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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존엄사 &...

by choco 2008. 12. 10.
진짜 번개불에 콩을 구워 먹는 프로젝트를 끝냈다.

편집이 되는 걸 중간중간 실시간으로 받아서 더빙 대본을 써보기는 내 생전 처음. 

그런 비상 수단으로도 종편이 늦어지는 바람에 납품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서 결국 가편본으로 더빙을 하고, PD는 종편실에서 종편을 하는 희대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이 있어 가능하지 몇년 전이었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PD는 종편을 하는 상황이라 녹음은 내가 체크해야 하는 상황이라 백만년만에 녹음실로 갔는데 녹음 작업도 굉장히 현대화가 되었다.  전에는 뒤깍이가 맞지 않거나 NG가 나면 다시 녹음을 해야 했는데 오디오 파일을 당겨서 화면에 맞추더라는... 그러니까 종편 따로 녹음 따로가 가능했겠지.  진짜 기술 발전이 좋기는 좋더라.   NG 없기로 소문난 베테랑 성우들이더라도 60분짜리 다큐 녹음에 2시간에서 3시간은 잡아야 하는데 2시간도 안 되서 끝났다.   

무사히 끝나기는 했지만 아쉬움이 많다.  정말 의미가 있고 이슈성이 강한 내용이라 좀 더 정리를 해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시간이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라도 내 마음에 90점 이상의 글을 썼겠지만... 잘난척이 아니라 그럴 자신은 있었다. 워낙 초를 다투면서 가다보니 거의 걸러지지 않은 날 것을 세상에 토해놓은 느낌이다. 

올 초에 했던 두 작품은 남들은 뭐라거나 말거나 내 마음에는 90점 이상이었는데.... 이 친구는 70점 정도.  좀처럼 손에 들어오기 힘든 양질의 재료인데 너무 평범하게 만들어 세상에 내보낸 느낌이라 더 아쉬움이 남는다.  천재 제자를 받았으나 선생의 능력부족으로 범재를 만들어 버린 그런 느낌?  -_-;;;;;  한번만 더 걸렀어도 훨씬 촉촉하고 여운이 있었을 텐데. 

글을 쓰는 내내 많은 상념이 스쳤고 더빙 대본을 쓰고 나면 존엄사에 대한 나름의 정리를 블로그에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끝나니 머리가 텅 빈 것처럼 그냥 피곤하다는 생각 밖에는.  사실 더빙대본에다가 다 쏟아내서 다시 반복하기는 귀찮아진 것 같다.  내가 그렇지 뭐.  ^^;

여튼 이제 미뤄놨던 다른 일들을 처리해야지.  지난 주 내내 방치해서 삐진 ㄱ1감독에게 내일부터 충성을 다 하겠다고 맹세를 해놨으니 거기도 신경 써야 하고 ㄱ2 감독의 일도......  일은 꽤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통장은 여전히 가난하다.  

그래도 연말 전에 돈 다 들어오면 잠깐은 쪼끔 부자가 되겠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