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취미 생활한답시고 너무 쥐어짜는 것 같아서 재충전하는 의미에서 골랐다.
꽤 오랫동안 보관함에 넣고 눈독만 들이다가 최근에 구입을 했는데 딱딱할 것 같다는 선입견과 달리 굉장히 술술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내용이 없어 허무한 그런 책도 아니었고. 대화체가 갖는 말랑말랑함에 얹혀 살벌하고 딱딱할 수 있는 법의학이 쉽고 재미있게 전달이 됐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책을 기획할 때 내용과 함께 그 전달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음.
내용은 한국 법의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문국진 박사와 일본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우에노 마사히코라는 두 법의학자가 사흘에 걸쳐 나눈 대화 내용이다. 둘의 전공이 법의학인 만큼 대화는 검시와 부검에 얽힌 각자의 경험이 다양한 주제에 따라 나눠지는데 시체와 부검에서 보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의 차이나 범죄의 모습 등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한국과 일본에서 달리 쓰이는 시체와 사체라는 의미에 대해 대화한 부분을 다 읽고서야 이 책의 제목이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 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릴 정도로 난 둔한 독자였다. ^^; 그 차이가 무엇인지는 책에 있으니 생략하고...
가벼운 대화 형식이지만 법의학에 대한 쓸만하고 쏠쏠한 지식을 얻어내는데는 부족함이 없었음. 케이스 위주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아주 오래 전 만화로 보면서 정말 대단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던 내용이 여기에 법의학 케이스로 소개된 것을 보면서 역시 그랬구나 하기도 했고. 단순한 흥미로 읽어도 괜찮지만 이런 배경으로 뭔가를 창작하려는 사람에게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다.
책/과학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 - 한일 법의학자가 말하는 죽음과 주검에 관한 이야기
문국진, 우에노 마사히코 | 해바라기 | 2008.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