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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윤 | 북박스(중앙M&B) | 2005. 12. ? 김현정 | 영언문화사 | 2005. ?
굳이 비교하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With You를 읽는 내내 사내연애 성공기를 자꾸 떠올렸다.
이 두 작품. 소재상으로는 상당히 비슷한 면모가 있다.
회사에서 만나 사랑하게 된 남자 대리와 신입 사원. 알고보니 남자는 여자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집안. 그걸 감추고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게 되는 두 사람. 공교롭게도 남자들은 다 해외 파견 근무라는 형식으로 떠나가고 혼자 남은 여자는 남자도 사랑도 지워버리고 씩씩하게 자립에 성공한다. 그리고 3년 뒤에 남자가 돌아오고 온갖 고난과 방해를 겪은 끝에 로설의 공식대로 사랑에 성공한다.
얘기를 요약하면 그냥 둘 다 똑같이 보이지만 이 두 소설을 내내 비교를 했던 것은 비슷한 소재를 너무나 다른 분위기로 풀어나간 것이 신기해서였다.
사내연애 성공기는 책 소개를 보면 상당히 유쾌한 내용을 기대하게 한다. 제목도 그런 트랜디한 느낌을 팍팍 주고 있고. 그런데 유쾌한 한판의 시트콤 내지 로맨틱한 티격태격을 원하고 들어선 사람을 굉장히 당황하게 한다.
글 전체가 뭐랄까... 감정의 몰입을 요구하는 문체랄까. 책과 거리를 두고 편하게 읽고 싶어하는 나 같은 독자는 이걸 던져버려, 말아를 한동안 고민하게 할 정도. 그럼에도 취향과 상관없이 참 잘 쓴 글이란 것에는 공감을 하게 한다.
너무나 통속적인 스토리를 남녀 각각의 감정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니다. ^^;
반대로 위드 유는... 조금은 무겁고 칙칙한 내용이지 않을까 했던 인상과 달리 표지처럼 유쾌한 얘기. 오히려 두 책의 제목을 바꾸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역동적인 현대 여성의 일과 사랑의 성공기이다. 조금 코믹하게 과장하자면 열혈 유대리의 성공 시대쯤? ㅎㅎ
사랑했던 남자 -알고보니 다니던 회사 창업주의 아들이었던- 에게 버림받고 남자들이 판치는 반도체 영업에 뛰어들어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는 여주. 그런 그녀에게 그녀를 버리고 갔던 남자가 다시 시작하자고 돌아온다. 이때 홀라당 넘어가면 이 책도 그 시점에서 당연히 휘까닥 내 손에서 던져진다. 그런데 우리의 여주. 당연히 튕긴다.
신파라면 회사도 때려치고 또 방황하고 어째야겠지만 꿋꿋이 버티면서 회사도 잘 다니고 남주는 그런 그녀를 뒤에서 돌봐주고. 그러고 저러고 하다가 주변의 방해를 무릅쓰고 둘이 다시 골인~ 둘이 사랑과 함께 사업의 동반자가 된다는 것에 특히나 만족. ㅎㅎ
남조가 사실 주연에 어울리는데... 그래서 집중이 흩어진다는 얘기도 많았지만 남조와 되지 않아서 난 이 작품이 괜찮다고 얘기를 한다. 남조같은 남자와 되면 너무나 평범한 그저그런 얘기가 되어버릴듯.
부대끼고 여기저기 치이면서 열심히 사는 워킹 우먼들의 애환이 조금은 현실적으로 묘사됐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참 비슷한 소재의 두 소설이었는데... 내 취향은 역시 가볍고 밝으면서 로설의 공식에 충실한 쪽이란 것을 재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