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아이스 댄스.
둘 중 하나가 상대편 나라로 귀화를 해서 돔니나와 아고스토가 한조를 이룰 수는 없을까? 페어나 아이스댄스를 보면 대부분 남자 선수의 실력이 훨씬 좋고, 파트너인 여자 선수의 능력에 따라 팀 레벨이 결정이 되는데 돔니나&샤발린 커플을 보면 돔니나가 이 팀 레벨의 70%를 감당하고 있는 것 같음. 작년부터 느끼기 시작했는데 올 시즌 내내 볼 때마다 정말 적당한 사람만 있으면 돔니나 파트너를 좀 갈아주고 싶다. 하긴... 적당한 사람이 있었다면 돔니나 자신이 갈아치웠겠지.
벨빈과 아고스토야 작년 뿐 아니라 처음 봤을 때부터 하느님은 벨빈에게 미모와 뛰어난 파트너를 주셨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스케이팅 스킬은 주지 않으셨다는 생각을 했으니. 참새 눈물만큼씩 늘기는 하지만 역시 아고스토가 너무 불쌍해. 근데 올해 메달권 아이스 댄스팀들이 월드에 불참했다는 것 + 미국이 개최지라는 잇점이 있긴 했지만 이번 얘네 점수는 인간적으로 좀 뻥튀기였다.
호클로바&노바츠키는 작년 시즌부터 프로그램이 심하게 내 취향인데 이상하게 점수가 쫌... 아무래도 내가 마이너인 것 같다. -_-+++
기대했던 테사&버추도 그렇고 나머지 팀들은 솔직히 별로 인상에 남지 않아서 다 생략.
페어.
2007-2008년 월드 때 유럽에서 열리지 않았다면 절대 1위를 할 수 없었다는데 10만원 걸 수 있는 사브첸코&졸코비 조가 올해는 반론의 여지없이 1위를 했다. 어려운 거 다 끝내고 그 쉬운 데서 넘어지긴 했지만. 쇼트 프로그램이야 말할 나위도 없고, 프리 프로그램은 재난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난 좋아함. (역시 마이너?) 내년 시즌에 어떤 프로그램을 가지고 올지 기대된다.
팡&통은 진행상의 실수 때문에 맥이 빠져 제대로 자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느낌. 음악만 제대로 나왔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작년에 장&장에 이어 올해도 중국 죽이기에 나섰나? 하는 음모론까지 떠오를 정도로 그랬다. 사대륙이며 그랑프리에서 보여줬던 정도만 했어도 포디움에는 충분히 섰을 텐데. 올해 이 팀의 전혀 중국스럽지 않은 프리 프로그램을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아쉬웠다.
장&장은 그야말로 쌀자루 던지는 전형적인 중국 스타일 페어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작년에 유럽세이 밀려 정말 눈 멀쩡히 뜨고 금메달을 도둑맞은 터라 동정표로 애정을 갖게된 팀. 작년에는 완전 강탈당했지만 올해는 실력대로 2위를 했으니 할 말은 없다. 쇼트 프로그램 정말 간만에 세련되고 좋았음. 프리는 역시나 중국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뭐.
무호토바&트란코프. 얘네의 쇼트는 정말 올해 쇼트 프로그램 중에 최고임. 그렇지만 프리에서는 변함없이 말아드셨다. 카메라가 돌아가거나 말거나, 눈앞에 2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있거나 말거나 성질 버럭내는 무호토바를 보면서 얘네팀이 깨지지 않는 게 새삼 신기. 전에는 트란코프가 버럭거렸던 것 같은데 이제는 역전? 프리는 능력에 맞게 손을 좀 보고, 쇼트는 내년에도 계속 해서 올림픽에서도 쓰면 어떨까 싶음.
러시아의 가와구치(귀화해서 이제는 가와구티라는데 그냥 부르던대로~ ^^)&스미르노프팀은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걸 느끼겠다. 그리고 엄청난 충격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프로그램을 수행한 유코의 정신력에도 감탄. 그렇지만 아직은 이 팀에게 특별한 매력은 못 느끼겠다. 남자 선수의 파트너 리드 능력이 참 좋고 또 자기 파트너를 굉장히 위한다는 느낌은 인상적임. 무호토바네랑 비교가 되서 더 그런 모양이다.
볼로소자&모로조프는 100m 심은하처럼 뭔가 옛 페어 전성기 시절의 향수를 살짝 느끼게는 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아닌 그런... ㅎㅎ; 미국과 캐나다 팀 등은 내 취향이 아니어서 다 감상 생략.
