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버돌 | 루비박스 | 2009.2.28~3.1
원제는 Mr. Darcy Takes a Wife: Pride and Prejudice Continues 로 2004년에 나온 책. 주문한지 꽤 됐는데 배송이 거의 해외 배송 수준으로 엄청나게 늦어지는 바람에 어제 도착해서... 어쩔까 하다가 막판에 유혹에 넘어가느니 미리 해치우자 생각하고 그냥 읽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의 소설 등을 읽으면서 그들이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았을까를 나름대로 상상해본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빨강머리 앤이나 키다리 아저씨의 경우는 작가가 직접 그 궁금증을 풀어줬지만 제인 오스틴은 대부분의 경우 매정스럽게 결혼에서 딱 끝을 내버리기 때문에 길고 긴 에필로그나 일대기에 익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작가들 역시 비슷한 결핍을 느꼈던 모양이다.
이 책 날개에 나온 설명대로라면 이 책을 쓴 린다 버돌 이전에도 오만과 편견 그 후의 이야기를 쓴 작가들이 꽤 있었던 모양인데 -설명대로 이게 최고라서 이게 번역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건 이거 하나뿐이니 비교는 불가능.
초반부 문장이나 분위기는 확실히 제인 오스틴 특유의 살짝 시니컬하면서도 정중한 분위기를 따라가고 있다. 그래서 오호~ 정말 제인 오스틴이 쓴 것 같은 문장이네~라는 감탄사가 나오려고 했지만... 역시 글이란 건 절대 지울 수 없는 지문인지 초반을 넘기자마자 제인 오스틴의 색깔은 사라지고 -물론 간간히 그 색깔을 덧칠하려는 노력은 보였지만- 린다 버돌의 색깔이 나오기 시작한다.
19세기와 21세기라는 시간의 괴리와 200년의 시차를 둔 로맨스 시장의 변화에 맞춰 오만과 편견 그 후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서구 리젠시 로맨스 수준의 섹스신 묘사를 해주고 있다. 아마 19세기에 발간됐다면 빨간 딱지가 붙어서 몰래몰래 암시장에서 유통이 되어야할 그런 수준이었겠지만 21세기 독자의 눈에는 뭐 그냥저냥.
솔직히 오만과 편견에 빠졌던 독자들은 두 사람이 행복한 결말을 계속 이어가기만 한다면 어떤 얘기들이 길게 줄줄이 이어져도 충분히 즐길 자세가 되어 있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이 책은 그 독자들의 바람에 꽤 충실하게 따라간다.
그런데 -작가로서 당연한 욕심이겠지만- 치밀하고 꼼꼼하게 창조하고 싶은 욕심이 지나쳤는지 불필요한 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쥘리에트 같은 새로운 인물이 정말 꼭 필요한 톱니바퀴라면 인정하겠지만 솔직히 초반부터 온갖 복선을 깔아놓고 등장시킨 이유는 마지막까지 모르겠다. 간략한 설명만으로도 얼마든지 지나칠 수 있고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정말 뜬금없었음.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감정선도 설득력이 좀 모자랐고.
그리고 오만과 편견을 꼼꼼히 읽었던 독자들의 눈에는 제인 오스틴이 설정했던 것과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은 연결고리들이 곳곳에 튀어나와 몰입을 방해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에서는 꽤 괜찮은 배경을 가진 부유한 신사 정도였던 피츠윌리엄 다아시씨가 런던 사교계에서 손꼽히는 명사로 격상되고 독특하고 매력적인 중산층 아가씨였던 엘리자베스가 엄청난 매력과 미모를 가진 보잘 것 없는 집안 출신으로 묘사되는 그런 괴리감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른 것인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소소한 고리들이 너무나 많이 튄다고 할까?
섭정시대인데 웬 뜬금없는 코르셋의 등장인지. 이때는 슈미즈 드레스가 유행하던 시기로 코르셋이 여성들을 다시 고문하기 시작한 건 나폴레옹이 완전히 몰락한 이후부터이다. 그리고 원서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번역자의 실수인지, 원작자의 실수인지 모르겠지만 먼저 다아시의 사촌인 피츠윌리엄 대령. 제인 오스틴은 그가 부유하지 않다고 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엄청 부유했다가 또 다시 부유하지 않았다가 배경 묘사가 오락가락.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만남 관련해서도 군데군데 튄다. 또 다아시 부모의 나이 차이도 어머니가 10살 연상이었다고 했다가 5살 연상이라고 했다가 왔다갔다. 일일이 메모한 게 아니라서 다 적을 순 없지만 이런 식으로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이런 오류를 누가 만들었던 간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번역자에게 상당 부분 책임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작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백한 오류는 번역자 선에서 걸러줘야 한다. 오만과 편견을 읽지 않았는지 그 책을 읽은지 10년도 더 넘은 무심한 독자인 내눈에도 보이는 게 하나도 수정되지 않았다.
하긴.... 번역(혹은 편집자)의 전반적인 수준을 볼 때 버거운 요구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의미를 거꾸로 번역을 해놓은 것도 몇몇개 봤고 (원서를 보지 못했지만 문맥상으로 분명히 아니라서 확신) 복스홀에 붙여놓은 각주를 보면서는 실소를 넘어 폭소를 내뿜었다. 모르면 그냥 각주를 붙이지 말고 가지 어떻게 완전히 엉뚱한 해석을 해놓을 수 있는지... 번역자의 실수인지 편집자의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문학 서적도 아니고 소설에서 이렇게 번역에 까칠해보기도 참 오랜만이다. 근데... 나처럼 평범한 독자의 눈에 이렇게 많이 보인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한 거 아닌가?
