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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비정규직 단상

by choco 2008. 9. 12.
굶는 그녀들에게 ‘밥솥’을 준 사연

기사를 읽어내려가다가 “막막하고 힘들 때 찾아줘서 가슴이 메인다. 기륭에 다닐 때는 비정규직, 파견직이어서 명절이면 정규직들 선물 받을 때 선물도 못 받았다. 그런데 올해는 선물 복이 터졌다. 고맙다.” 에서 괜시리 울컥.

노당자로서 위치에 대한 정체성이 모호한 오케스트라 생활 몇년을 제외한 내 사회생활의 대부분은 나는 비정규직과 프리랜서를 왔다리 갔다리 하고 지금도 그 중간에 걸쳐있다. 

'너 나가'라고 하면 바로 짐 싸야 하는 방송국 비정규직이던 시절, 명절 때 PD들에게 회사에서 내려오던 선물세트는 참 별 거 아닌데도 부러웠고 저들과 내 신분(?)이 다르다는 묘한 자괴감을 갖게 하는 요상야릇한 물건이었다.

같은 바닥 안에서는 저것들이 기자냐, 광고 영업 뛰는 장사꾼이냐하는 욕을 엄청 먹고, 올해부터는 이메가 일당을 빨아준다고 욕까지 더해서 엄청 얻어먹고 있는 매경이지만 그래도 좋은 감정이 남아있는 건, 명절 때 작가나 FD들에게까지 돌리던 선물세트 때문이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다가 추석에 도브 선물세트를 받았을 때 뭐랄까... 내가 이 조직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MBC에서도 팀장님 한분이 자기가 받은 세트를 헐어서 작가와 FD 들에게 나눠주기도 하셨지만 그건 진짜 개인적인 차원이었고 회사와는 별개의 일이니.... 어쨌든 생각지도 않게 받았던 추석 선물세트는 꾸준히 일하던 프로덕션에서 가끔 대박났을 때 사장님이 주던 선물이나, 협찬 많이 들어오던 프로그램에서 스탭들에게 나눠주던 그 협찬물품하고는 느낌의 차원이 달랐다.  짜디짠 매경의 원고료에 대한 불평불만마저도 쏙 사라질 정도로 감동이었음.  ㅎㅎ

그런 것 하나 가지고 진짜 웃긴다고 하겠지만 그 사소한 게 엄청난 골을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메워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  제발 더 이상의 희생없이 공생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좋겠다. 

어쨌든....  달리 도울 일은 없고 앞으로 생활 속에서 가급적이면 키친아트를 비롯해 양심적인 기업 제품을 애용해 줘야겠군.   IMF 터진 97년 겨울에 땡처리 가게에서 산 편수냄비 손잡이가 위태위태한데 완전히 아작나면 키친아트 걸로 하나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