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회의에 오고가면서 전철 안에서 읽은 책. 내가 원고료를 제시한 이후 답이 없는 걸 보니 아마도 다른 작가를 구한 것 같은데... 그럴 거면서 일요일 저녁에 사람은 왜 오라가라 귀찮게 하는지. 영양가 없는 헛수고가 좀 짜증나긴 하지만 그래도 책을 한 권 반은 끝냈으니까 열 내지는 말자. 집에 있었으면 이거 하나도 못 읽었을 거니까.
슬슬 대본을 써야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 자료 조사차 구입해서 읽은 책이다. 쓸만한 자료를 찾아내는 목적에 비춰 평가를 하자면 약간은 실망. 제목을 보고 금광을 기대헀는데 밤새 사금 채취해서 모래알 몇 조각 건진 기분이다. 그래도 그 한 두 조각이라도 감사하기로 했음.
책 내용 자체로 본다면 아주 재미있다. 초등학교 때 옆집 남자애 집에 있었던 -지금 생각해보면 과학사로 짐작되는- 전집에서 읽었던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용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잡은 책에서 새록새록 떠오른다. 스트렙토마이신의 발명 과정이며 살리실 606의 이야기 등등. 추억을 젖게 해주는 과학 이야기였다.
이런 개인적인 추억담을 제거하고 냉정하게 봐도 아주 재미있는 항생제 개발의 역사이다. 페니실린의 최초 발견자로 의학사며 생명공학사를 포함해 어린이 위인전집에도 등장하던 플레밍이 엄청 게으른 과학자였고 그 덕분에 페니실린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그 역사적인 아이러니를 읽으면서는 혼자 빙그레 미소를 짓기도 했고.
딱딱한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좋은 책이다. 과학 분야에 특별히 흥미가 없다고 해도 술술 읽어낼 수 있는 즐거운 독서가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