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셋째날.
날씨는 이날도 죽이게 좋았다. 아침 일찍 내셔널 갤러리에 가기로 결정. 2년 전 갈아타기 귀찮아서 가이드북에 나온 다른 역을 믿고 엄청 헤맸던 기억을 되새기면서 이번에는 셔링 크로스에 정확히 내렸다. 셔링 크로스에서 6번 출구로 나가야지 다른 곳으로 나가면 역시나 좀 헤맬 확률이 높다.
이런 출입구를 지나서 안으로~
이렇게 로비까지는 촬영이 된다.
근데 웃긴 것이 계단에 발만 디뎌도 카메라를 제지한다는 것.
도대체 무슨 차이일까???
미술관은 반나절에 다 보기에는 무리가 되는 크기다. 오후에 버클리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를 예약했기 때문에 여기서 하루를 다 보낼 수 없어 동생과 안내도를 놓고 고민하며 작전을 짜다가 북관은 포기. 르네상스 회화와 인상파만 보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것이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 라파엘과 보티첼리, 다빈치의 그림들. 그리고 인상파 쪽에서는 모네, 마네, 고흐, 르느와르를 실컷 보고 왔다는 것. 특히 고흐의 해바라기는 역시 인기가 높더라.
그리고 어디에 붙어 있었는지 잘 모르던 그 유명한 말 그림이며...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화 등등도. 예전에 내가 사서 선물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이라는 동화가 바로 내셔널 갤러리를 무대로 해서 창작된 얘기였던 모양이다. 거기서는 개가 그려진 그림들을 위주로 소개를 해줬는데 바로 그 유명한 그림들과 멍멍이들을 다 만날 수 있었다. ^^
그 동화와 연관된 그림들을 보면서 내내 부럽다는 생각을 했음. 동화에서 자연스럽게 명화를 알게 된 영국 애들은 바로 여기서 그 그림과 화가들을 보면서 또 성장을 하겠구나 하는...
본래 내 페이스대로였다면 전시관 두어개 보고 의자에 퍼질러 한참 쉬다가 또 두어개 구경이다. 그대로였다면 이날 동관과 서관을 다 보는 게 사실 불가능이었겠지만 스테미너 좋은 동생과 다닌 덕분(?)에 한 다섯개를 보는 쉬는 오버 페이스를 해서 양쪽을 다 섭렵했고 당연히 후유증으로 오후와 저녁 내내 피곤.
이렇게 아침부터 오후까지 내셔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렘브란트 등에게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면서 퇴장. 내셔널 갤러리 바로 앞이 나름 유명한 트라팔가 광장이다.
역시 한 유명하시는 빅 밴도 그냥 멀리서 사진만.
이제는 영국에 올 때 무지하게 기대하며 두근거렸던 애프터눈 티타임의 시간이다. 두번의 애프터눈 티를 예약했는데 오늘은 런던의 젊은 세대들에게 한참 뜨고 있다는 버클리 호텔의 티룸으로~
하이드파크 코너 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길에 찍은 사진들이다.
예쁜 초콜릿과 디저트 가게. ^^
다른 때라면 이성을 잃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음 여정이 벨기에인 관계로 비교적 평온한 마음으로~ 그리고 일요일이라 가게문을 열지도 않아서 사실 내가 미쳤더라도 구매는 불가능했다.
어쨌거나 전철역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서 쉽게 호텔을 찾긴 했는데 호텔 크기에 비해 간판이 너무 작아서 아차 하면 놓치기 쉽다.
티룸 입구다.
반대편이 더 팬시하고 근사해 보이는데 거기는 낮에는 아예 티룸으로 오픈을 안 하는 듯.
여기서 예약을 확인하고 자리를 안내해준다.
테이블에 이렇게 예약한 이름을 예쁜 네임 카드로 만들어 놓아준다.
근데 주방 입구 옆이라는 가장 개X 같은 자리를 잡아놨길래 컴플레인해서 다른 곳으로 바꿔 앉았음.
예약도 일렀고 자리도 많았구만 동양에서 예약했다고 무시를 한 건지. -_-+++
세팅된 모습이다.
