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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준법

by choco 2009. 7. 15.
지난 몇년간 이 블로그와 함께 해온 사람들은 내가 불법 파일 업로더들에게 객관적으로 볼 때 그야말로 생지X을 떤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고소장 직접 써서 경찰서로 달려가고, 불법 파일 보는 족족 불법이라고 경고해주는 등 기운이 넘쳤을 때조차도 내가 바라던 현실적인 희망은 대놓고 불펌하면서 걸리면 도리어 큰소리 빵빵 치는 인간들이 불법을 무서워하고, 불펌 하더라도 몰래몰래 숨어서 하는 정도로 줄이는 거였다.

그 몇년간 다 함께 난리친 보람이 있는지 지금은 내가 바라던 선까지는 왔다.  바보나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소수를 제외하고는 걸리면 큰일 난다는 건 알고 대놓고 하지 못하고 숨어서 한다.  그리고 지금은 간혹 올라온 파일을 보고 신고하면 포털이건, P2P 업체건 바로바로 잽싸게 내려준다.  이 당연한 일이 불과 몇년 전까지는 성질 다 버리고, 때로는 열받아서 하루 이틀 생업도 포기하고 달라붙어야 하는 일이었다.

내가 불펌 파일에 열받아 나섰을 때는 불법업로더와 포털이 그야말로 똘똘 뭉쳐서 불법을 조장하는 형국이었다.  네이버에 불법 파일 하나 내리려면 저작권자라는 증명 서류를 줄줄이 넣고도 멀쩡히 첨부된 파일을 팩스로 다시 넣으라지를 않나. 그나마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퇴짜놓으면  업무시간 기다려 전화 걸어서 법무팀에 확인해보라고 지X지X을 떨어야 그제야 겨우 내려준다. 꼴에 대기업이라고 담당자가 여럿인지 누구한테 신고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위의 일을 처음부터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네이버는 그나마 온라인으로 신고나 되지. 다음은 본사가 있는 제주도에 팩스를 보내거나 모든 서류를 갖춰 등기로 보내야 처리를 해준다고 했었다.

불펌에 열 받는 건 저작권자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솔직히 그때에 비하면 지금 분위기는 천국이고 내가 바라던 수준까지는 왔다.  전과 비교하자면 최신형 예초기와 제초제로도 감당이 안 되던 무시무시한 잡초더미가 그냥 생각날 때 한 번씩 뽑아내면 되는 정도로 줄었으니 뭐...

그런데 인터넷의 불법 공유를 잡겠다고 역대 최고로 목소리를 높이는 지금 정권을 보면...... 내가 불법 파일 단속에 처음 나섰을 때 불법 업로더에게 가졌던 그 소박한 소망을 갖게 된다.  

제발 남 앞에 창피한 것도 좀 알고, 법을 지키는 게 정 힘에 부치면 지키는 척이라도 좀 하고 살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