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은 까마득한 옛날 대학 시절에 심리학 개론 이후 -3학점인데 점수도 엄청 짰음. B였던가 B+이었음. -_-;- 담을 쌓고 살았는데 세상을 산 세월이 좀 쌓이다보니 나름대로 여러가지 고찰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 알게 된 건, 공포에 관해서.
공포는 멀거나 눈앞에 딱 닥쳤을 때는 오히려 그 강도가 비슷하고 보일듯 말듯한 거리일 때 가장 사람을 힘들게 짓누르는 것 같다.
왜 이런 헛소리를 하고 있냐면... 여기다는 11월에 한 정기 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네 어쩌네 하면서 징징거렸는데 사실 가장 심각한 건 암검사 중에 하나가 수치가 좀 심상찮게 나왔었다. 초음파에서는 잡히지 않아 결국 지난 주에는 CT까지 찍었는데 검사 날짜 하나씩 잡을 때마다 왜 이렇게 떨리는지. 검사 날짜를 잡으면 그때부터는 온갖 악몽에 잡생각들이 덮쳐오고 혼자 소설 쓰고 그 스트래스의 피크는 검사 이틀 전. 차라리 검사 하루 전날이나 끝낸 날은 괜찮은데 이틀 전은 정말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
결과는 지난 주에 나왔는데 오늘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건 혹시 나쁜 소리를 들었을 때 내가 과연 남은 마감을 다 마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였다. 신경 쓰이는 마감을 다 마치고 드디어 오늘 병원으로 고고씽~ 이렇게 그 얘기를 떠드는 건 좀 전에 결과 듣고 왔는데 아무 이상이 없으니 걱정 말고 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ㅇㅎㅎㅎㅎㅎㅎ
이런저런 검사비도 솔찬히 깨졌고 또 개인병원과 연계한 종합병원 협력진료 시스템의 그 엄청난 바가지에 대해 성토하고 싶은 내용도 많지만 좋은 소식을 들은 날이니 오늘은 까칠하게 굴지 않고 패스. 지난 한달 간 마감 펑크내지 않고 다큐까지 끝냈다는 게 스스로도 참 대견스러움.
이건 내 능력으로는 힘들 것 같은데, 함께 사는 인간에 대한 동물의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심리나 육체적 상태 감지력에 대해서 누구 능력있는 작가나 PD가 다큐멘터리로 꼭 만들어주면 좋겠다.
뽀삐를 보면서 정말 신기했던게, CT촬영을 결정하고 예약한 이후 지난 주까지 한 2주간 스트래스로 바이오 리듬이 완전히 바닥이었다.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심리적으로는 우울증 상태였달까. 상상이 만드는 온갖 시나리오와 공포에 빠져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기력 상태에 허우적거릴 때 평소라면 아빠한테 가서 자던 애가 나한테 완전히 껌처럼 달라붙어서 거의 24시간을 함께 해줬다.
그리고 목요일에 CT 촬영 후 포기 속의 안정이랄까. '에헤라디야~ 초음파에서도 안 잡히는 거면 암이라도 초기인데 뭐. 암보험도 많이 들어놨겠다, 다 받아내서 남은 돈으로 여행이나 가자~' 상태로 접어들자 밀착 방어가 바로 풀려버렸음. 그리고 오늘까지도 그냥 평균 수준의 친밀한 상태. 귀찮게 굴면 사라져서 뭐 먹을 때까지는 오지도 않는다. =.=
이런저런 잡소리가 많았는데, 다들 돈 아까워말고 건강 검진 제때제때 받으라는 것. 그리고 의료보험은 기필코 지켜내야 한다는 걸로 결론을 맺음.
[#M_원치않는 고찰 하나 더.|접기|이건 원치 않는 고찰인데... 올 초에 '유방암이 아니어서 기쁜 나머지 남편이 오피스텔 사줬다~'로 우리 모두에게 웃음을 줬던 그 모 장관 낙마자의 변이 쪼끔은 이해가 될락말락. 오피스텔은 그런 돈많은 남편을 둘 능력이 부족하니 당연히 언감생심이지만 너무 비싸서 들었다 놨던 손정완 코트를 나한테 사주고 싶다는 욕구가 무럭무럭. ㅎㅎ; 세일 품목이라서 지금 찾아가도 없을 테니 생각만으로 그치고... 그리고 사실 돈도 없다. ㅠ.ㅠ 왜 일은 그렇게 닥달을 하면서 시키고 돈은 안 넣어주는 거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