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La Vie Des Chinois Au Temps Des Ming로 2003년에 프랑스에서 나온 책이라고 한다. 라루스 일상사 시리즈 중 하나로 사실 이 책을 가장 기대했는데 국내에 번역된 세권 중에서 가장 별로다. 지금은 잊혀진 디씨 용어를 쓰자면 거의 뷁에 가까운 수준.
프랑스인 저자가 어떻게 명,청대 중국 사회를 이해하고 또 그걸 같은 문화권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했는지 다른 시각에서 설명을 바라보는 재미는 있다. 이 책에 간간히 등장하는 조선이라는 이름과, 우리 국사에서 배운 것과 다른 시각에서 쓴 조선에 대한 시각도 씁쓸하지만 읽어둘만 했다.
또 중국인이 쓴 중국 역사가 아닌 만큼 약간 뜬구름 잡는 설명이며 모호한 어휘들은 중국어 용어를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설명한 걸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일어날 수 있는 불가항력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봐줄만하다고 평가될 건 그걸로 끝. 이 정도로 권위 있는 시리즈의 이름을 갖고 나왔으면서 어떻게 명과 청을 구별하는 그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한 분류 작업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지? 책의 초반에 분명 원나라 시대 복장을 한 여인 초상화로 알고 있는 그림이 명나라로 표시되며 나타났을 때는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보다 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책 안에서 구분되지 않고 나타나는 청나라의 흔적들에서 황당해지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제목은 명나라 시대 중국인의 일상이 아니었나? 번역과정에서 잘 팔릴 제목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어서 원제를 확인해보니 분명 Ming 만 있지 청에 해당하는 칭은 없다. 여기까지는 억지로라도 또 이해할 수 있다. 명과 청의 연결성이 강하고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이들이 생각했을 수 있응니까.
그런데 명명백백히 청나라의 복장을 하고 있는 그림을 놓고 명나라 시대 것이라도 떡~하니 설명을 붙여놓은 건 도대체 짓인지? 역사학 전공자도 아니고 중국사에 대해 대단한 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은 일반 독자의 눈에도 이렇게 줄줄이 문제가 보일 정도가 되다보니 라루스 시리즈 전체에 대한 신뢰마저도 흔든다.
최소한의 감수만이라도 했다면 이런 황당한 오류들은 없었을 텐데. 감수가 가능한 사람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이 정도 오류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걸까? 적지않은 돈을 주고 산 책인데 정말 불만스럽고 찝찝하다.
책/인문(국외)
명나라시대 중국인의 일상
제롬 케를루에강 外 | 북폴리오 | 2008.2.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