각설하고 느낌 정리. 작가가 너무 욕심을 내어 불필요하게 했던 시도를 빼버리고 그냥 제인 오스틴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끝까지 갔다면 더 깔끔하고 좋았을 것 같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의 소설 등을 읽으면서 그들이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았을까를 나름대로 상상해본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빨강머리 앤이나 키다리 아저씨의 경우는 작가가 직접 그 궁금증을 풀어줬지만 제인 오스틴은 대부분의 경우 매정스럽게 결혼에서 딱 끝을 내버리기 때문에 길고 긴 에필로그나 일대기에 익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작가들 역시 비슷한 결핍을 느꼈던 모양이다.
이 책 날개에 나온 설명대로라면 이 책을 쓴 린다 버돌 이전에도 오만과 편견 그 후의 이야기를 쓴 작가들이 꽤 있었던 모양인데 -설명대로 이게 최고라서 이게 번역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건 이거 하나뿐이니 비교는 불가능.
초반부 문장이나 분위기는 확실히 제인 오스틴 특유의 살짝 시니컬하면서도 정중한 분위기를 따라가고 있다. 그래서 오호~ 정말 제인 오스틴이 쓴 것 같은 문장이네~라는 감탄사가 나오려고 했지만... 역시 글이란 건 절대 지울 수 없는 지문인지 초반을 넘기자마자 제인 오스틴의 색깔은 사라지고 -물론 간간히 그 색깔을 덧칠하려는 노력은 보였지만- 린다 버돌의 색깔이 나오기 시작한다.
19세기와 21세기라는 시간의 괴리와 200년의 시차를 둔 로맨스 시장의 변화에 맞춰 오만과 편견 그 후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서구 리젠시 로맨스 수준의 섹스신 묘사를 해주고 있다. 아마 19세기에 발간됐다면 빨간 딱지가 붙어서 몰래몰래 암시장에서 유통이 되어야할 그런 수준이었겠지만 21세기 독자의 눈에는 뭐 그냥저냥.
솔직히 오만과 편견에 빠졌던 독자들은 두 사람이 행복한 결말을 계속 이어가기만 한다면 어떤 얘기들이 길게 줄줄이 이어져도 충분히 즐길 자세가 되어 있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이 책은 그 독자들의 바람에 꽤 충실하게 따라간다.
그런데 -작가로서 당연한 욕심이겠지만- 치밀하고 꼼꼼하게 창조하고 싶은 욕심이 지나쳤는지 불필요한 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쥘리에트 같은 새로운 인물이 정말 꼭 필요한 톱니바퀴라면 인정하겠지만 솔직히 초반부터 온갖 복선을 깔아놓고 등장시킨 이유는 마지막까지 모르겠다. 간략한 설명만으로도 얼마든지 지나칠 수 있고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정말 뜬금없었음.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감정선도 설득력이 좀 모자랐고.
그리고 오만과 편견을 꼼꼼히 읽었던 독자들의 눈에는 제인 오스틴이 설정했던 것과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은 연결고리들이 곳곳에 튀어나와 몰입을 방해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에서는 꽤 괜찮은 배경을 가진 부유한 신사 정도였던 피츠윌리엄 다아시씨가 런던 사교계에서 손꼽히는 명사로 격상되고 독특하고 매력적인 중산층 아가씨였던 엘리자베스가 엄청난 매력과 미모를 가진 보잘 것 없는 집안 출신으로 묘사되는 그런 괴리감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른 것인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소소한 고리들이 너무나 많이 튄다고 할까?
섭정시대인데 웬 뜬금없는 코르셋의 등장인지. 이때는 슈미즈 드레스가 유행하던 시기로 코르셋이 여성들을 다시 고문하기 시작한 건 나폴레옹이 완전히 몰락한 이후부터이다. 그리고 원서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번역자의 실수인지, 원작자의 실수인지 모르겠지만 먼저 다아시의 사촌인 피츠윌리엄 대령. 제인 오스틴은 그가 부유하지 않다고 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엄청 부유했다가 또 다시 부유하지 않았다가 배경 묘사가 오락가락.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만남 관련해서도 군데군데 튄다. 또 다아시 부모의 나이 차이도 어머니가 10살 연상이었다고 했다가 5살 연상이라고 했다가 왔다갔다. 일일이 메모한 게 아니라서 다 적을 순 없지만 이런 식으로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이런 오류를 누가 만들었던 간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번역자에게 상당 부분 책임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작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백한 오류는 번역자 선에서 걸러줘야 한다. 오만과 편견을 읽지 않았는지 그 책을 읽은지 10년도 더 넘은 무심한 독자인 내눈에도 보이는 게 하나도 수정되지 않았다.
하긴.... 번역(혹은 편집자)의 전반적인 수준을 볼 때 버거운 요구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의미를 거꾸로 번역을 해놓은 것도 몇몇개 봤고 (원서를 보지 못했지만 문맥상으로 분명히 아니라서 확신) 복스홀에 붙여놓은 각주를 보면서는 실소를 넘어 폭소를 내뿜었다. 모르면 그냥 각주를 붙이지 말고 가지 어떻게 완전히 엉뚱한 해석을 해놓을 수 있는지... 번역자의 실수인지 편집자의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문학 서적도 아니고 소설에서 이렇게 번역에 까칠해보기도 참 오랜만이다. 근데... 나처럼 평범한 독자의 눈에 이렇게 많이 보인다면 정말 문제가 심각한 거 아닌가?
각설하고 느낌 정리. 작가가 너무 욕심을 내어 불필요하게 했던 시도를 빼버리고 그냥 제인 오스틴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끝까지 갔다면 더 깔끔하고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