만 신화에 너무나 몰입한 정신병자. 그는 자신이 지그프리드인줄 알았나 보다.
이 아저씨 덕분에 애매한 바그너가 아직도 여기저기서 욕 먹고 있다. 하긴... 어찌보면 유대인들이 바그너 질색하는 이유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솔직히 바그너 아저씨 자체도 반 유대주의자였으니까. 그러나 그 몇년을 갖고 온 세상이 영원히 그 빚을 갚어줘야할듯 설치는 그 유대 마피아들은 싫다. -_-
끝까지 함께 했던 추종자인 마그다 괴벨스를 보면서 느낀점. 크롬웰의 말은 진리다. 왕보다 왕당파가 더 무섭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