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Ko"nig Salomons Ring 는 1997년에 나온 책이다. 독일어는 거의 까막눈이나 다름없지만 솔로몬의 반지라는 단어는 들어간 것 같다. 이 솔로몬의 반지는 동물학자들에게는 꿈의 아아템인 모양. 콘라드 로렌츠도 같은 제목으로 책을 한권 썼었는데... 하긴 동물학자뿐이랴. 솔로몬의 반지를 누군가 갖고 있다면 인생 로또는 문제도 아니겠지. 부작용이 엄청 심한 그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각설하고 이 책은 독일의 드뢰셔라는 동물학자가 연구한, 특성별로 살펴본 동물들의 이야기이다. 굳이 독일학자라는 걸 내 스스로 강조하는 이유는 같은 동물심리나 행동학임에도 미국과 유럽의 학풍이 굉장히 다르다는 걸 막연하게나마 느끼기 때문에.
미국쪽의 동물학자들은 동물을 동물 그 자체로 보고 인간의 삶과 대입시키거나 하는 일을 가능한 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 반대로 유럽의 학풍에서 교육받은 학자들은 의인화와 동물의 인격 등에 많은 믿음을 갖고 있는 듯 싶다. 이렇게 단정을 내리기에는 내 독서가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일반적인 독자들이 많이 만나는 콘라드 로렌츠나 제인 구달, 갈디카스 등 유럽 학자들의 저서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냉정한 관찰자이길 원하는 미국 학자들과는 많이 다르다. 같은 행동을 놓고 하는 해석들도 많이 차이가 있고.
어느 쪽이 옳으냐 그르냐의 판단은 내 능력밖이고... 독서가이자 또 나름의 사이비 동물애호가로서 -왜냐면 아직 채식주의자로 전환을 못했기 때문에. 아마도 불가능하지 싶다. ㅠ.ㅠ- 나는 유럽 쪽 학자들의 성향을 더 좋아한다. 이쪽도 인간우월주의에서 왕ㄴ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지구의 지배자가 아니라 관리자 내지 동반자로서 인간의 역할에 대해 최소한 성찰하려는 노력은 하는 것 같으니까.
책의 내용은 동물들의 언어능력, 결혼제도, 자녀 양육법 등 여러개의 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 각 장이 바로 인간에게 주는 교훈들이다. 서양 독자들에게는 아마도 더 친숙할 것이 각 챕터의 제목은 성서에서 따온 내용들이다. 그렇게 지켜야할 덕목과 그걸 조화롭게 실천하고 사는 동물들의 삶의 모습이 조목조목 펼쳐진다. 우리가 잘 아는 동물들과 함께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동물들의 생태도 만날 수 있고 또 익히 잘 안다고 믿었던 동물들의 새로운 일면을 만난다.
읽으면 읽을수록 지구의 파괴자로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죄책감과 조화로운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요즘 인간들의 행태를 보면 베드로가 하느님에게 "보스, 돌고래들에게 지구를 맡길 걸 그랬어요." 라는 하소연을 했다는 농담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1997년에 쓴, 비교적 최근의 연구기록이기 때문에 더불어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는 즐거움도 있고.
실제 동물들의 사진을 넣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캐릭터 스타일의 간략한 삽화도 나쁘지는 않았음. 오히려 이런 가벼운 구성을 더 좋아할 사람도 있을 테니 이 불만은 내 취향탓일 수 있겠지.
골치아프지 않은 독서를 원하면서도 또 너무 가볍고 허무하지 않은 책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선물할 일이 있으면 우선 순위로 택할 것 같다. 동생의 최근 컬렉션인데 아주 만족스러움. ^^
책/과학
하이에나는 우유 배달부!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상상초월 동물생활백서
비투스 B. 드뢰셔 | 이마고 | 2008.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