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좀 괜찮아지기도 했고, 찡찡거리고 툴툴거리는 거에 비해서는 마음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지 요즘 아침마다 눈 뜨면 차 한잔을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치를 즐기고 있다.
덕분에 이미 유통기한을 넘겼을 트와이닝의 트래디셔널 애프터눈도 지난 주에 밀크티를 만들어 마시면서 털었고 (^^) 마리아쥬 프레레의 마르코폴로도 꺼내놓은 건 다 마셨다. 그러고 보니 티센터 오브 스톡홀름의 소데르 블렌딩이랑 얼그레이도 다 마셨고, 위타드의 올드 잉글리쉬 프루츠도 다 털었음.
차통을 하나씩 비워가면서 새 차를 뜯을까도 했지만 그건 친구들이 차 마시러 놀러왔을 때로 미루고 이번 주는 그동안 교환해놓은 소분 티를 마시기로 결심하고 선택한 게 저 친구들이다.
먼저 자넷의 마이 엔젤.
이 친구는... 살구로 추정되는 복숭아와 비슷한 향이 물씬물씬 풍기는 과일향 홍차. 복숭아 향 홍차는 아이스티로는 마셔도 핫티로는 절대 못 마시는 요상한 괴벽이 있어서 차를 뜯었을 때도 살짝 당황했고 우릴 때도 좀 고민했다. 복숭아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미묘하게 아닌 것 같아 우렸는데 성공~
복숭아나 살구나 그게 뭐가 다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엄연히 다르다. 살구는 좀 더 상큼하고 새콤하달까? 복숭아 향기 특유의 뭔가 내 비위를 거스르는 그런 들큰함이 없다. 과일향 홍차는 오렌지나 사과처럼 깔끔한 쪽을 선호하는데 얘는 아주 마음에 들었고 마실만 했다.
하지만 역시 이런 달달한 계열의 과일차는 핫티보다는 아이스티에 어울리는 고로 잘 밀봉해뒀다가 여름에 아이스티로 즐기기로 했음. 아이스티 감상도 아마 그때 올리지 않을까 싶다. 그 맛이 기대된다.
로네펠트의 오렌지 페코는 오렌지 페코를 마실 때 기대하는 딱 그런 맛과 향이다.
홍차캔디를 녹여 놓은 것 같은 다홍빛 수색에 구수하고 동글동글해 목넘김도 아주 좋고 식사, 디저트 어디에도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아까 회의 마치고 돌아와서 잡곡빵 토스트랑 곁들여 먹었는데 깔끔하게 입을 씻어주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만족도가 높기는 하지만... 비슷한 종류의 클래식 티가 넘치고 또 한국에서 로네펠트가 정말 칼 든 강도같은 가격으로 팔리는 고로 독일에 갈 기회가 있지 않고서는 내 돈 내고는 구입의사 없음.
근데... 따져보니 내가 가진 홍차 중에서 내 돈 내고 한국에서 산 건 거의 없다. ^^; 차박람회의 세일가나 옥션 같은 곳에 선물하려고 너무 많이 사와서 현지에서 사온 가격으로 넘긴다고 나온 그런 걸 제외하고는 다 현지구매 아니면 선물받은 거다.
베노아의 파인 다즐링도 거의 다 마셔가고 있는데 그거 다 마시면 헤로즈에서 사온 다즐링이나 네팔의 일람 홍차를 개봉해야지~ㅇ 다음주 목요일에 점심 먹고 우리 집에서 차 마시기로 했는데 그날은 어떤 홍차를 개봉할까 행복한 고민 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