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얘들부터 끊어서 써보자.
제일 먼저 쉐모아 스트로베리 크림
밀크티로 명성이 자자한 홍차이다. 그러나... 몇번이나 밝혔지만 난 가향차와 우유가 섞이는 걸 엄청 싫어한다. 한번 마실 분량을 교환한 터라 아까운 우유와 홍차를 고스란히 수채구멍이 버릴 위험을 무릅쓸 수 없어서 그냥 스트래이트로 시도.
한마디로 만족스런 시도였다. 스트로베리 크림이라는 이름이 좀 느끼하거나 딸기맛바를 왠지 모르게 연상시키는데... 밀크티였다면 그 맛이 났을지 모르겠지만 스트래이트는 깔끔하면서도 거슬리지 않는 딸기향이 은은하게 풍겨오면서 아주 마실만 했다.
수색도 발그스름한 것이 고왔다. 다만 크림이라는 마지막에 붙은 이름은 그 연유가 무엇인지 조금은 의심이 갔음. 그냥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 혀가 둔한 것인지 크림의 질감이나 향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굳이 찾아서 구입까진 안 하겠지만 깔끔하고 맛있는 딸기향 홍차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베티 애플
베노아부터 시작해서 계속 애플티를 마시게 되는 느낌인데... 특이한 브랜드라서 호기심 차원에서 교환했던 홍차.
마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솔직히 얘는 별로 기억이 없다. 나쁘다는 기억도 또 엄청 맛있다거나 등등의 다른 인상이 남아있지 않은 걸 볼 때 특별히 흠잡을 데 없는 무난한 홍차였지 싶다.
홍차양에 비해 좀 묽게 끓였던 것도 별다른 인상이 없는 원인이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중. 한번 더 마실 분량이 남아 있으니까 그건 좀 진하게 우려봐야겠다.
위타드 애플 크럼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개봉해서 덜어낸 다음 다시 밀봉해놨음. ㅎㅎ;;; 며칠 전 h 양이 케잌 팩토리라는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그러나 동네 사람들보다 외지인들에게 더 유명한 케잌 전문점에서 어마어마한 가격을 주고 사 온 케이크에 곁들여 끓여봤다.
케이크에 대한 품평은 좀 있다 미고의 케이크들과 함께 할 예정이니까 애플 크럼블 얘기만 하자면... 케이크 종류와 아주 잘 어울리는 홍차이다.
애플 크럼블이라는 서양 파이 비슷한 과자처럼 계향과 사과향이 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사과향은 비교적 진하게, 계피향은 아주 은은하게 마지막 순간에 혀끝과 코에 살짝 걸린다. 이 자극적이지 않은 블랜딩 때문에 겨울에 어울릴 것 같은 이 홍차가 여름에 아이스티용으로도 사랑을 많이 받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음.
수색은 그냥 정확한 홍차색. 고운 실론티를 우려놓은 것보다 아주 약간 붉은 빛을 띤다.
좀 까다롭고 손을 많이 타는 베노아에 비해 순순히 좋은 맛과 속살을 드러내준다는 의미에서도 착하고 마음에 드는 홍차. 아이스티로도 조만간 마셔봐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좀 먼 훗날의 얘기겠지만 다 마시면 또 구입을 하게 될듯.
아마드 얼 그레이
홍차를 샀을 때 사은품으로 딸려온 친구. 며칠 전 미고에서 사온 케이크들과 함께 마셔줬다.
아마드에 대한 내 평가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얘를 마시면서 재확인. 화장품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얼그레이를 못 마신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아마 아마드 얼그레이 류라면 예민한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음.
홍차 자체의 맛은 그리 나쁘지 않은데 향기가 좀 싸구려틱하고... 그 향기 때문인지 아니면 본래 그런 건지 맛의 두께가 얇다. 탑, 베이스, 미들, 라시트로 이어지는 향과 맛의 미묘한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게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너무 묵직한 홍차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 무난한 맛이 오히려 더 호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불평 하나. 아마드 정도의 가격을 받는다면 좀 질 좋은 찻잎을 쓸 것이지... 조금만 우려도 차가 너무 써서 마실 수가 없다. 잽싸게 한포트 우려서 마시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느긋하게 마시는 티타임에는 별로 적절하지 못하다.
아이스티로 조만간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음.
마리아쥬 프레레 몽타뉴도르
꽃이 많이 블랜딩 되어 있다고 해서 어떨까 했는데... 폐점하는 카페에서 워낙에 싸게 내놓는 바람에 정 아니면 주변에 선심이나 팍팍 쓰지 하는 심정으로 구입.
필터 머그의 뚜껑을 열었을 때는 속으로 '으악!'을 외쳤다. 하지만 약간은 거부감이 느껴지는 그 향수 비슷한 꽃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하니 마실만한 것으로 바뀌기 시작. 갈수록 은은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운 맛과 향으로 변했다.
아이스티로 만들어도 아주 훌륭한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양한 시도를 요하는 홍차로 보임. 결론은 싸게 잘 건졌다. 고로 주변에 선심은 쬐끔만 쓰기로 했다. ㅎㅎ;;;
H양이 사다 준 쿠키와 함께 오후에 잠시 티타임을 가졌는데 쿠키와도 잘 어울렸음. 그나저나 이 쿠키가 너무 환상이다. 어디서 사왔는지 꼭 물어뫄야겠음.
그나저나... 그동안 시음기 기록을 엄청 게을리 했나보다. 쓰는 동안 마신 차들이 또 줄줄이 떠오르고 있음. -_-;;; 밀린 방학숙제 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