남자 싱글.
랑비도 없고, 제프리도 없고, 거기다 조니도 없는 월드는 팥없는 찐빵이다 못해 관람의 의욕까지 상실하게 하더라는... -_-; 더구나 2007-2008 주니어 월드 때 트리플 악셀을 뛰지 않은 주니어 남싱 챔프가 나온데 이어 올해에는 월드에서 쿼드를 뛰지 않은 월드 쳄프가 나오다니... 작년에 제프리도 쿼드 안 뛰지 않았냐고 따진다면 제프리는 본래 쿼드를 못 뛰고 예술성으로 밀고 나가는 스케이터였지만 올해 포디움이 든 인간들은 쿼드를 뛰어야 하는 인간들이었다고 대답하겠음.
특히 라이사첵 너는 쿼드 뛴다고 조니랑 같이 인터뷰 할 때마다 그렇게 잘난척을 하더니!!!!! 쿼드가 남싱의 전부는 아니지만 쿼드를 뛰지 않은 올림픽 챔프가 나오는 비극은 없으면 좋겠다. 작년과 올해 남싱들을 보면서 시대를 잘 못 골라 태어난 압트와 혼다 다케시가 정말로 불쌍하게 느껴짐. 그래... 인심 써서 티모시 게이블도. 다들 지금 시대에 활동을 했으면 한자리씩 차지했을 텐데 어쩌다 쿨릭, 제냐랑 야구딘과 동시대에 선수 생활을 한 건지. 인간은 정말 줄을 잘 서야 한다.
포디움에 든 선수들에게 대해선 특별히 할 얘기 없고, 데니스 텐을 보면서 감동. 어쩌면 저런 어린애가 저런 스케이팅을 할 수 있을까. 그루지야의 엘렌처럼 방황하지 말고 저대로 성장하면 좋겠다는 기도를 하게 됨.
그리고 김민석군에 대해서도 끄적이자면. 이 친구가 안경쓰고 스케이팅하던 꼬꼬마 시절, 주니어 그랑프리 대표 선발전 때 시원하게 말아드시는 걸 구경한 적이 있었다. 국제 대회에 내보낼 수 있는 유일한 주니어 남자 선수라서 내 새끼 모드로 잘 되라고 바라는 거였지. 트리플 3개 정도만 제대로 마스터해도 다행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트리플 악셀까지 뛰다니... 올 시즌에 정말 놀랐음. 다치지 않고 꾸준히 가면 쿼드까지 뛰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물론 그 전에 3-3부터 해야겠지만.
우리가, 그리고 한국 피겨 선수들이 김연아에게 가장 감사해야할 건, 그녀로 인해 피겨 경기에 관객들이 모여들었고 호응을 받으며 경기하는 선수들이 관객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김민석 선수는 그 대표적인 수혜자이지 싶음. 그런 의미에서 이동훈 선수에 대한 아쉬움이 다시 한번.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나기도 했지만... 근데 자기가 개척할 수도 있었는데...
여자 싱글.
라우라 레피스토. 참 매력적인 선수. 굉장히 눈에 띄게 화려한 것도 아니고, 테크닉이나 예술성이 엄청나게 뛰어난 것도 아닌데 딱 규졍지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쇼트 때 거의 실수하지 않던 3-3을 제대로 붙이고 프리 때 룹에서 넘어지지 않았으면 순위가 더 올랐을 텐데. 그래도 늘 실수하던 러츠를 랜딩했으니 축하!
아사다 마오는 4위. 선수 생활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경기 때 포디움에 서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 싶음. 여기니까 하는 소리인데 마오도 꽤 늘긴 했다. 근데 아직도 자기에게 어울리는 걸 찾지 못하고 있는 느낌. 예전의 반짝반짝함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제 20대를 향해 가고 있는 사람에게 어릴 때의 광휘를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지만... 뭔가 그 반짝거림과 연결되어 어울리는 색깔을 찾는 게 좋을 텐데 하는 그런 아쉬움? 물론 쉽지는 않을 거다. 콩쿨 나갈 때나 연주 때 자기한테 잘 어울리고 잘 맞는 스타일이 아니라 점수 잘 나오는 곡을 선택하는 것처럼 그런 안전한 선택을 하고 싶겠지.
