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世界のほんやくしゃたち 로 1995년에 나온 책이다.
지금 번역가 관련 다큐멘터리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 내가 읽지 않았을 책이다. 황석영 편 구성안 짤 때 너무 풀리지 않아서 좀 더 넓은 시야로 접근하면 어떨까 싶어서 구입한 일련의 번역 시리즈 중 한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쁘지 않다.
스스로 번역자인 쓰지 유미라는 저자가 자신이 만난 번역자들에게서 각자의 번역작업과 어려움, 번역자가 된 과정과 동기 등 상당히 개인적인 내용을 취재해 엮은 책으로 일단 읽기가 쉽다. 번역자 개개인이 길어야 10쪽 내외로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해 들려주는 형식때문이기도 하지만 막연히 알고있던 번역자의 작업과 나름대로 독특한 그들의 배경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지만 신변잡기적인 단순한 토로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국적과 언어를 갖고 있는 번역자들이 각자 속한 자신의 국가와 사회에서 문제와 장단점을 토로하고 있고 또 각자의 작업 -원저자가 살아있는 경우 그들과 얽혔던- 에 관한 내용과 번역 과정을 꽤 전문적으로 얘기해준다.
번역이라는 작업과 그 일에 종사하는 전세계 번역자들의 기본을 훑을 수 있는 책인 동시에 각기 다른 개개인임에도 갖고 있는 번역에 대한 인식이 일맥상통함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한국어도 겨우겨우 쓰는 나로선 상상할 수 없는 현란한 이중언어사용자인 그들이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서 하는 얘기가 진정한 이중언어사용자는 없다이다. 한쪽 능력이 더 높을 수밖에 없고 그건 단순히 언어에 관한 맥락이 아니라 문화와 사회전반에 대한 이해와도 연관된다는 요지의 얘기를 모두들 하고 있다.
이건 박완서 선생님을 인터뷰했을 때 그녀가 갖고있던 번역자의 능력이랄까 기본에 대한 요구사항과도 일치. 번역을 일종의 필요악으로 보던 그녀가 번역의 본질에 대해서 번역자들처럼 뚫어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역시 작가는 다르다는 찬탄을 하기도 했다.
내년쯤 절대 세계 속에 있지 않은 변방인 한국문학과 번역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하게 된다면 이 책이 큰 소용이 될 것 같다. 일단 올해는 나레이션에 단편적으로 활용이 되거나 슬쩍 묻어나는 정도가 되지 싶음.
1999년에 경쟁적으로 나왔던 1000년 어쩌고 하는 수많은 책 중에서 지난 2000년간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는 제목으로 세계의 석학들의 글을 모은 책이 있었다. 그때 꽤 많은 사람들이 활자술과 책을 들었는데 지금 나도 그 대답에 절대 공감하고 있음. ^^
책/인문(국외)
번역과 번역가들
쓰지 유미 | 열린책들 | 2007.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