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종이 봉투에 든거라서 받자마자 캐디로 옮겨놓고 박스를 버리는 바람에 트와이닝이란 상표를 기억하지 못했는데 너무 맛있는 홍차라고 팔딱팔딱 뛰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오랫동안 우리 집에서 사랑받았는데 역시나 떨어진지 오래된 홍차.
추억의 덧그리는 윤색은 본래 모습보다 아름답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내게 이 트와이닝의 얼 그레이가 딱 그랬음.
티백을 뜯었을 때 다가오는 그 익숙한 향긋함과 느낌은 여전히 좋았지만 맛은.... 쯥... 아마 레이디 그레이를 마시지 않았다면 이렇게 박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향기만큼의 볼륨이 없다고 해야할까? 트와이닝의 얼 그레이가 이렇게 싸구려틱한 느낌이었나? 하는 놀라움이 엄습.
화려하고 달큼한 베르가못 향이 풍부하다. 그러나 맛은 좀 빈약하게 느껴진다. 오일이나 에센스가 아니라 말린 과일이나 꽃들이 풍부하게 들어간 블레이버 티를 계속 마셔서 그런지 5%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계속 든다.
수색도 왠지 아쌈처럼 진하게 느껴지고 고급스럽기보단 무난하고 평범하다는 느낌이 혀를 통해 자꾸 뇌로 올라온다.
차(자동차)와 혀는 업그레이드는 되도 낮추는 건 안된다는 말이 진리로 느껴짐.
아무래도 난 얼그레이 대신 레이디 그레이를 많이 사랑해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나저나... 4시간도 못 자서 그런지 눈이 마구 감김.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나이트티는 허브티나 메밀차가 되야겠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