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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중독

by choco 2008. 1. 23.
방금 황석영편 더빙 대본을 털었다.

무~지하게 속썩이는 주인공 덕분에 촬영도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연속에다가, 통제 불가능한 주인공이라 찍으려고 예정한 것들은 다 날아가니 편집 때 완전 머리를 쥐어뜯게 되고.  내가 다시 다큐를 하면 붕어라고 이를 갈 정도로 엄청난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그래도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하는 똘똘한 아이가 나올 것 같다.

시간을 다투면서 클라이언트 입맛에 맞춰 판에 박은 멘트를 쏟아내는 게 아니라 날카롭게  잘 벼린 내 글을 써서 좋았다.  

동종업자들이 드나들지 않는 이곳에서라면 낯 간지러운 잘난척을 해도 상관없겠지.

머리를 쥐어뜯다가 딱 이거다 싶은 표현을 만들어 정확하게 그 자리에 끼워넣을 때의 느낌. 정말 짜릿하다.  바로 이 맛 때문에 맨땅에 헤딩하는 과정 내내 징징 짜면서도 마약 중독자처럼 다시 다큐멘터리로 돌아가는 것 같다.

박완서 편도 공들여서 썼고 또 공들인 수정을 할 예정이지만 황석영편을 쓸 때만큼의 전율이 관통할지는... 잘 써야 하는데....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