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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청천벽력

by choco 2008. 6. 9.
이라고 하면 좀 심한 오버지만.... 벼락을 맞은 것처럼 멍하다.

낮에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언니의 문자를 받고 예전에 열심히 나가던 모임 게시판에 오랜만에 들어갔다가 진짜 뜻밖의 부고를 발견.

예전에 홈페이지 운영할 때 게시판 상으로 많은 얘기를 나눴던...... 같은 취미를 공유한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무수히 여러번 우리 동네의 유명한 실내포차 봉자네에서 대합탕이 계란말이를 곁들여 소주를 마시자는 공수표를 서로 날렸지만 몇년 동안 얼굴을 직접 보고 눈인사라도 한 건 딱 두 번.   한번은 그 사람이 LP판을 정리하면서 LP를 듣는 내게 판을 전해주느라 LG 아트센터에 발레를 보러 갔을 때 또 한 번은 2005년 성남 아트센터에서 몬테 카를로 발레단의 공연을 볼 때 마침 근처 자리에 앉아 서로 눈인사만 간단히 했던 게 다였다.  수많은 공연을 보면서 공연장에서 스쳐갔지만 굳이 서로 인사를 하거나 찾아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던 걸 보면 나나 그쪽이나 진짜 무심했달까.  아니면 허물없이 친해지는 걸 원치는 않았던가.

아무리 많이, 혹은 오래 만나고 떠들어도 피상적인 관계가 많은 반면 그 사람은 취미와 취향과 성향이 비슷해서 말도 잘 통했고 설령 의견이 달라도 깊이가 있기에 서로 토론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정말 많이 배우기도 했었고. 

홈페이지를 접으면서 굳이 옮겨간 곳을 알려주는 노력은 하지 않았기에 웹상의 수많은 인연들이 그런 것처럼 서로 끊어져 버렸지만 아주 가끔... 뭔가 갈피가 잡히지 않는 공연을 볼 때나 보고 난 뒤 그 사람이라면 어떤 평을 했을까 궁금했었다.

나와 같은 나이의 동갑내기 아내가 있고 또 아이가 둘이나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이들에게 좋은 공연이 있으면 손잡고 공연장에 데리고 다니던 그 좋은 아빠를 잃은 아이들은 어쩌고 또 그 와이프는 어쩌나.   얼굴도 못 본 가족들인데도 마음이 참 묵지근하네.

좋은 사람들이 먼저 떠난다는 얘기가 맞는 모양이네.  진짜 대문 밖이 저승인 것 같다.

많이 늦은 기도지만 정말 좋은 곳에 갔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