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나온 절판본이라서 사진은 없음. 부지런을 떨자면 내가 찍어서 올려도 되지만 그렇게까지 기운이 넘치지는 않는다. ^^
악의 역사 시리즈를 끝내고 새로 시작한 화장실용 책이다. 본래 신조협려나 할리우드 영화사를 읽으려고 했는데 양영순작가의 만화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보니까 예전이 읽다 만 플루타르크 전집을 다 끝내보고 싶다는 의욕이 불타올라서 충동적으로 선회했다.
로마의 전성기인 5현제 시대의 초반에 살았던, 최후의 그리스인이라고 불리었던 당대 로마 최고의 지성인이자 지식인인 플루타르크가 비슷한 유형의 삶을 산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을 한 쌍씩 묶어서 그 인물들과 당시의 정세에 대한 설명, 그 인물과 사건에 대한 다양한 이설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리스와 로마의 인물에 대한 그 자신의 평가를 곁들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어떻게 그 시대에 이런 방송적인 마인드로 책을 엮을 생각을 했을까 싶은, 일단 내용에 앞서 구성에 대한 감탄을 한번 살짝 갖게 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양영순도 그렇고 내가 아주 어릴 때 보던 그 어린이 신문에서 시저의 일대기를 연재한 만화도 그렇고 왜 시저가 이 플루타르크 영웅전의 영향을 받고 감동하는 걸로 나오는지에 대한 의문이 폴폴.
5현제 시대면 시저보다 한참 뒤인데 왜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의 작가가 플루타르크와 시저를 엮어가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
전설 속 영웅들이 위인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플루타르크는 확실히 신화의 시대가 끝난 뒤의 사람인 모양이다. 신화와 역사가 뒤섞인 고대 인물들의 행적에 반드시 등장하는 온갖 신탁과 이적, 기적들을 후대 사람들이 덧붙이거나 만든 얘기일 거라고 늘 건조하게 제거하고 있다.
덕분에 1권 제일 첫머리에 등장하는 테세우스 -지금 양영순의 플루타르크 영웅전에서 한창 활약중인- 는 크레타 섬의 미노타우르스와는 전혀 연관도 없고 아리아드네도 별반 상관없는, 실패한 인간 영웅으로 묘사된다. 지금 우리 사회를 아주 절묘하게 비꼬면서 진행되고 있는 양영순의 플루타르크 영우전에서 등장하는 그 모사가 메네테우스의 승리를 미리 알면서 만화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참으로 싱숭생숭. 신화 속에서도 정의. 혹은 이상이 승리할 수 없는 거였나?
테세우스와 한쌍을 이루는 건 로마의 창건자 로물루스. 늑대젖을 먹고 자란 이 신화적인 인물 역시 여기서는 인간으로. 신들의 세상을 돌아갔다는 그 신비스런 최후를 플루타르크는 귀족 세력에게 암살 당한 것을 시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음 세트는 리쿠르구스와 누마 폼필리우스. 플라톤이 바라던 그 이상적인 철인 정치는 바로 이런 지도자가 있을 때에야 가능한 거겠지. 어느 사회나 국가이건 간에 이런 지도자가 나온다면 최소한 그 당대에는 확실할 것 같고, 리쿠르구스처럼 시스템까지 완성을 해놓고 떠난다면 번영의 기초를 확실하게 닦아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은 솔론과 포를리콜라. 국민윤리나 도덕 책에 그리스 철학 분야에 이름 한자 떨어뜨리고, 몇가지 에피소드에서만 등장하던 솔론이 아주 야심만만한 정치가였고, 또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배워야하거나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할 철학과 통치관을 수천년 전에 말하고 있었다는데 감탄.
정말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솔론이 "될 수만 있으면 부자가 되고 싶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얻기는 싫다." 고 한 것은 반드시 형벌이 따르기 때문이었다. 는 바로 이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위로 갈수록 시스템적으로 부정을 저지르는 게 옳고, 밑에서는 그걸 동경하면서 바라보는 세상이 되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황당함... -_-;
짝을 지어주지 않았는지, 아니면 페이지 순서로 짤렸는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등장인물은 테미스토클레스. 그 유명한 펠로폰네소스 해전을 승리로 이끈, 그 역사적인 영웅이 결국은 그리스에서 추방되고 자신이 물리쳤던 페르시아에서 말년을 의탁했다는 사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 나 같으면 이를 갈면서 복수의 기회가 왔을 때 제일 앞장을 섰을 것 같은데 페르시아와 그리스가 다시 전쟁을 시작하고 거기에 참전해야할 상황이 되지 자살로 마무리한 삶을 보면서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위인전에 등장하는 인물은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 칭찬받기 위해서, 또 읽으라니까 위인전을 열심히 읽기는 했지만 솔직히 책 말미에 저자가 정리해놓은 교훈을 제외하고 느끼는 바가 전혀 없었는데 커서 읽는 평전은 느낌이 참 다른 것 같다. 전엔 5권까지 읽다 말았던 것 같은데 올해 안에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끝내는 걸 목표로 한번 달려봐야겠음.
다음 감상문을 위해 2권은 4일부터 읽기 시작했다는 것을 기록.
책/인문(국외)
플루타르크 영웅전 1
플루타르크 | 한아름 | 2009.5-200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