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도자기 다큐 때문에. 황송하게 저자가 직접 싸인까지 해서 증정해 주셨음.
그런데 방송에선 이 분 인터뷰가 짤렸다. ^^;;;;
사실 내 죄는 아니다. 이분의 주장은 조선 사발 (=막사발, 이도좌완, 이분 주장 황태옥 사발 등등)이 제기라는 것이다. 난 그 주장이 상당히 재밌었고 그래서 그 내용을 구성안에 넣었다. 그런데 우리의 소심 PD가 윤용이 교수님의 말씀.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다." 는 말 한마디에 꼬리를 깨갱~ 내리고 그 부분을 싹 들어냈음. -_-;;; 덕분에 구성이 완전히 뒤집혀 더빙 대본 쓸 때 곡소리 났었다.
사실 꽤 오래전에 이분의 부친인 신정희 옹의 다큐멘터리를 내가 했었다. ㅎㅎ 그때 그 짱짱하면서도 나름 귀여우신 신정희 할아버지는 꽤 좋아했었지만 예술가인 아버지와 달리 장사꾼 냄새가 풀풀 나는 이 아들에 대한 느낌은 상당히 별로였었다. 그래서 바쁘기도 했지만 일부러 인터뷰 때 자리를 피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다행. ^^;;;;
몇년 전 그를 봤을 때 느낌은...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어떻게든 튀어보려는 잘난 척 장사꾼 아들. 그랬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잘난 척은 여전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장사꾼은 아니란 느낌이 들어 호감도는 많이 상승했다. 그때 그냥 그릇쟁이로 느껴지던 그가 자신의 주장처럼 사기장이 되는 과정에 있다는 느낌이랄까... 타고난 재능에 의한 성취도 중요하지만 이 사람처럼 끊임없이 노력해서 자기 수준을 높이려는 모습도 괜찮아 보인다.
신한균씨의 이론이 마이너이고 그의 이론을 뒷받침해줄 메이저 평론가나 연구자가 없는 까닭에 결과적으로 거의 도움이 못 되긴 했지만 이 책은 상당한 노작이다. 최소한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진위를 모른다. 사실 누가 알겠냐? 그의 이론과 가설은 그럴듯하고 완벽하게 느껴진다. 이건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라 같이 읽은 영주씨도 동감했음.
조선 사발이 일본에 어떤 영향을 줬고 조선 사발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한국와 일본 전국에 어떤 조선 사발이 있었는지 이 책을 보면 일목요연하게 들어온다.
아름다운 우리 찻잔을 찾아 헤매고 그 찻잔을 정리한 박홍관씨의 찻잔 이야기가 찻잔에 대한 시라면 이건 해설서이자 산문이라고 해야할 듯. 그리고 이건 일본에 가 있는 수많은 우리 찻잔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사진 한장 찍고 싣는 것에도 돈 엄청 챙기는 일본의 성향상 이 책에 이 정도 사진을 싣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을지... 그래서 25000원이란 책값이 (물론 난 얻었지만. ㅎㅎ;) 전혀 비싸지 않게 느껴짐.
신한균씨의 연구와 노력이 좀 더 진전이 되어서... 언젠가 그의 이론을 갖고 완전히 새롭게 뒤바뀐 조선 사발의 역사에 대한 다큐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말고 다른 사람이 한 것으로... ^^;
책/인문(국내)
사기장 신한균의 우리 사발 이야기
신한균 | 가야넷 | 2005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