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설

회귀

by choco 2009. 11. 29.

금요일 저녁에 대통령과의 대화인지 국민과의 대화인지를 가장한 대통령 횬자 떠들기 쇼가 있었던 모양이다.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쩌다 화면에 스쳐기만 해도 '내 눈!!!'을 외치는데 2시간 동안 그 얼굴을 지켜볼 정도로 내 비위가 강하지 않아서 패스했다.  뭐라고 떠들었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니 역시 패스.  

방송 3사에 케이블 35개 채널까지 동원했다는 그 국정 연설을 보면서 아주 어릴 때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몇살인지도 생각나지 않는데, TV를 틀었더니 대통령이 나와서 뭐라고뭐라고 연설을 하고 있는 거였다.  아쉬웠지만 다른 거라도 보려고 채널을 돌렸는데 거기도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역시 다른 채널도 마찬가지.  채널이 달랑 세개 밖에 없던 시절에 시청 점유율 10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인내심을 갖고 좀 더 기다렸다면 그 연설이 끝나고 정상적인 방송으로 돌아오는 걸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엄청나게 긴 연설이라 결국 TV 보는 걸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금요일 저녁에 기다렸던 프로그램 대신 나타난 인간 때문에 수십년 전 어린 내가 느꼈던 그 짜증나고 실망한 아이들이 몇 명은 있었을 거다.

부디 금요일의 아이들은 수십년 뒤에 나처럼 그 짜증나던 기억을 이런 식으로 되살리는 일이 없기를.  

그나저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그렇게 난리를 치더만 도대체 몇십년이냐 회귀를 한 걸까?  근현대사책이나 TV 드라마에서나 보던 정치깡패들이 설치는 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_-;;;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는 대통령이 TV에만 나오면 전파 낭비니 어쩌니 며칠 전부터 며칠 후까지 내내 지X발X을 하던 조중동이 조용한 걸 보면서 역시 뉘들은 안 돼~를 재확인 중. 부끄러운 걸 좀 알아야지.  하긴 그걸 알면 저러고 못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