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돈은 얼마 되지도 않고 감독 얼굴 봐서 할 수 없이 해주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러면 알아서 할 것이지 그 돈 주면서 멋진 표현 어쩌고 하는 그런 뜬구름 잡는 수정까지 요구하다니... -_-; 열받아서 게으름을 피우며 포스팅.
1. 말 안 되는 원고료 얘기가 나온 김에 지난주부터 오늘에 걸쳐 있었던 일 하나부터 주절주절해보자면... 아는 프로덕션에서 3월 말에 방송되는 자연 다큐 하나 하자는 연락이 왔었다. 좀 촉박하긴 하지만 길게 끌지 않는 그런 게 오히려 편하기도 해서 잠시 솔깃했는데 30분짜리 다큐 원고료가 90... -_-a
그 원고료로는 일 못하겠다는 거절은 바로 못하고 일정이 안 맞아 생각 좀 해보겠다는 식으로 끊어놓고 그날 예전에 같이 일했던 서브작가 ㅇ양 -지금은 당근 메인 작가-과 저녁 + 술 마시다가 그 얘기를 했더니 자연 다큐를 너무너무 해보고 싶었다는 ㅇ양이 솔깃. 그렇지만 90은 말도 안 되고 대충 120 선 정도까지만 네고를 해보기로 했는데 역시나 손톱도 안 들어간다.
지금 당장 별 일도 없고 경험 삼아, 또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얘도 어쩔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가뜩이나 열악해지는 우리 업종의 원고료 하락에 일조를 하게 될 것 같다고 오늘 최종적으로 포기를 결정했다. 나도 그 의견에 동조.
작가 많이 쓰는 구성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없어져서 요즘 구인 광고 하나 올라오면 이력서가 백장씩 들어온다고 한다. 반면 이 틈을 타서 IMF 때 후려친 원고료를 그마나 다시 쥐어짜고 있다던데... 90에도 누군가 하기는 하겠지만 나나 ㅇ양 정도 경력의 작가를 저 원고료에 쓸 수 있다는 걸 프로덕션들에게 우리가 학습을 시키면 안 되지.
그나저나 아직도 부모님 그늘에서 빌붙어 사는 ㅇ양이나 나는 그나마 당장 굶어죽을 걱정은 없다지만 독립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는 건지... 정말 큰일이다. 이렇게 끄적거리니... 열 받던 수정도 조금은 의욕이 생기는군. 짜긴 하지만 이건 5분짜리니까. ^^;
2. 바로 위에 먹고 살기 팍팍하단 얘기를 써놓고 그 아래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긴 하지만... 요즘 미친듯이 세일하는 니만 마커스며 나인 웨스트, 빅토리아 시크릿 등등을 보면서 눈물을 줄줄줄.
30%도 아니고 50%도 아니고... 70~80% 세일 퍼레이드. 더구나 예전엔 50%로만 내려가도 내 사이즈는 없었는데 다 있다. 환율 1300원대를 달릴 때 1000원대를 그리워하면서 1200원 정도만 해도 지르겠다고 했던 게 작년인데 지금은 보면서 1300원만 되도 지를텐데 하면서 한숨만 푹푹푹.
이러다 또 두어달 뒤에는 환율 2000 시대에 1500원대인 지금을 그리워하게 되는 건 아닌지.
3. 2번까진 그저께 끄적거리다 귀찮아서 저장만 해버린 거고 여기부터는 오늘 버전.
오늘 딴나라당이 미디어법을 강도짓을 하면서 상정하는 걸로 뒤집어졌던데 어제도 언론에는 안 나갔지만 역시나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 한 건이 있었다. 어제 방통위 지원 공지가 떴는데.... 독립 제작사(=프로덕션) 제작지원이 올해는 없어졌다.
