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 읽었다. ㅠ.ㅠ
만만하게 시작했다가 피 본 케이스. 나무의 신화와 함께 쉽게 덤볐다가 가장 고생한 책 리스트 수위에 올려놔야할 것 같다. 아니.... 어찌보면 일본에 대해 아는 것 없는 내 무식이 만만한 책을 엄청 버겁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인물에 관한 책들을 보면 대충 아는 사람들이 70-80%인데 이 책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으니 각주 다 찾아보고 앞으로 돌렸다 뒤로 갔다 하면서 연결 고리를 맞추느라 더 힘들었음.
일본사 전체를 훑는 서적을 보기 전에 사전 지식을 얻자는 의미에서 먼저 잡았는데 실수였던 것 같다. 일단 일본사를 한번 다 본 다음에 다시 돌아와서 보면 달리 보일 책으로 느껴짐.
제목은 상당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보이지만 여기 선정된 101명의 일본인들은 자기가 살았던 시대에 나름대로 족적을 남기고 후대와 연결되는 영향을 줬던 인물들이다. 그런데 고대와 중세에서는 비교적 눈에 익은 이름들이 보였지만 근세를 넘어 근대로 오면서는 몇몇 천황과 쇼군들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다 생소한 인명들. -_-;;;
일본사에 대해 아주 무식하지는 않다고 자부했던 내 착각을 여지없이 깨뜨려주는 구성. 아마도 신화 위주라 역사서로서 가치가 적은 일본서기가 거의 유일한 지식 베이스인 내게 작가가 밝혔듯이 확실한 역사적 기록과 족적이 있는 인물 위주인 이 책은 낯설 수 있겠다.
바로 이 점이 '2천년 일본사를 만든 일본인 이야기'를 가치있게 만드는 것 같다. 사학자들과 가장 사이가 나빠야할 고고학자들까지 사학자들의 가설을 억지로라도 증명해주기 위해 날조까지 하며 나서는 나라. 일본 역사학계에 대한 나의 인식은 그랬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도쿄대. 나머지는 쌀밥에 잡곡 정도의 비율. ^^;;;) 신화적 내용들에 도취되고 싶은 그 유혹을 잘 떨쳐버리고 있다.
일견 건조하다고나 할까... 자국의 전쟁을 보도하는 BBC 방송의 뉴스 같다는 느낌. 내가 민족주의적 성향이 투철한 일본인이라면 이 책의 역사관이나 서술 방식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 같다. 일본인이 쓴 역사서 치고 이 정도의 객관성을 갖고 국수주의의 유혹에서 벗어난 것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 이건 솔직히 신뢰할 수 없는 단정임. 일본에 대해 내가 가진 건 단편적인 지식과 일본서기. 그 일본서기를 너무나 조악하게 풀어서 쓴 이야기 일본사라는 욕이 절로 나오는 최악의 유치찬란한 책, 그리고 노래하는 역사 시리즈 정도니까. 지금 쌓아놓은 일본사 책들을 다 읽고나면 객관적 기준일 설 것 같음.
구성도 굉장히 공이 들어있고 세심하다. 시대를 크게 나눠서 인물론에 대해 들어가기 전에 인물들을 선정하게 된 배경과 근거를 간단하게 밝히고 고맙게도 그 시대의 지도까지 올려놓았다. 또 짧지만 시대 전반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 소개를 하는데 이게 읽을만 하다. 특히 일본 근대로 들어가는 부분에서 일본이 서구 열강의 식민지라는 비극적 운명을 피하게 된 원인을 그 똑똑한 메이지 천황이 아니라 일본의 위치와 국제 정세에 입각해서 파악하고 있다는데 놀랐음.
동아시아 해역과 북서 태평양의 해상 교통로에 흥미를 가진 국가에게 일본의 위치는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한 국가로서 독립을 달성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영국 제국의 해상 교통로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중립을 유지하고 분할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제일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일본 역사학자의 소견이란 것이 믿어지지 않는 정도의 정세 판단이라고 해야하나... 결국 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지정학적인 위치 덕을 톡톡히 본거겠지. 우리나라의 자리가 좋았다면 지금 태국에서 라마 5세, 일본에서 메이지 천황이 받는 그런 존경과 칭송을 고종 황제 역시 받고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잠시 했다.
그리고... 우리가 자랑하는 (도대체 왜 자랑하는지 이해 불가능이지만) 이 지정학적 위치란 것이 사실상 우리만의 착각이 아닌지 하는 생각도 조금.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범국인 일본은 자치권을 줬으면 정작 우리는 직접 지배를 하려던 미국을 보건데 해상과 대륙을 잇는 반도보다는 태평양으로 가는 마지막 기지인 일본의 지정학적 위치가 국제적으로 볼 때 더 중요한 것 같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자세한 일대기를 기대하면 비추. 각 인물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포커스를 맞춘 내용과 간단한 출신 설명 정도로 요약된다. 그야말로 황금기의 엑기스만 모아놨다고 보면 됨.
내게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위에 얘기했듯 각 시대의 지도와 (의외로 지도 구하기가 쉽지 않음. -_-;;;) 마지막에 아주~ 자세히 나와있는 일본 역사 연표. 잘 써먹을 것 같다.
책/인문(국외)
2천년 일본사를 만든 일본인 이야기
고미 후미히코 外 | 이손 | 2005 .8. ? ~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