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니어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SBS가 원래 여자 경기밖에 중계를 안 해주는데다가 갑자기 주말에 수정이 걸려서 마감과 경기가 겹쳐서 돌아가는 바람에 여자 쇼트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다 나중에 뒷북 감상을 해버렸음.
http://www.cbc.ca/sports/ondemand/ <-- 전체 경기를 보고 싶은 사람은 이곳으로~
일단 여자 경기부터 간단하게 감상 끄적.
에지는 설렁설렁이었지만 회전수를 칼같이 잡은 덕분에 전체적으로 점수나 프로토콜 보면서 뒷목을 잡지는 않았다. 문제는 해마다 요맘 때는 제대로 잡다가 뒤로 갈수록 설렁설렁이라는 거지,
심판들의 입김이 작용하는 점수 경기에서 한번 미운털이 박히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미라 령... 딸의 운동 인생에 절대 도움되지 않는 엄마가 한번 난장을 쳐놓은 후유증이 참 징하게 간다. 인물이 좀 비호감이라는 것도 터무니없는 PCS를 만드는데 작용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하튼 그 점수가 나올 정도는 아닌데 심판들 참 징하다.
키미 마이즈너는... -_-; 올 시즌에 점프 컨시스턴시를 올리지 못하면 아무래도 다음 시즌에는 팀 아메리카에서 탈락되지 싶다. 별로 좋아하지도 또 싫어하지도 않는 선수인데 작년 그랑프리 파이널도 그렇고 안쓰러워서 경기를 못보겠다.
레이첼 플렛은...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나 빨강머리 앤이 떠오르는 건강한 소녀? 더 자라면 우아해지고 뭔가 분위기가 근사해질지 모르겠지만 생김새부터 스케이팅까지 내가 별로 좋아하지않는 전형적인 건강한 미국 언니 스타일이라. 비슷한 미국언니인 에밀리 휴즈는 그나마 에지라도 정확하지. 롱 에지로 팡팡 뛰면서 잘난척하는게 거슬려서 괜히 더 별로임. ^^;;;
미라이 나가수는 차이나 돌을 보는 것처럼 귀여웠다. 깜찍하고 선이 뚜렷한 스케이팅. 점프며 이것저것 다 말아먹었음에도 그녀가 받은 PCS가 결코 거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개성이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눈길을 끈다는 건 중요한 것인듯.
나가노 유카리. 이 언니는 참 열심히 하고 꾸준한데도 왜 이렇게 늘 촌스럽게 느껴지고 호감이 가지 않는 걸까?????? 그래도 의상은 참 센스있게 잘 골라서 입고 나온다는 생각을 했는데 올해는 쇼트, 프리 다 최악이다. 특히 프리 의상. -_-; 프리 프로그램이 지젤이니 지젤답게 입어야 한다는건 알겠는데 발레 코스춤을 그렇게 허접하게 개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광란의 장면부터 시작하는 프로그램 음악 편집은 좋은 아이디였던 것 같은데 초반에 너무 점프를 몰아뛰어서 후반에는 또 상대적으로 심심. 지젤 1막의 그 유명한 파핑 장면을 스케이팅에서 똑같이 재현을 하긴 했는데 발레를 본 입장에서는 변형하는게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자꾸 보다보니 처음엔 경악이었던 4자 다리도 이제는 전처럼 신경쓰이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거슬려.
미키 안도. 1차 지젤 전쟁에서 패해서 3위. 미키의 쇼트 프로그램 의상이나 지젤 의상을 놓고 너무 별로라는 의견이 많던데 아무래도 난 마이너인 모양이다. 쇼트인 게이샤의 추억 의상을 보면서 난 기모노를 진짜 근사하게 변형했구나, 프리 지젤 의상은 지젤의 1막과 2막이 저렇게 절묘하게 어우러져 화려한 피겨 의상으로 거듭날 수 있었구나~ 감탄했는데.... -_-;;;
이 언니도 작년에 말아먹고 월드에서 기권까지 한 게 아무래도 심판들에게 좀 찍혔는지 타는 것에 비해서는 점수가 참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쇼트 스텝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고 프리 프로그램도 솔직히 유카리보다 더 낫더만.
예전의 나처럼 정신력이 강하지 못한 스타일이라 한번 흥이 나면 능력 이상으로 잘 하고 한번 꺾이면 완전히 삽질을 하는, 업다운이 엄청 심한 스타일이라 동질감에서 은근히 더 정이 가는 아가씨인데... 올해는 그랑프리 시리즈 내내 연아양과 붙어다니는 최악의 대진운이라 마음이 아프다.
