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 데커스 | 영림카디널 | 2009.11.21-12.17
역시나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고 또 사지도 않았을 동생의 컬렉션~ 그런데 재미있다. 책장 공유의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동물학 관련 책을 좋아하는 동생이기에 이 책도 동물의 생태를 다룬 책들 중 하나인가보다 하고 시작했는데 그것과는 방향이 좀 다르다.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아주 저명한 생물학자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의 풍부한 생물학 지식보다는 동물과 인간 양쪽을 관찰해 그 나름의 특성과 다른 점, 연결고리를 재치있게 서술한 책이다.
생물학자보다는 오히려 다른 문화를 관찰하는 인류학자나 사회학자 같은 시선으로 동물 세계와 인간 세계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동물들의 생활 습성이나 특이한 동물들에 대해 알고 싶은 지식욕에 불타는 사람이라면 살짝 접어두고 다른 책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딱히 지식욕구에 불타고 있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이런 비슷한 류의 동물책을 예상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게 뭔 소리를 하는 것일까?' 좀 뜨아하고 책의 정체성을 모르겠다는 의문이 많았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위트나 인간 세상을 향한 신랄한 유머에 실소와 미소를 오가고 때때로 가슴 아픈 얘기에 눈이 찡하기도 했다. 내가 네덜란드 사람이라서 다중적인 의미까지 이해할 수 있었다면 아마 폭소를 터뜨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문화의 차이는 때로는 건널 수 없는 문화의 벽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이 책 내용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라 쿠카라차'. 쿠카라차라는 게 바퀴벌레라는 건 그때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노래가 20세기 초에 멕시코의 노동자와 농민이 군대를 조직해 혁명을 일으켰을 때 부른 노래라는 건 처음 알았다.
이 나라의 요즘 정권식으로 얘기하자면 빨갱이들의 혁명 가요. 이 멕시코 민요가 옛날 음악책에 있었는데.... 과연 그때 교과서를 만든 사람들이나 검수한 사람들이 이 노래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을까? 진짜로 궁금하기는 하다만... 몰랐을 거라는 데 만원 걸겠음. 지금도 흉흉하지만 그때도 만만찮은 반공산주의를 기치로 내건 독재정권인데, 아무리 머나먼 저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 거라고 해도 애들한테 빨갱이 노래를 부르게 할 리는 없었겠지. ㅋㅋ
그리고 또 하나. 네덜란드의 통계 중에서 야채가게 여자가 낳은 아이들의 성비가 남자 105:여자 100인데 반해 정육점 부인들은 아들 121: 딸 100이라고 한다. 옛날에 무슨 여성 잡지에서 아들 낳는 비법 어쩌고 하면서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얘기를 본 기억이 나는데 그게 아무 근거없는 혹세무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국에서도 직업별 자식 성비를 조사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마음이 아픈 얘기들도 중간중간 있지만 전반적으로 짤막짤막 유쾌하게 읽기 좋다. 약간 두툼하긴 하지만 매 장마다 삽화도 볼만하고 괜찮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