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마시는 거고 또 일하다 잠깐 즐기는 휴식시간이라 포트 꺼내는 등등의 대대적인 작업은 생략. 필터 머그에 넣고 우렸다.
지난 번에 우렸을 때 첫번째는 너무 밍밍했고 두번째는 너무 우려 썼던 걸 기억하고 이번엔 내 나름대로 시간을 조심스레 체크를 했다. 그리고 뚜껑을 열고 필터를 꺼낸 잔을 갖고와 음미.
향긋하니 제대로 된 사과향과 홍차향이 서로 튀지 않고 난다. 과일향 홍차에서 과일향이 지나치게 날뛰는 걸 싫어하는 내게 잘 삭은듯한 묵직함이 일단 호감을 줬다.
마시면서 내린 결론. 상당히 괜찮군. 조심스럽게 우려야하지만 신경쓴 만큼의 보답을 해주는구나. 지금은 뜨겁게 마시지만 좀 더 더워지면 아이스티로도 시도를 해봐야겠다 싶었음.
사과향 홍차를 그렇게 많이 좋아하진 않았는데 이 베노아 애플 때문에 포숑이며 마리나 드 부르봉의 애플 홍차도 한번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참아야 하느니.... 그전에 내 홍차장에 있는 위타드 애플 크럼블을 뜯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는 것도 중요하지.
올해 처음으로 아이스티를 만들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사이다 냉침이니 어쩌니 하지만 난 그냥 땡겼을 때 바로 저지르는 타입이라 늘 하던대로 급냉.
아이스티로 환상이라는 명성 자자한 사쿠란보에 대한 첫 인상을 정리하자면
명불허전이다.
찻잎에서 풍겨나오는 향부터가 달달하니 아이스티나 디저트용 홍차로 딱이다 싶었다.
군데군데 들어가있는 빨간 열매도 귀여웠고. ^^ (이때 사진 한장쯤 올려주는 센스가 필요하지만 먹는 사진은 백만년에 한번씩 찍는 관계로 변함없이 생략)
잘못 우리면 아이스티는 엄청 밍밍해지는 관계로 오늘은 모처럼 장식용으로 먼지 푹푹 쌓이고 있는 모래시계까지 꺼내놓고 4분을 우렸다.
그리고 천원샵에서 900원주고 산 대형 꽃그림 유리컵에 얼음을 가득 붓고 그 위에 홍차를 부었음. 급격한 온도 차이때문에 컵이 깨지면 어쩌나 잠시 쫄았지만 역시 천한(?) 놈이 오랜 산다는 말에 맞게 튼튼한 컵은 잘 견뎌줬다.
급냉하면 색이 탁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쿠란보는 거의 제색 그대로 남는데 수색도 고운 담홍빛이다. 시각적인 즐거움도 상당했다고 해야겠다. ^^
맛은 향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덤덤. 뜨거운 차는 가미없이 마시는게 맛있지만 냉홍차는 그냥 마시기는 역시나 좀 그렇다. 메이플 시럽을 넣으니까 살짝 단맛이 돌면서 훨씬 맛이 있었다. 이제 아이스티의 계절이 오는 것 같으니까 레몬하고 끝물인 오렌지 사다가 설탕절임을 좀 넉넉히 해놔야겠다.
이렇게 또 살찔 궁리만 하게 되는군. 그래도 하늘은 공평한 것이... 뜨거운 차는 홍차건 녹차건 뭔가 다른 음식을 땡기게 하는데 반해 설탕을 가미해야하는 이 냉차는 차 자체만으로도 포만감을 주니까 전체 칼로리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라고 믿고 싶다. ㅠㅠ
루피시아 홍차는 가끔 교환이나 해서 마시지 사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안하는데 얘는 좀 사볼까 하는 생각도 조금은 솔솔.
홍차 동호회에서 이 홍차를 구하는 글이 제일 자주 올라오는 이유를 알것도 같음.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면 내게도 아이스티용으로 좋은 홍차들이 쌓여있다. 그나마 뜯지도 않은 것들도 있다고!!! 쓸데없는 지름신은 자제를 하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