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The Murderer Next Door 로 2005년에 나온 책이다.
CSI가 히트를 치면서 살인과 법의학에 대한 케이스 기록류의 서적들이 많이 나오는 터라 이건 프로파일링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려니 하고 잡아봤다.
그런데 각종 케이스들이 간단간단히 언급되기는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개개의 독특한 사건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내재된 살인이라는 행위 자체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살인을 하고 연령별, 성별, 지역별에 따른 편차와 그 아치의 이유 등등을 진화 심리학이라는 비교적 신생 학분에 기초를 두고 설명하고 있다. 이 진화 심리학에 대칭되는 논리의 책은 아직 읽지 못한 터라 어떤 반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자체를 두고 봤을 때는 놀라울 정도로 공감이 되고 다양한 살인 행위에 대한 설명이 된다.
짝짓기와 자기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퍼뜨리려는 동족 살해로 요약할 수 있는 남자들의 살인. 여성들의 배우자 살인과 부모에 의한 자녀 살인까지. 미시간주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들을 기초로 이론을 정립해나갈 때 연구를 그만 두고 싶었다는 저자 데이비드 버스의 심정이 이해가 될 정도로 정리된 살인 이론은 참으로 찝찝하다.
특히 배우자나 부모(주로 아버지)를 살해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 몰리는 약자인 여성과 자녀에 대한 사회의 전근대적이고 남성 위주적인 인식 -왜 진작 달아나지 않았냐, 경찰이나 가족은 둬서 뭐 하나 등등- 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사회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아야 할지... 절망을 느껴야 할지. 이런 연구결과를 통해서 사회적인 안전장치가 좀 전향적으로 검토되면 좋겠다.
살인충동에 관한 그의 설문지를 받았던 평범하고 선량한 그의 학생들처럼 나도 극단적인 상황에서 절대 살인을 하지 않는다는 장담은 하지 못하는 고로. 절대 잡히지 않고 나한테 어떤 불이익도 없다는 확신이 있다면 설문에 답한 사람들처럼 할 수도 있겠지.
1974년에 폐지됐다는, 아내의 불륜 현장을 발견한 즉시 그 상대를 죽일 경우 무죄라는 텍사스의 법률을 보면서 그 반대의 경우도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지 무지하게 궁금했고, 바람 핀 남편이나 그 정부를 살해하는 소위 '격정의 범죄' 는 무죄 처리되는 프랑스의 법률이 아직도 살아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애들 하는 말로 프랑스 진짜 님 좀 짱임. ^^
책/과학
이웃집 살인마 - 진화 심리학으로 파헤친 인간의 살인 본성
데이비드 버스 | 사이언스북스 | 2008.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