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09년. 이놈의 나라나 환율이 정상적이었으면 가을에 유럽 여행 가려고 열심히 계획 짜고 돈 모으고 행복해하고 있을 텐데. 할인 항공권 파는 사이트 들어가서 비행기표 보면서 혼자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올해는 암스테르담->브뤼셀(+브뤼헤)->밀라노(+베니스, 베로나, 피렌체)를 찍고 오려고 했는데. 하늘로 날아간 네덜란드 치즈와 청어, 벨기에 초콜릿, 밀라노의 눈 돌아가는 세일과 팩의 홍차, 지오반니 갈리 초콜릿. 프리슈토에 말아서 먹는 그리시니, 자라 매장 건너편에 있는 그 환상적인 프라고라 젤라또가 아삼삼하다. ㅠ.ㅠ 다시 한번 리만 브러더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주면서... 점심 먹으러 나가기 전에 브뤼셀에서 찍은 사진이나 정리하려고 앉았다.
들어가면 저기 접시 위에 있는 쿠키에 초콜릿을 찍어서 준다.
맛있음.
사진을 안 찍었는데 1층에 초콜릿 작업실이 있어서 여기 주인장인 쇼콜라띠에가 자기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설명도 해준다. 이런저런 자기 자랑이 늘어지는데 5유로나 내고 들어간 박물관이 너무 허접해서 상당히 실망한 상태 + 컨디션 최악이 겹쳐서 들은 둥 마는 둥.
초콜릿 관련 도구들.
초콜릿용 포트와 잔 세트에서 눈이 돌아갔으나... 자제했음.
여기서 그릇을 더 늘리면 집을 늘려야 한다. -_-;
위층으로 가는 계단에 초콜릿 관련 포스터나 광고 액자들.
초콜릿 마시는 그릇 컬렉션들~
가라앉는 초콜릿을 흔들어주기 위한 막대기가 달린 걸 보면서 머리 잘 썼다는 생각을 했다.
광고 포스터?
초콜릿으로 만든 옷과 부채, 흉상 등.
2층인지 3층인지 내부 전경이다.
이게 볼거리의 다이다.
나처럼 허접한 가이드북에 낚이지 말고 초콜릿 박물관은 필히 브리헤에 있는 걸 가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함.
그렇게 나와서 여전히 흐리지만 비가 그친 그랑 쁠라스 광장으로 이동~
거창하게 이동 어쩌고 하는데 박물관 골목에서 나오면 바로 광장으로 이어진다.
여기는 야경이 환상이라는데 아쉽게도 저녁에는 파리로 가는 기차를 예약해놓은 터라 낮에 찍은 사진만 가득하다.
광장 주변에 호텔도 많던데 다음에 가면 IBIS 같은 데에 예약해서 브뤼셀을 충분히 즐기고 초콜릿도 왕창 사와야지~... 이게 올 가을 나의 휴가 계획이었는데... ㅠ.ㅠ
광장을 360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을 보여주자면 동영상으로 돌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 뒤늦게 하고 있다. 이 역시 다음 기회에...
어딜 가나 지붕이나 천장에 관심을 갖는 내 괴벽 때문에 지붕 꼭대기 사진이 많다. ^^
건물 자체도 멋지지만 꼭대기에 있는 다양한 조각상들이 진짜 끝내준다.
우리나라 건축물 지붕에 있는 악귀를 쫓기 위한 그 조각상(? 정확한 용어가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남)들도 나름대로 특징이나 의미가 있지만 여기 건물들 꼭대기에 세워놓은 것들은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 저런 노가다라니.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교황이나 추기경으로 보이는 윗윗 사진의 동상을 보면서 조반니노 과레스끼의 신부님 시리즈 중 에피소드 하나가 떠올랐다. 그 시골동네 성당 꼭대기에 있었던 13세기의 걸작인 가브리엘 천사 조각상.
아마 쟤들도 수백년동안 저렇게 비바람을 맞으면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과 역사를 지켜봤겠지.
오래된 유물이나 건축물, 혹은 자연을 보면 인간의 유한함에 대해 그다지 원치않는 고찰을 하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