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자토 유키 | 들녘(코기토) | 2010.1.?-둘째주?
내가 책을 구입한 인터넷 서점의 책 분류에는 문학 > 판타지/추리/SF시리즈 > 판타지 라이브러리 라고 해서 그쪽에 넣긴 하는데... 이 판타지 라이브러리의 다른 시리즈와 비교해서 이건 실용이나 전쟁 관련 다른 카테고리에 넣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과거의 유명한 전쟁이나 전투를 소개하면서 지휘자는 누구, 병력 규모는 어느 정도였고 그 상황에서 어떤 형식의 전략이 동원되고 누가 승리를 얻어갔는지에 대해 풀어내고 있다.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대다수의 외부인들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고 별 관심도 없는 일본의 장군과 전쟁들이 나오고 또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전쟁은 모조리 서양의 것이 되다 보니 서양인이 서양 얘기를 99% 넣고도 '세계 00의 역사'라는 제목을 붙인 책을 볼 때와 같은 약간의 삐딱한 감정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제목과 연결되는 그런 불만을 제외하고 그냥 내용 자체로 보면 상당히 재미있고 또 나처럼 전략이나 전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글로 풀어내기 힘든 부분들을 그림으로 도표화해서 한눈에 딱 들어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 묘사를 한다고 해도 전쟁 문외한에게는 상상이 되지 않는 상황이 간략하면서도 절대 유치하거나 어설프지 않은 그림 덕분에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알렉산더와 한니발이 엄청 자주 등장하는데, 고군분투하는 한니발을 보면서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읽을 때처럼 마음이 또 아파왔음. 승기를 잡았을 때 괜히 어정거리지 말고 로마를 확 밟아버렸어야 했는데.
알렉산더에 대해서는... 지금 읽고 있는 로마에서 중국까지란 책에서 알렉산더가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정복을 시작하려던 그 시점에 갑자기 급사했다고 하던데 안 죽었으면 아라비아 반도에도 알렉산드리아가 하나 건설되었을까? 그렇게 술 퍼먹지 말고 몸 관리 좀 잘 해서 한 10년만 더 살았다면 그가 뭘 이뤘을지 새삼 궁금했다.
카데시 전투에 대한 분석을 보면서, 람세스 2세가 저승에서 흐뭇해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발굴된 히타이트의 유적 등등을 포함해 후대에서 발굴된 걸로 판단할 때 카데시 전투는 람세스는 살아 돌아간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 정도로 사실상 이집트의 참패이다. 그런데 '난 승리했노라~'하는 그 지속적인 선전 덕분에 수천년간 이집트의 승리로 역사에 남아 있었고 겨우 그 승패의 진실이 밝혀진 현재에도 아직 그의 사실 왜곡의 흔적이 이렇게 진실이 되어 책에 기록이 되어 있다. 괴벨스와 최모모씨가 본받고 싶은 성공의 표상이 이분이 아닌가 싶음. ^^
그림도 많고 별로 두껍지도 않아서 갖고 다니면서 즐겁게 잘 읽었다. 이 동네에 별 관심없는 여자들에게도 무리없는 전쟁과 전술 이야기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