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Le Cycle du Graal: Gauvain et les Chemins d'Avalon tome 5 로 1995년에 나왔다.
이번 편에 대한 감상은 '도대체 네 놈들 머리에는 뇌라는 게 들어 있는 거냐?'라는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물론 이전 권들을 볼 때도 아발론 연대기에서 여자들을 제외하고 평균 정도의 정신연령이나 지능을 가진 남자는 멀린이 유일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이번 가웨인의 모험은 가히 그 정점에 다다라 있다.
어릴 때 동화나 문학전집에서 단편적으로 접했던 기사도 이야기의 수많은 모험 속 주인공었던 가웨인. 5권 내내 이어지는 그의 모험을 따라가면서 머리 통을 몇대 쥐어박아 생각이라는 걸 좀 심어주고 싶다는 충동을 무수히 느끼게 한다.
같은 실수의 무한반복이라고나 할까. 란슬롯의 경우에는 기네비어에 대한 정신 나간 사랑이라는 면죄부라도 있지 도대체 이 인간은 어째서 아무 것도 학습하지 못한 채, 별 것도 아닌 일에 목숨을 걸고 기사도라는 이름 하에 바보짓을 하는지 이해 불가능.
멀린이 비비안에게 공기장벽을 두르는 마법을 알려주고 잠적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더를 필두로 정도 차이만 약간씩 있을 뿐이지 뇌가 있을 자리에 근육이 들어가 있는 인간들을 끌고 가기가 버거워 결국은 비비안과 운명을 핑계삼아 달아난 게 아니겠다는 실없는 생각까지 들 정도.
물론 이 책의 말미에 저자는 가웨인의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해석을 해준다. 멀린이 사라진 뒤 그와 대화를 나누는 유일한 기사로 멀린이 세워놓은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전달자이자 신성한 권위의 매개체로. 그리고 매와 연관지어서 아더의 권위를 계승할 신성하고 젊은 힘의 상징으로. 그러나 한권 내내 이어진 그의 삽질 모험담의 인상을 지워주기에는 조금 역부족. ^^;
아발론 연대기를 아우르는 성배를 향한 모험에서 란슬롯은 성배의 모험을 완성할 신성하고 고결한 기사 갈라하드의 아버지가 된다면 가웨인은 피흘리는 창에 의해 고통받는 어부왕에게 요셉의 목을 자른 검을 전달하는 전달자로 자신의 역할을 마무리한다.
거기까지 오는 과정과 아발론 연대기에 등장하는 여신들의 상징은 충분히 재밌었고 이해가 되긴 하지만.... 다음 권의 주인공 파르지팔은 제발 생각인 걸 좀 하는 기사이길.
그런데 이렇게 줄줄이 가웨인을 씹고 보니까.... 기운 세고 명성과 별 의미없는 무용에 목숨을 거는 게 중세 기사들의 이상이었다는 기억이 떠오르네. 현대의 시각에서 갑갑하고 한심하지 아발론 연대기가 처음 쓰여지고 노래되던 당시에 가웨인은 기사들이 이상으로 삼을 모습이긴 했겠다.
너무 욕해서 미안하오 가웨인~ 그러나 댁에게 뇌를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엔 아직도 변함이 없다오.
책/픽션
아발론 연대기 5 - 오월의 매 가웨인
장 마르칼 | 북스피어 | 2008.3.14-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