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이라고 구시렁거리기는 했지만... 아이폰의 기능들을 보니 처음으로 번호를 바꿔서라도 스마트폰의 대열에 합류를 해볼까 하는 유혹이 물씬.
아직은 미국에 비해 가격도 너무 비싸고 이런저런 거품이 많으니까 한 2~3년 기다려서 지금 쓰고 있는 폰이 언젠가 작살이 나면 그때는 진지하게 고려를 해봐야겠다. 솔직히 아이폰은 내게 그다지 필요가 없는 기기긴 하지만 지금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불이익을 겪는지 익히 보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늙어서 손해볼까봐 적절한 선에서는 따라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음.
동생도 지금 쓰는 폰이 사망하면 블랙베리를 생각하고 있다고 함.
2. 이 시점에서 몇년 전이었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만들고 또 애정하는 연아양이 선전하는 옴니아 어쩌고를 고려했겠지만... 이런저런 구설로 인한 이미지 하락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볼때, 삼성은 그동안 어렵게 쌓아놨던 신뢰를 요 몇년 사이에 엄청나게 갉아먹고 있다. 최소한 백색 가전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LG가 금성전자, 혹은 골드스타이던 시절, 그리고 삼성이 三星이던 시절. 고장 잘 나고 물건이 형편없음에도 국산품을 애용해야 한다는 세뇌에 우리는 꼬박꼬박 두 회사 + 대우의 제품을 애용해줬다. 냉동실에 얼음이 어는데 하룻밤이 꼬박 필요하던 그런 시절을 지나서 제품의 품질이 좋아지고 또 막강한 무료 AS는 삼성의 트래이디 마크였다.
AS부터 짚고 가자면 LG보다 삼성이 출장비가 더 비싸다. 이건 재작년에 무료 AS 기간인 1년을 넘기자마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차례로 고장난 빌트인 냉장고, 세탁기, 김치 냉장고를 고친 시기와 LG TV가 고장난 시기가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확실히 기억한다. 과거의 이미지가 워낙에 강렬하다보니 아직도 사람들이 AS 하면 삼성을 떠올리지만 이제는 결코 아님. 단, 돈을 많이 받아 챙기기는 하지만 기사들이 친절하기는 하다. 이건 인정함.
그러나 친절할지 몰라도 수리 범위는 엄청나게 좁다. 우리 집에 있는 20년이 넘은 골드스타 냉장고는 썡쌩 돌아가긴 하지만 연세가 있다보니 몇년에 한번씩 말썽을 피운다. 그때마다 부품을 하나 갈아끼우는 걸로 다시 기사회생해서 잘 돌아가주고 있다. 그런데 부친 사무실에서 쓰다가 집으로 넘어온, 나온지 10년도 되지 않은 삼성 팩스 기계는 부품이 없어서 몇년째 전화로만 사용중. 그리고 내 레이저 프린터 역시 몇년 전에 수리할 때 수리기사가 부품을 어렵게 구해서 고쳤다. 지금 또 고장이 났는데 어디 창고 구석에서 푹푹 썩고 있는 부품이 뚝 떨어지지 않는 한 아마도 은퇴를 해야하지 싶음.
여기에 더해서 3년 된 내 핸드폰, 그때도 약간 구형을 산 거니까 아마 4-5년 정도 된 모델이겠지. 작년 연말에 삼성전자 핸드폰 사업부에 있는 애가 내 핸폰을 보더니 이 모델은 바로 얼마 전에 여분 배터리까지 싹 정리해서 폐기처분을 했다고 한다. 보통 핸드폰이 제일 먼저 수명이 되는 게 배터리인데 그게 약해지면 다른 부분이 멀쩡해도 배터리를 따로 구입할 수 없어 버려야 한다는 소리.
모든 가전회사가 나처럼 징하게 오래 쓰는 사람보다는 빨리 싫증내고 빨리 새걸로 바꾸는 사람을 선호하고, 또 그걸 염두에 두고 내구성이 떨어지게 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는 걸 신제품들을 쓸 때마다 느끼기는 하는데 삼성은 그게 유독 심하다.
