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인가 지지난주에 우리 집에서 티타임을 가지면서 그 핑계로 눈팅만 하던 마리아쥬 프레레 두 종류를 개봉했다.
처음 우린 것은 마리아쥬 프레레의 떼 드 룬. 직역하면 달의 차가 되나? 홍차 브랜드들은 차 이름에 '달'을 붙이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개봉했는데 봉투를 뜯고 맡은 첫 향기의 느낌은 '오오~ 죽인다!' 코부터 머리까지 감싸안을 듯 달콤하면서 알싸한 향. 역하지 않은 과일향기도 가득 느껴진다.
맛도 향에서 받은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후각을 자극하는 달콤함과 동글동글 풍부하고 구수한 차의 맛이 아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계속 넘어감. 입안에서 퍼지는 향기도 아주 그윽하고 오래 우려도 쓰지 않고 풍부함을 유지한다.
다 마시고 정보를 찾아봤는데 -마리아쥬는 블렌딩 정보를 절대 올려놓지 않는 못된 습관이 있어서- 뭐가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고, 상해의 가을 저녁, 달 그늘에 비친 마천루와 도시의 이미지를 구현했다는 뜬구름 잡는 설명들만 줄줄이. -_-; 설명에서 블렌드된 걸 유추하자면 과일, 바닐라 정도. 후추가루 어쩌고 하는 소리도 있는데 후추 덩어리나 가루로 짐작되는 걸 발견하지 못했으니 패스.
그리고 찻잎을 보면 콘플라워는 확실히 들어갔고, 흰꽃이 있는데 치자인가 혼자 잠깐 추측해봤지만 이건 뭔지 잘 모르겠다.
설명은 진짜 무슨 시처럼 그럴듯하지만 이 차를 블렌딩한 티마스터와 내가 똑같은 상해에 갔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좀. ㅎㅎ; 야경을 보면서 그냥 야경이려니~했지 이런 미적인 감상이나 자극은 전혀 못 느꼈는데... 이것도 일종의 서구인 특유의 오리엔탈리즘 환상일 수도.
마르코폴로와도 좀 비슷한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과일향이 좀 더 강하다는 부분에서 확실히 구별이 되고 맛있다. 올 여름 내내 아이스티로도 사랑해주게 될듯.
다음으로 뜯은 건 마리아쥬 프레레의 유명한 몽타뉴도르의 녹차 버젼이 아닐까 싶은 (확실치 않음. 그저 내 짐작상) 몽타뉴 드 제이드. 영어로 번역하면 mountain jade. 비취산이다.
홈페이지에 나온 설명을 보면 지상과 천상의 조화를 상징하는 거라고 어쩌고 하는데... 찻잎의 화려한 블렌딩을 보면 낙원 같기도 하고. ^^; 진초록 녹차와 어우러진 노랑과 빨강의 꽃잎들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가 상당하다. 또 향기도 달달하니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근데 맛은..... 음.... 뭔가 미묘얄딱구리하달까. 목에 넘길 때 살짝 단맛이 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맛. 취향 탓도 있겠지만 이런 열대풍 꽃들과 녹차의 조합은 그다지 권장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음.
수색은 녹차를 우려놓은 색인데 노란 빛이 조금 더 강한 정도? 취향을 상당히 탈 타입이고 궁합 맞는 티푸드를 고르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꽃이 섞인 녹차 얘기가 나온 김에... 벚꽃이 한창이라기에 꽃이 핀 걸 기념해서 마리아쥬 프레레의 사쿠라를 우려서 마셨음. 이건 체리향이 나는 녹차로 벚꽃이 피는 계절에만 나오는 계절 한정 홍차이다. 여기에 벚꽃을 한송이 넣어 우려줄까 하다가 그건 귀찮아서 패스. 이번 주에 친구들 놀러오면 그날은 제대로 기분을 내봐야겠다. 사람에게 치이기 싫어 꽃 구경은 안 나가지만 그래도 기분은 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