도자기는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 봤던 그 폴 스미스. ㅠ.ㅠ
풀세트 가격은 몇백만원 단위라 내 돈 주고 살 일은 평생 없으니 이 기회를 마음껏 즐겨야지~
메뉴판이다.
의외로 홍차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았고 반대로 샴페인은 호텔 치고는 의외로 쌌다.
8파운드를 더 내면 애프터눈 티 세트에 샴페인 한잔이 추가가 된다.
나도 샴페인이 땡기긴 했지만 낮술을 마셨다가는 오후 스케줄이고 뭐고 완전히 뻗을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 동생과 ㅎ양은 샴페인을 추가했음.
이런 커~다~란 잔에 샴페인, 그것도 로랑 페리에를 꽉꽉 밟아서 주신다. ㅎㅎㅎㅎㅎ
사진 찍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이미 한 조각 먹었군. ^^;
내가 고른 홍차는 화이트 피오니.
이름대로 살짝 자스민향이 감돌면서 중국차의 느낌이 도는 홍차인데 샌드위치, 카나페 종류와 아주 잘 어울렸다.
샌드위치는 대체로 괜찮았지만 평범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의 수준.
찻잔 옆에 놓인 쿠키도 이번 시즌 유명한 디자이너의 원피스라고 하는데 맛은 솔직히 없었다.
버클리 호텔 애프터눈 티의 진수는 바로 카나페!!!
매니저쯤 되는 아저씨가 아닐까 싶은데?
트레이를 들고 와서 카나페와 디저트의 의미를 하나씩 설명.
여기 있는 음식들 모두가 이번 시즌 쁘레따 포르테와 연관이 된 것들이다.
아마도 매 시즌마다 음식의 디자인도 바뀌지 싶음.
아래줄 왼편에 있는 핑크색 원피스로 만든 쿠키는 정말 맛 없었음. -_-;
근데 중간의 저 파란 가방 케이크는 의외오 엄청 맛있었다.
처음엔 이렇게 나온 걸 보고 이걸 누구 코에 붙여? 라는 생각을 했지만 설명 마지막에 이 아저씨가 원하는 만큼 무한 리필이라는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멘트를 날리고 가주셨음. ㅎㅎ
시간이 넉넉히 있었다면 정말 엄청 더 먹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래 카나페는 3번, 2층은 2번 리필을 해먹었다.
음식이 떨어졌다 싶으면 알아서 잽싸게 새 걸로 갖두 주는 센스라니~ 마음에 들었음. ^^
다 먹고 나서 조금 남겼는데 싸줄까 하는 그런 착한(@0@) 질문까지!
당연히 싸달라고 했는데... 우리는 남은 걸 주는 줄 알았더니 한 사람당 한명씩 이렇게 예쁜 박스에 우리가 남긴 것 외의 디저트를 채워서 하나씩 안겨준다.
사실 배가 너무 불러서 전혀 땡기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감동이었다.
내용물에는 이제 흥미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이 박스는 한국에 갖고 오고 싶었다.
예쁜 화장실과 그 입구.
영국의 호텔 화장실에는 저렇게 수건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곳이 많았다.
유럽에서 가장 깨끗한 화장실을 갖고 있는 곳이 영국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물론이고 빈에서도 화장실 때문에 고문을 좀 당했던 고로... 다른 건 영국이 그립지 않았지만 유럽으로 넘어온 내내 영국의 화장실은 많이 그리웠음. 유럽과 비교해볼 때 서울은 화장실로 그다지 기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ㅎ양이 이 호텔에 유명한 미국 영화 배우가 들어오는 걸 본 것 같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마돈나나 브래드 피트를 봤다면 두고두고 얘기거리가 됐을 텐데. ^^;
차를 다 마시고 일어난 시간은 오후 3시 경이었을 거다. 한국이었다면 거기 온 다른 영국 아가씨들 팀처럼 오후 내내 죽치고 앉아서 먹고 마시고 또 먹고 마시고를 반복해겠지만... 관광객에게는 불가능한 사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왔다.
너무 길어서 오늘은 일단 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