새로 바뀐 자주색 프리 의상에 대해 말이 많던데 목에 달린 그 갑갑한 러플만 빼면 검정색보다 훨씬 예쁘더만. 난 패션 감각도 역시나 마이너? ㅜ.-
안도 미키. 미키가 돌아왔다~로 간략하게 정의. 급하게 바꾼 프리 프로그램인데 별다른 안무가 없는 게 오히려 깔끔하니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의상도 적당히 화려하고 심플하니 딱 좋았음. 모로조프가 이 정도쯤에서 화려함에 대한 욕구를 자제해주면 정말 좋겠다. ^^
조애니 로셰트. 항상 능력보다 점수를 못 받는다고 생각했던 선수라서 올해 좀 퍼받는 경향이 있어도 거기에 전혀 안티가 걸리지 않는다. 올해 프로그램도 둘 다 자기 몸에 딱 맞는 스타일. 컨디션에 따라 널을 좀 뛰기는 하지만 힘차고 좋은 스케이팅을 하는 선수라 좋아함. 근데 이번 프리는 점수가 진짜로 좀 심하게 후한듯.
카롤리나 코스트너. 아팠던지 다쳤던지 뭔가 컨디션에 심하게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본래 엄청나게 업다운이 심한 스타일인데다 바로 앞에 연아양의 세계 신기록 때문에 많이 흔들리긴 했겠지만 그런 모든 걸 감안해도 이번 월드는 너무 심했음. 작년에 말도 안되게 퍼받은 점수 때문에 미운털이 박혀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로 못해야지 정도를 넘어서 흔들리니까 걱정이 되기까지 하더라.
그나저나 올림픽 티켓 많이 따내려고 모 아니면 도로 카로한테 올인하는 꼼수를 부렸던 이태리 피겨 연맹은 완전히 망했다. ㅎㅎ; 고소미.
김나영. 연아양에 묻혀서 한국 피겨에서 월드 퀄리파잉 통과한 사람도 몇명 안 된다는 걸 잊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잘 자라고 있는 소녀. 2007 월드 끝나고 다음 월드 때 연아양이랑 같이 나가는 선수는 선배가 아니라 같은 나이나 어린 선수였으면 좋겠다고 얘기할 때 그럴 선수가 있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는데, ^^ 아직 세련미도 부족하고 자신감도 부족하지만 그건 경험이 메워줄 문제니까 잘 해내겠지.
김연아. 더 말할 필요도 없는 레전드 등극. 쇼트 세계 신기록과 총점 신기록 축하. 그녀에 대한 감회랄지 소회는 나중에 올림픽이 끝난 다음에 찬찬히 한번 정리해봐야겠다. 근데 SBS에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발레곡 세헤라자데"라고 프리 프로그램 중계할 때마다 아나운싱을 하던데... 그거 아니라고 메일이라도 보내서 정정을 해줘야지~ 하다가 시즌이 끝나버렸다. ㅋㅋ
[#M_세헤라자데 관련 뻘|접기|그냥 옆으로 한참 새서 아나운서에게 보내줄까 했던 세헤라자데 얘기를 잠깐 하자면...
세헤라자데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교향시로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활동하던 당시 발레곡은 2류 작곡가나 쓰는 장르라고 엄청 무시를 받았다. 발레곡을 쓰던 차이코프스키에게 발레곡 같은 걸로 재능을 낭비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을 정도인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은 절대 2류가 아님. 당시 발레곡들과 달리 너무 정교하고 수준이 높아서 흥행에서 다 망했다. ^^;;;) 당시 러시아 음악계의 거두였던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발레곡 따위를 쓴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
그런데 발레 륏스를 만든 디아길레프라는 흥행사가 세헤라자데를 갖고 발레를 만든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미망인이 절대 안된다고 펄펄 뛰었지만 저작권 따위는 아무도 모르고 었던 시절이니, 한다 하면 하는 무대포 디아길레프가 늙은 미망인의 반대에 코방귀를 뀌어버리고 그냥 고고~
그렇게 해서 완성된 발레 세헤라자데는 무용 뿐 아니라 20세기 초반 패션, 건축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걸작이 되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세헤라자데는 교향시이지 발레곡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
만약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20세기 초반까지 살아있었다면 자기 걸작이 하등한 발레에 쓰이는 걸 절대 눈 뜨고 봐주진 않았을 테고, 무용사에 세헤라자데라는 걸작은 없었을 테고, SBS 아나운서는 세헤라자데를 발레곡으로 계속 말하는 실수는 안했을 테고~
근데... 작년 11월부터 몇달동안 어떻게 단 한명도 그 멘트를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고집 세게 밀고 나갔던 걸까? 어느 쪽이건 뷁이긴 하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니 즐거운 시즌이었음. 이제 내년 시즌에 누가 어떤 곡으로 돌아올까,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를 두근두근하면서 기다리는 한 해가 되겠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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