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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로설이다.
한동안 국내 로설에 버닝했는데 최근 좀 시들해져 있었다. 대충 페이지 중간중간만 훑고 반납하기 반복이고 외국설이 다시 땡기는 참이라 그쪽으로 복귀할까 하는 참에 만난 단비.
최은경 작가는 독자들에게 호불호가 상당히 엇갈리는 작가 중 하나다. 소위 수준 높은 매니아층에겐 엄청 두드려 맞고, 대여점 독자와 나처럼 재미있으면 다 용서한다는 독자들에겐 나름 열렬한(?) 사랑을 받는 작가.
인과 관계나 현실성, 완성도 등등을 제쳐놓고 재미라는 측면만 놓고 볼 때 내 입장에선 국내 최고 중 하나다.
이 작가의 초기작 중에 연재중에 엄청난 화제를 끌고 출간 후 고증으로 엄청나게 두드려맞은 책이 있다. 고증과 맞춤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보면 나름대로 톡톡 튀는 재미가 있어서 난 즐겁게 봤는데 따지는 사람들에겐 아니었던 모양. 그 이후에 고증과 자료 조사에 이를 갈았던지 조선을 주축으로한 가상국을 그린 다음 책 (역시 재미있게 봤음~)에선 참고할 내용도 없었던 책까지도 참고도서 목록에 좌악~ 올려놓아 내심 재밌었던 기억도 나는데... ^^;;;
각설하고. 안티들의 혹독한 비판에 주저앉지 않고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이 신작을 읽을 때마다 보인다.
그녀의 현대물. 몇개 읽지 않았지만 인과관계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상쇄시키는 재미가 있었다. 그 극단적인 설정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픽션에선 극단이 더 재밌는 걸 어쩌라고. 사소한 것에서 재미를 찾아내는 재주는 진작에 인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파란만장 미스 왕에선 그녀의 장기가 절정에 달한 느낌.
검사와 범죄자인 여성. 신파로 흐르기 딱 좋은 설정을 코메디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소위 카드깡 업자인 여주의 업계에 대한 묘사는 그걸 배경으로 프로그램을 하나 쓰고 싶다는 충동이 들게 할 정도로 생생하다. 덕분에 카드깡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나 할까. ^^;
그리고 주인공들이 드물게 매력적이고 톡톡 살아 숨쉰다. 남주는 공공의 적2에서 설경구가 연기했던 그 검사에 대한 오마쥬랄까 그의 모습이 확실하게 비친다. 그러나 로설 주인공으로 변신한 그의 모습은 멋졌음~ 검사들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나마저도 오빠~ 너무 귀여워요~가 절로 나온다. ㅎㅎ 여주의 엽기발랄함과 코믹과 무게가 적절히 어우러진 주변 인물들의 모습도 만족이었고~
배경만 잘 타면 중간은 갈 수 있는 시대물에 비해 현대물은 잘 썼다 내지 정말 재밌다는 얘기를 하기가 좀 힘든데 이건 정말 재밌다~는 얘기를 해야겠다. 이건 조만간 구입하기로 결정. 기분 꿀꿀할 때 보면 딱일 것 같다.
딴지 여왕으로서 칭찬만 하고 지나가긴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교정내지 편집팀에게 또 구시렁.
ㅎ모 작가와 함께 최작가도 맞춤법에 문제가 좀 있다. 초기작부터 꾸준히 읽어온 독자 입장에서 그건 오타가 아니라 습관적으로 틀리는 글자들. 그래도 처음보다 엄청 나아졌고 새 작품을 낼 때마다 계속 잘 못 쓰는 단어가 줄어들긴 하지만 이번에도 잡히지 않은 몇개가 반복적으로 보인다. 이런 것에 민감한 편이 아닌 내 눈에도 띌 정도면 편집자들 눈에 보이지 않을 리가 없는데... 안 잡는 건가, 못 잡는 건가?
하긴... 내가 10번 넘게 체크하고 편집과 교정에서 5번 잡은 책에도 요즘 다시 보니 오타가 보이더라. -_-; 오타없는 책은 정녕 신의 영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