이런 타입은 약한 사람들이 몰린 회차에 들어가 한번 1등을 해주면 그 기세를 타고 또 활활 타올라 날아오를텐데. 올해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없으니. 중국에서 연아양을 이기라고 빌 수는 없지만 이번처럼 20점 이상 벌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 좀 아슬아슬하고 불꽃 튀기는 대결을 해주면 좋겠다.
김연아. 뭐... 더 이상 할 말이 없음. 자기가 가진 걸 잘 지키고 세련되게 다듬어서 유지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는데 거기서 또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니 같은 국적의 팬 입장에서는 감사할 따름. 죽음의 무도는 두고두고 전설로 남을 명작이 될 것 같다.
세헤라자데를 보면서 월슨이 포킨느의 세헤라자데를 엄청 좋아하나보다란 생각을 했다. 음악 편집도 발레의 액기스만 모아놨고 안무 동작들 역시 발레를 연상시키는 것이 많아서 나로서는 포킨느의 안무 찾기 모드였다. 사실 프리 프로그램에서는 연아양도 그다지 집중하지 못했었고 또 나도 내 나름의 이유로 집중하지 못해서 무작정 빨려들어갔던 죽음의 무도와는 좀 달랐던듯. ㅎㅎ;
세헤라자데는 오케스트라 오디션이 있을 때마다 절대 빠지지 않는 사람을 잡는 곡이라 학교 다닐 때 미친 듯이 연습한 트라우마가 남아서... 특히 3-2-2 뛰고 스핀으로 연결될 때 바로 그 음악이 내가 주구장창 오디션을 보고 시험봤던 바로 그 솔로. 파블로프의 개처럼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음. -_-;;;;
예쁘기는 했지만 뭔가 부족하게 느껴졌던 작년의 의상들과 달리 올해는 의상도 너무 마음에 딱 들어서 가외의 즐거움이 가득했다. 시즌 내내 몸관리를 잘 해서 올해는 꼭 세계선수권에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길.
남자 싱글은 3위 정도로 예상했던 코즈카의 1위가 너무 충격적이라... 아카데믹하게 잘 탔지만 카리스마가 부족했다는 게 좀 썰렁한 반응의 이유였지 싶다. 자체적인 카리스마가 부족하면 의상이라도 좀 어떻게 해주길. 내가 겨울에 잠옷으로 애용하는 벨벳 추리닝이 생각나는 로미오였음. 정말 내 비즈통에 있는 빤짝이라도 몇개 달아주고 싶었다. -_-
조니는... 랑비와 제프리가 은퇴한 남자 싱글계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스타일을 가진 독특한 존재로 남아 있을 듯. 재난이었던 재작년의 슬럼프에서 탈출한 게 작년이었다면 올해는 이제 조마조마함이 사라진 안정적인 분위기가 더해져 있다. 아직 새 안무가 몸에 익지 않은 것 같던데 NHK 때가 기대됨.
에반 라이사첵. 타라소바한테 찾아간 건 재미없고 스타일 없는 자신의 스케이팅을 바꿔보겠다는 건데 볼레로는 확실히 성공한 것 같고 랩소디 인 블루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근데 프리 의상은 제발 어떻게 좀. 동물 코스프레도 아니고 이건 뭐. ㅠ.ㅠ 재작년 그랑프리 때 조니의 그 의상 이후 워스트의 반열에 올리고 싶음.
아이스댄스는 안 봤으니 패스.
페어는 몇년째 가능성만 보이면서 지네까지 싸우고 온갖 삽질을 하던 무호토바 & 트란코프가 드디어 비상을 하는구나~하는 기대를 쇼트에서 갖게 해주더니 프리에서는 하던대로 다 말아드셨다. ㅠ.ㅠ 쉐브첸코 & 졸코비 조도 만만찮게 실수를 해줬는데... 차려놓은 밥상도 엎어버리니 뭐. (한숨) 프로그램은 참 마음에 들어서 잘만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얘네들도 이번에 그랑프리 배정이 아주 최악이라 걱정이다.
쉐브첸코 & 졸코비 조는 그냥 하던대로 하셨음. 나름 스타일 있고 괜찮은 페어인데 아무래도 내겐 과거 러시아 페어에 대한 향수병이 깊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참 2위는 미국 페어. 별로 재미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