그 지원금은 열악한 독립 프로덕션이 아이디어를 짜내어 뭔가 뽀대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볼 수 있는 사실상 유일무이한 기회다. 특히 올해처럼 경제가 개판인 때에는 기업 협찬 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인데.... 작년에 말도 안 되는 일부 기획에 퍼주고 눈먼 돈잔치 하는 거 보면서 내 세금이 저리로 다 빠지는구나~ 가슴아파 하긴 했지만 사실 좋은 게 더 많았다. 내가 아는 감독만 해도 몇명이나 그거 노리면서 작년부터 준비하고 있는 거 아는데 지금 얼마나 황당할지.
나야 방송 기획은 절대 프로덕션하고는 안 한다는 주의니까 별 상관이 없지만... 기획하고 있는 애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하여간 이번 정권은 다양성과 약자 배려는 아예 입력 자체가 안 되는 것 같다. 영화판에 있는 사람들도 올해부터 지원 날아가서 완전 전전긍긍하고 있던데 정말 무식하고 무개념이라는 걸 곳곳에서 인증을 하는군.
문제는 이래도 또 찍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4. 저 위 글 초입에서 어떻게 그 원고료로 수정까지 요구하냣! 하고 욕했었는데 어제 또 비슷하게 열악한 것 하나도 감히(-_-+++) 수정을 요구해서 그것도 마무리. 이제 다음 주까지는 속세와 인연을 끊고 기획안이나 마무리해야겠다.
5. 작년 연말에 들어와야 하는데 속 썩이던거 어제 하나 수금 됐던데 다른 건 또 언제 들어오려나. 하긴 어제 들어온 것도 약속보다 50을 덜 넣었기에 잽싸게 전화해서 마저 넣으라고 하긴 했는데... 아까 확인해을 때 안 들어왔음. 내일 오후까지 기다려보고 안들어오면 까칠한 문자 한번 돌려줘야지. 어차피 줄 돈인데 왜 이렇게 매번 사람 간을 보는지. -_-+++++
근데... 설 연휴 직전에도 원고료 쫌 되는 거 들어 왔었고, 또 어제 것도 50을 빼고 들어왔어도 꽤 되는 돈인데 25일이란 날짜에 맞춰 보험이며 이것저것 빠져나갈 것들 다 옮겨놓고 나니 이제 카드비와 빠듯한 다음 달 생활비밖에 안 남았다. ㅠ.ㅠ 내 은행 계좌에는 몰래 돈을 먹는 귀신이 있는 것 같다.
6. 빈약한 내 은행 잔고를 더더욱 메마르게 하고 있는 우리 뽀삐. 올해 들어 계속 골골거리는 쟤의 상태에 일희일비하면서... 나도 서서히 인정을 하고 있다. 뽀삐는 더 이상 어리지 않고 지금 저 상태가 뽀삐의 평균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으로 치면 50대로 접어드는 나이. 쟤가 지금 겪고 있는 건 사람으로 치면 갱년기의 증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젊을 때는 젊음에 가려 묻혀 있었던 몸의 좋지 않은 부분들이 이제 급격하게 표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하고 또 한 차례 늙어가는 계단을 밟는 바로 그 시기. 나도 언젠가는 겪어야할 갱년기를 쟤는 먼저 겪고 있는 거겠지.
나를 지치게 할 정도로 활발하고, 마음 먹고 달아나면 내가 잡지 못할 정도로 뽀삐가 빠르고 날쎄던 시절은 돌아오지 않을 거다. 그 기억에 맞춰 나랑 뽀삐를 볶지 말고 여전히 명랑하고 착하고, 나를 많이 사랑해주는 뽀삐가 자기 나이에 맞는 컨디션과 건강을 유지하면서 살게 해주고, 그것에 감사하는 게 우리가 행복한 길인 것 같다.
'개와 고양이의 노령동물 의학' 같은 책은 더 이상 읽지 말아야겠다. 전립선을 제외하고는 -뽀삐는 여자라- 그 책에 나온 모든 병에 다 걸릴 것 같아 내 정신 건강에 아주 심한 악영향을 주고 있음.
내일 갑상선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모르는 병보다는 차라리 조절이 되는 그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