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프 자캥 | 북폴리오 | 2007.11.?-4
우리나라에 발행된 라루스 일상사 시리즈 3권 중 하나로 원제는 La Vie Pionniers Au De La Conquete De L'Ouest.
이 시리즈 중 파라오 시대 이집트인들의 일상이 좀 많이 실망스러워서 구입을 안할까 했는데 언제던가 세일을 하는 바람에 약간은 충동구매를 했다. 결론을 얘기하라면 꽤 만족.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데 프랑스쪽의 저술이다 보니 꽤나 객관성을 갖고 있어 앵글로 색슨 미국인의 입장에서 서술된 서부사를 볼 때 늘 갖는 그런 찝찝함과 껄끄러운 감정이 적다. 반대로 초원의 집을 읽으면서 가졌던 서부생활에 대한 약간의 낭만과 개척시대의 따뜻함의 환상이 모조리 씻겨 내려가는 부작용이 있다.
청교도적인 도덕관과 검소함, 가족애로 똘똘 뭉친 행복한 가정이었던 로라네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일상이 사실 불결함과 빈곤의 거의 극에 달한, 더불어 인디언이라 불리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희생으로 이뤄진 거였다는 사실. 그리고 로라 잉걸스 집안의 행복이 소수였고 로라가 처음으로 교사생활을 하러 갔던 그 개척자 마을 가정의 불화가 다수였다는 건 좀 충격이다. 그렇게 보수적이고 가정 위주로 보이던 서부가 실상 이혼률이 엄청 높았다는 사실이 제일 적응이 되지 않았음.
잘나신 분들, 영웅, 승리자의 역사가 아니라 이름 한자 제대로 남기지 않은 소위 '기타 여러분'의 생활을 중심으로 한 일상사라서 그런지 드라마틱함은 적지만 아기자기한 내용과 풍부한 사진과 그림 등은 '일상사 시리즈'라는 이름을 붙일 자격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지게 된 또 하나의 부작용. 이제 러셀이나 레밍턴의 그림을 볼 때면 이전에 느끼던 그런 박진감보다는 저게 얼마나 뻥이냐를 먼저 떠올릴 것 같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