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산 이태리 향신료~ 동행자인 ㅎ양도 나도 먹고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돌아다니다가 희한한 식재료나 파스타를 파는 가게는 놓치지 않고 들어가서 구경을 했는데 남은 일정이 만만찮음에도 가볍다는 이유로 건져왔다.
최상급에 SSIMA를 부치는 이태리어 -이건 음악 용어를 배우다면 보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됨~ ^^- 대로라면 가장 매운 향신료라는 의미.
뭐가 들어갔나 봤더니 매운 이태리 고추인 페퍼론치노 (이거 진짜 매움), 알리오 (요즘 파스타 때문에 하도 떠서 모르는 사람 없을듯), 카페리, 프레쩨몰로, 바실리코가 들어가 있다.
페퍼론치노가 좀 맵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운 거에 약한 유럽인들이라 샀을 때는 '흥. 매워봤자지~'하고 가져왔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ㅎ양과 반씩 나누는데 그릇에 옮기낸 그 짧은 시간 동안 재채기가 연신 쏟아져나오고 눈물 콧물을 한바가지나 흘렸다.
최루탄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의.... 이태리판 고추가루 폭탄?
유럽에서 매운 맛을 표시할 때 활활 타오르는 불이나 시커먼 악마의 꼬랑지를 그려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았다.
매콤한 아라비아타 펜네를 먹고 싶어서 오늘 드디어 첫 사용~
요리할 때 1인당 한 티스푼을 넣으라고 권장량이 나와있지만... 병에 옮겨 넣을 때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겁을 내고 손가락으로 두 꼬집 정도를 넣어서 소스를 만들어 봤음.
양송이는 없어서 먹다 남은 새송이를 넣었고 (^^;) 위에 새파란 것은 내가 열심히 키워서 열심히 뜯어 먹고 있는 바질~
살짝 알알하니 맛있기는 한데... 내가 기대했던 정도의 매콤함은 없었다.
너무 소심했던 모양.
남은 펜네는 오늘 다 먹어버린 고로... 조만간 매운 토마토 해물 파스타나 요즘 여기저기서 노래를 하고 있는 알리오 올리오를 한번 제대로 해서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이번에 이태리에서 배운 올리브 오일과 매운 향신료로 볶아낸 시금치도~
얘는 엄청 만족이지만... 유럽에 갔다 왔는데도 갯수가 늘어나지 않은 빈약한 허브 장을 보니 조금 아쉽다.
이번에 갈 때 이태리에서는 수퍼에 들러서 장을 좀 봐오려고 했는데... 도심에 있는 호텔에 묵으니 쇼핑과 관광에는 좋지만 변두리처럼 적당한 수퍼마켓을 찾는 게 하늘의 별따기. 물어물어 찾아간 그 '수페르도 마케또'는 한국으로 치면 딱 세븐 일레븐. -_-; 서울 광화문이나 시청 한복판에서 마트를 찾는다는 게 좀 삽질이고 과욕이었다고 포기하고 그냥 보이는대로 대충 사고 또 좀 비싸긴 하지만 말펜사 공항 면세점의 식품 코너에서 쇼핑을 하자고 포기.
그렇게 공항 면세점을 믿고 베니스를 돌아다니면서 그야말로 눈에 띄는 딱 두어개만 집어왔는데 그게 두고두고 후회중이다. 밀라노의 수퍼마켓과 공항이 그렇게 배신을 할 줄 알았냐... ㅠ.ㅠ 해외에서는 뭐든 다음을 기약하지 말고 만났을 때 집어와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