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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아는 거 까보기

by choco 2009. 9. 17.
지금 마감으로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잊어먹기 전에 좀 끄적여놔야 할 것 같아서. 

유인촌, 6억 언론법 TV 광고 '해명 논란' 이란 기사를 보면서 이 종자들은 정말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공중파용 공익 광고까지도 필요없고, 지역 케이블에 나가는 그 허접하고 소소한 광고라도 한번이라도 만들어본 사람들은 지금 배를 잡고 웃을 소리들의 퍼레이드인데, 시간이 없으니 몇개만 짚고 넘어가주자면. 

Q. 김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불과 이틀(7월22일~7월24일)사이에 '견적의뢰→광고 의뢰→업체 선정→광고 제작→첫 방송'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며 "6억 원의 예산을 들여 TV에 방영될 정부 광고의 제작이 단 이틀 만에 발주부터 방송까지 처리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A. 그러나 유인촌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절차상 문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오랫동안 축적된 것도 있고 갖고 있는 과정 길었다. 잘못 오해된 것은 바로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그것을 예상해서 미리 광고 만든 것은 아니다. 빨리 했다면 굉장히 간단한 문안의 광고가 아닌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차피 이 정권에서 정부 관련 발주는 견적과 광고의뢰, 업체선정까지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니까 저런 정상적인 과정을 질문한 의원이 순진하다고 치고. (유완장은 무려 세 업체가 PT를 했다는 자폭까지 했지만. ㅍㅎㅎㅎㅎ)

그냥 순수하게 제작과 방송까지 과정에 대해서 짚어주자면.  공중파 공익광고는 보통 50초를 기준으로 만들고 그걸 재편집을 해서 30초, 20초, 15초, 10초까지도 줄여서 틀기도 한다.  빛의 속도로 대본 쓰고, 카피 뽑고 콘티 짜면... 그래. 하루 만에 나올 수 있다고 치자. (<-- 이건 나도 해봤으니까. 불가능하진 않다.)  촬영도 서로 회의 때 대충 틀 잡아놓고 자료로 말아버린다고 치면 대본과 촬영을 함께 하루로 묶는 것도 가능.  편집....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은 것이니 여기도 신의 손이 있어서 대본 나온지 하루만에 편집과 더빙, 믹싱까지 끝을 낼 수 있다고 치자. (<-- 우리 업계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속도는 인간이 아니라 신의 영역. ^^)  

그렇게 이틀에 걸쳐 제작부터 완성까지 가능하다고 쳐도 대한민국에서 법절차를 정상적으로 지켰다면 방송에 나갈 수는 없다. 왜냐면 제작 단가 5백도 안 하는 지역 케이블 광고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의 사전 심의.  광고 종류별로 접수되는 요일이 정해져 있고 접수한 뒤에 심의 통과 여부를 발표하는 요일 역시 정해져있다.  그리고 나름대로 심의의 그물을 잘 피한다고 자부하는 나도 이날 이때까지 아무 지적이나 수정 사항없이 심의를 통과해본 적이 없다. 그냥 통과시켜줬다가 뒷소리를 들을 것을 염려해서 없는 트집도 만들어내는 게 광고심의위원회이다.  물론 공익광고는 사전심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고 우길 수도 있겠지.  그러면 '사전심의 제외 방송광고물'이라 할지라도 되도록이면 심의필증 교부를 거치라'는 방송위원회의 권고는??? 

법은 자기들 빼고 다 지키라는 인간들이니 저것도 패스하기로 하고. 일전에도 요즘 줄줄이 나오는 저 말도 안 되는 공익광고의 뻥과 구라에 대해서 씹은 일이 있는데, 이것 역시 사전 심의를 받지 않고 틀었더라도 저 정도면 분명히 사후 심의에 걸려야 정상이다. 

Q. 변재일 의원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보고서는 (통계가)허위 조작이라고 밝혀져 방통위 위원장도 사실상 사과했다. 홍보자료에서 미디어산업 일자리 2만개를 어떻게 판단했나"며 "(오히려 언론법 통과시) 4만 2천 개 일자리가 줄어든다. 국민한테 잘못된 정보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A. 유인촌 장관은 언론법 TV 광고에 일자리 2만 개를 언급한 것을 두고 "키스디에서 연구해서 낸 것을 저희들이 인용한 것"이라며 "잘못되면 그런 결과 나올 수 있다"고 말해 광고에 일부 왜곡이 있었음을 에둘러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적으로 저희들이 미디어산업 대한 환경 변화를 변재일 의원 말씀 결과의 정반대로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보세요, 방송 광고에 쓰는 숫자를 비롯한 모든 데이터는 해당 광고 대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국가에서 인정한 공신력있는 기관의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아니면 하나도 쓸 수 없거든요?  내가 한창 광고로 열심히 돈 벌 때 그거 때문에 얼마나 골머리를 썩였는데 그걸 모르겠냐.  저 정도 뻥이면 광고주 쇠고랑 차고 작가까진 안 부르겠지만 최소한 감독은 경찰서로 불려가서 조사 받을 사안이다. 구라가 아니라 몇년 전에 허위 과장으로 고발 당한 광고 때문에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감독이 경찰서 구경을 하고 온 일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탈법과 편법과 온갖 뻥으로 점철된 과정.  나 같으면 이왕 거짓말을 할 거라면 자문을 받아서 티라도 좀 덜 나게 하겠구만. 수치심 내지 양심이라는 인간의 필수 탑재 요소가 확실히 결핍된 종족이라는 평가에 다시 콘크리트를 붓고 있음. 

입만 열면 거짓말에 하는 짓마다 사기 치는 패거리들에게 받을 열이 아직도 남아 있다니.  요즘 뽀삐 먹이느라 좋은 걸 함께 먹었더니 내가 기운이 남나보다.  어쨌든 아닌 건 아닌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