불매운동 등등 이런 것과 전혀 상관없이 영리하고 냉정한 소비자 입장에서 내 레이저 프린터를 수리할 수 없다면 새 제품은 삼성이 아니라 10년 넘어도 수리가 되는 -부품 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한다더라- HP로 구입하겠다. 아주 획기적인 가격과 성능 등의 조건이 붙지 않는 한 내 스마트폰은 애플이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주변에서 가전제품 산다면 20년 넘은 냉장고 부품도 계속 보관해놓고 수리해주는 LG를 사라고 권하겠음.
꾸준히 쓰는 소비자는 추가 구매는 늦을지 몰라도 충성심과 확신을 갖고 입소문은 내주는데... 20년을 넘어 30년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여전히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 三星 선풍기를 만들어 내던 그 정신을 버린 순간부터 댁들은 내리막에 들어선 거라고. 소니도 그렇게 한 계단씩 내려갔다는 걸 그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 모른척 하는 걸까?
3. 이미 미운 털이 박혀서 뭔 짓을 해도 까이는 정운찬 총리가 지금 아바타 때문에 또 가루가 되고 있는 모양인데... 나도 쟤가 하는 건 무조건 반대~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하긴 하지만 서열상 저~ 아래에 있는 직책의 자기 편 인사들에게도 우습게 보이는 걸 보면 쫌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안위를 위해서 세세하게 여기에 옮길 수는 없지만 권력의 주변부에서는 장관이나 차관보다도 더 무시를 당하는 수준. 그래도 총리가 뜬다고 하면 좀 긴장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완전 외부인인 나를 앉혀 놓고 존칭 생략에다 정말 민망할 정도로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대니.
정운찬을 보면 무슨 영화를 보려고 저 자리에 저리 연연하나 안 됐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자기 대신 X바가지 뒤집어 써줄 총리를 뽑아낸 이메가의 용병술에 감탄. 세종시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면 코 푼 휴지처럼 버려지겠지. 아저씨... 학계에서는 나름 똑똑하고 영악하단 소리를 들었을지 몰라도 정치판에서 통할 수준은 결코 아니지요. 이미지 구기고, 자기 편한테도 무시 당하고. 쯧쯧쯧.
뭐. 그래봤자 자업자득. 쬐금 안 됐다는 거지 결코 불쌍하진 않음.
4. 부친에게 미국산 LA 갈비가 선물로 들어왔다. 급이 써있지 않은 걸 보면 대충 스탠더드? 프라임이면 관세내고 이것저것 다 보태면 한우 가격일 텐데 그걸 수입했을 리는 없고, 부친에게 들어온 거니 초이스급일 수도 있지만... 초이스급 정도만 되도 명시를 해주지 싶은데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스탠더드일 것 같기도 하고.
뭐가 됐든 으악! 이다. 사은품 주다 남은 곰인형을 모아서 정성껏 고른 선물이랍시고 보낸 신라 면세점에 버금가는 센스. 사람을 뭘로 보고 어디서 팔리지도 않는 미국산 갈비를 선물로 주는지. 나는 절대 안 먹고 손도 안 대겠다고 했음. 부친도 찝찝해하기는 하는 눈치지만 노인네가 고집이 있어서 당신은 드시겠다고 선언. 그럼 알아서 드시라고 대답을 하긴 했는데 행여나 알아서 드시겠다. -_-;;;
도대체 뒤로 뭘 챙겼는지 검역권도 홀라당 넘겨주고 넙죽 받아온 이메가 일당이 밉고, 짝짜꿍인 미국 도살장이며 미국 검역기관을 못 믿는 거지 솔직히 저 소가 무슨 죄냐 싶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뽀삐를 포함한 내 가족 입에는 못 넣겠음.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남을 주자니 욕 먹기 딱이고. 이모가 얼마 전에 보내준 부산 오뎅 들어갈 자리도 없어서 죽겠는데 애물단지도 저런 애물단지가 없다. 가뜩이나 머리 복잡한데 내가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하냐고!
근데 사실... 이 동네가 블랙마켓의 본거지다 보니 어릴 때 미 8군에서 나온 LA 갈비 엄청 많이 먹었다. ㅎㅎ; 진짜 아는 게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지 알고는 도저히 못 먹겠음. 그나저나 저 갈비 진짜 어쩌냐. ㅠ.ㅠ 예전에 사고 치지 말고 이거나 하고 놀으라고 청와대에 뽁뽁이 보낸 어느 용자처럼 맛있게 드시라고 선물로 보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