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엄청 부는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너 런던 브릿지 근처에 있다는 브라마 티&커피 뮤지엄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이정표도 없고 길을 물으면 다 각각.
포기할까 하다가 오기가 나서 택시를 타고 택시기사의 자신감을 믿고 브라마가 있다는 골목에 내렸다.
장장 14000원을 길에 깔았다. ㅠ.ㅠ
일단 택시에서 내리면서 타워 브릿지 사진 한장. 택시 기사가 가라는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골목 끝까지 가도가도 없음. 다시 어느 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저쪽에 뮤지엄이 있다고 한다. 기운을 내서 다시 걸었음
어영부영 생각지도 않은 디자인 뮤지엄만 보인다. 좀 미안한 짓이지만 디자인 뮤지엄 인포매이션에 가서 브라마~의 위치를 물으니 씩 웃으며 지도 한장을 내놓으며 위치를 콕 찝어준다. 이쪽으로 이사 갔다고 짚어주는 곳이 택시를 탄 바로 근처. -_-;;;
브라마~ 주소를 박물관 수첩에서 보고 찾아준 역무원은 역무원대로, 택시 기사는 택시 기사대로 다 자기가 아는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준 것이니 누구도 탓할 수 없음. 이번엔 인연이 아니라고 포기하고 다음 런던 방문을 기약하면서 타워 브리지를 걸어 본래 포기하려던 런던탑으로. 저 타워도 올라가서 구경이 가능하다는데 너무나 기운을 빼서 그냥 포기. 걸어서 지나만 갔다.
타워 브리지를 건너 런던탑 담벼락을 따라가면서 찍은 사진. 입구로 가려면 저렇게 빙 둘러서 가야한다. 물가가 살인적인 런던이지만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공짜인게 참 좋았는데 그걸 한꺼번에 상쇄하려는 듯 런던탑의 입장료는 장장 14.5파운드. 3만원돈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오후를 종칠 수 없다는 생각에 거금을 투자해 런던탑 안으로.
솔직히 내게 런던탑은 헨리 8세의 왕비들과 엘리자베스로만 기억되는 공간이었는데 리처드 3세 역시 애용(?)했던 모양이다. 그가 왕위를 빼앗으면서 런던탑에 유폐시켰다가 사라진 조카인 두명의 왕자들이 갇혀있었던 방은 음산한 목소리로 성우가 배경 설명을 계속 해주고 있다. 상당한 드라마를 느끼게 배치한 것 같다. 괜히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 찍지 말라는 사인은 없지만 다들 안찍는 분위기라 역시나 소심하고 구경만 하고 나왔음. ^^
앤여왕인지 메리 스튜어트인지 가물가물한데 하여간 두 여인 중 하나가 목이 잘린 자리이다.
내부의 건물들. 12세기의 흔적이 남아있는 중세풍의 공간이며 하얀 탑 등 구경할만한 곳들이 쏠쏠이 있지만 너무 지쳐서 왕가의 보석을 전시한 공간으로 터덜터덜. 돈은 제일 많이 냈는데 구경은 제일 쬐끔하고 와서 지금 생각하면 아깝다. 멀리 여행 떠나면 한번씩 컨디션이 바닥으로 내려가는 때가 있는데 이날이 바로 그날이었던 것 같다. 가장 힘들었고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이었던듯.
여기가 왕가의 보석을 전시해놓은 공간. 밖에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정말 줄을 엄청나게 서있다. 거기에 끼어 줄 서서 천천히 들어가는데... 이런 소리를 하면 안되지만 아랍 사람들이 영국에서 욕먹는 건 이유가 좀 있는듯. 그 와중에 새치기하고 하지 말라는 짓 하는건 모조리 걔네들. -_-;;; 예전에 친하던 아랍 친구들에 대한 기억 때문에 그쪽에 대한 인상이 나름 좋았는데 걔네들 하는 짓 보면서 나도 정이 똑똑 떨어짐. 자기 대접은 자기가 버는 거라는 모친과 할머니의 말씀이 새삼 떠올랐음.
왕가의 보석, 특히 인도의 별 등은.... 그냥 사진으로 보던 걸 실물로 봤다 이상의 감명은 못느꼈다. 저런걸 만드느라 얼마나 많은 동양과 아프리카인들의 피를 쥐어짰을까란 생각이 그냥 솔솔. 이런걸 유럽애들은 피지배민족 컴플렉스라고 하겠지. 인도나 아프리카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 보석들을 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내부 보안요원들의 복장이 이렇게 중세풍이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함께 찍어달라고 하면 포즈도 잘 취해준다. 나도 한장 찍어달라고 할까 하다가... 내 몰골이 얼마나 흉악할지 그림이 그려져서 포기. 저 쌩쌩한 아가씨와 아저씨의 사진을 한장 찍는 걸로 통과. 그리고 매 시간 입구에서 역시나 고전틱한 복장에, 말발 죽이는 가이드와 함께 런던탑을 도는 가이드 투어가 무료로 있다. 출발 시간이 될때까지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거의 혼자 원맨 만담을 하는데 저 사람을 따라돌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너무 지쳐있는 상황이라 가이드 투어 시작할 때까지 15분을 기다릴 엄두가 안나서 혼자 돌았다. 그 앞을 지나면 몇천원 내고 설명 들을 수 있는 오디오 헤드폰을 빌려주는데 역시나 일본, 중국말은 있어도 한국말은 없었음.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 들을 기운이 없어서 그것도 포기. 혼자 설렁설렁 구경했다.
설마 여름에도 저 곰가죽 모자를 쓰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음. 쓰고 있을 것 같다. -_-;;; 고문이 따로 없을듯.
타라팔가 해전 승리를 기념해서 10월이었던 모양 10월달에 3주 정도만 하는 해전 관련 퍼포먼스. 저런 잔디밭에 자그마한 배와 몇몇 배우들이 해전 상황을 연극이나 퍼포먼스처럼 보여주고 설명을 해준다. 공연 끝나면 질문도 받고 하더구만. 하루에 몇번 정해진 시간에만 하는 것 같은데 때를 잘 맞춰가서 구경은 잘 했다.
전철역으로 들어가는 입구쪽. 짜증나는 광고판 대신 그림들을 배치해놓은 것이 재밌고 또 나름 운치있어서 찍었다. 이때 이미 기진맥진 상태.
본래 한국에서 품었던 계획은 이날 적당한 뮤지컬 할인표를 사서 뭔가 하나 봐줄까 하는 거였는데... 체력적으로 불가능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일요일엔 공연을 안한다고 한다. 안식일은 쉬어주라는 기독교 문화권의 특색이겠지? 만약 체력이 됐다면 조금 억울한 저녁이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