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가벼워 이동이 많은 금요일 (벌써 어제다) 하루를 위해 선택한 책이다.
제목을 보면 뭔가 야리꾸리한 공포스러운 내용이나, 사탄이즘하면 떠오르는 잡다한 상상들이 되는데 이 책은 깔끔한 사탄이즘에 대한 정리. 한편의 공포 소설이나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고 잡은 사람에게는 실망스럽겠지만 사실 위주의 이론을 읽고 싶었던 내게는 아주 만족도가 높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이 개신교 쪽의 종교 시리즈란 것을 알고 '돈 버렸다!' 하고 울부짖을 뻔 했지만...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의 일부 극보수적이고 현미경 수준의 시야를 가진 종교학자들과는 좀 차원이 다른 객관성을 갖고 있다.
기독교를 위협하는(?) 이 일파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모든 편견과 악행을 과장하고 부추기고 싶은 충동에 충분히 사로잡힐만 하건만 아닌 것은 명확하게 아니라고 해주고 있다. 때문에 내가 수많은 서적들을 통해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던 내용에 대해 그가 부정을 할 때도 내 지식의 폭을 넓혀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얇지만 다이제스트로서 역할에 지극히 충실하다는 점도 칭찬해주고픈 요소.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감탄스러울 정도로 읽기가 쉽고 그럼에도 빠진 내용은 없다. 굳이 비유를 찾자면... 입시 족집게 과외 선생님의 요약 노트 같다고 해야할듯.
전체적인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에 막판에 약간의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분위기조차도 너그러이 용서가 된다.
책의 앞에 이 비교종교 시리즈의 저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가들이라고 하는데 이 사탄이즘 하나를 놓고 볼 때는 책을 팔아먹기 위한 자화자찬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서 또 다시 확인한 것... 어설프게 아는 인간들이 무식을 감추려고 어렵게 꼬아대지, 역시 많이 아는 사람은 정말 쉽게 쓴다.
나머지 비교종교 시리즈도 재밌어 보이는 게 많던데 갖고 다니기도 좋으니 줄줄이 사서 봐야겠다.
책/인문(국외)
사탄이즘
밥 그레첸 파산티노 | 은성 | 2007.6.2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