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생일인 친구의 생일파~뤼는 기꾸의 과장님이 독립해서 새로 연 스시집에서 하기로 했으니 그때는 힘들 것 같고... 동생이 오면 걔 생일 때 가볼까? 아님 어버이날?
출처: http://killjoys.egloos.com/4358110
그 근처 수선집에 청바지를 맡기러 갔다가 좀 뜬금없다고 생각되는 자리에서 아마노(Amano: a mano, "to hand" 쯤?)를 발견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문구는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였다. 물론, 학창시절에 배운 이 문구의 의미는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이 생각보다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건 정확하게 그 반대였다. 눈으로는 참 좋아보이는데... 음식도 과연 그럴까? 뭐랄까, 간판의 글씨체나 색깔, 정사각형의 심볼마크 등등이 참으로 나의 취향이었다. 점심시간이지만 손님은 없던 내부를 들여다보니 역시 마음에 들었다. 우아하지만 선을 넘지 않고 깔끔함을 지킨다고나 할까? 그냥 눈으로 보았을 때 모든 것이 똑 떨어지는 듯한 느낌에 나는 잠시 주춤했다. 맡긴 바지를 다시 찾을 때까지 세 시간 정도를 보내야 했었는데, 정말 뜬금없이 떠오른 저 문구가 아니었다면 시간도 있겠다, 당장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외식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한다는, 내부적으로 정한 방침도 있었고 바로 그 얼마전에 <에오>에서 점심을 먹었던 터라 일단 다음 기회에 들러보기로 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 인터넷을 좀 뒤져봤는데, 바로 그날 들어가보지 않았던 것을 약간 후회했다. 솔직히 어디라도 "아 여기는 당장 가서 먹어보고 싶어"라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거의 언제나 집에서 간단하게 먹는 걸 좋아하니까), 어떤 음식이 나오는가를 보니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일단, 나도 모르는 것이 많아서 인터넷을 좀 뒤져 공부를 좀 해보았다. 일단 이 음식점이 스스로를 일컫는 'cantinetta(또는 cantina)'는 사실 와인이나 살라미 등을 보관하는 공간인 'canteen'에서 비롯된 것으로, ristotante나 bistro, tavern과 같이 음식점의 유형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스페인 쪽에서는 역 근처의 주로 바나 술과 음식을 함께 파는 곳을 의미한다고)
그리고 그 다음 주, 드디어 점심을 먹으러 다시 들르게 되었다. 전화로 예약을 할 때 물어보니 샐러드와 넉넉한 양의 파스타로 이루어진 점심세트가 있다고 했는데, 주방장님이 패스트리 쪽 공부는 물론 일도 하셨다는 얘기를 들어서 후식이 너무 궁금한 마음에 주요리와 디저트가 모두 나오는 코스를 주문해보기로 했다. 이 세트는 전채와 파스타, 주요리에 후식으로 구성되어 있고(가격은 \37,000), 최고 8만원대에 이르는 코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식탁에는 세몰리나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리시니가 놓여 있었고, 곧 두 종류의 빵이 나왔다. 그 전주에 먹었던 에오에서도 거의 같은 구성으로 빵이 나왔는데, 거기에서 치아바타라고 설명해줬던 빵(사진에서 뒤에 놓인 하드롤)과 비슷한 것이 나왔다. 에오에서 먹었을 때에도 내 생각에는 그 빵이 치아바타가 아니었기 때문에 물어보았고, '알타뮤라(Altamura)'라는 대답을 들었다. 알타뮤라라...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집에 와서 찾아봤더니, 이탈리아 남쪽 가장 아랫쪽 지방의 이름인데 그 동네에서 나오는 빵을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내가 찾아본 조리법이나, 또 직접 여쭤본 바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먹을 수 있는 말린 파스타의 재료인 세몰리나를 써서 그런지 굉장히 쫄깃하면서도 보통 밀가루로 만든 빵과 다른 풍미가 훌륭했다. 내가 번역해서 모신 그 양반의 글을 보면 빵 맛 없는 식당에는 점수도 후하게 주기가 힘들다는데, 이 빵은 음식점은 말할 것도 없고 여태껏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어느 빵들보다도 맛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만큼 훌륭했다. 곧 이어 나올 음식들이 벌써 기대되기 시작했다.
전채는 '두 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말린 대구와 폴렌타, 시칠리아식 카포나티나(Baccala mantecato con polenta e caponatina siciliana).' 바칼라는 소금에 절인 대구인데, 이를 퓨레와 크로케타의 두 가지 방식으로 조리해서 퓨레에는 끓여서 틀에 담아 식혀 굳힌 폴렌타를 바삭바삭하게 지져 깔았으며, 크로케타에는 깍뚝썰기해서 익힌 가지로 만든 샐러드, 또는 살사라고도 할 수 있을 카포나티나(또는 카포나타 caponata, 시칠리아식 가지 샐러드 정도로 보면 될듯?)를 곁들인다. 음식이 나오면 그 위에 파르메산 치즈를 살짝 갈아주는데, 개인적으로는 해산물에 치즈를 곁들이면 안되지 않냐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주방장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수긍했던 것처럼 이 말린 대구의 생선냄새(비린내는 아니고)가 강하기 때문에 치즈의 강한 향에 그다지 굴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이 두 가지 전채는 각각 식감의 대조가 두드러지도록 고안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의도를 생각해보았을 때 폴렌타의 겉면이 바삭바삭하지 않았다는 점을 나는 궁금하게 생각했고, 음식을 다 먹고 나서야 아직 정식 개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한 세부사항들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스타는 한치와 아스파라거스의 사프란 탈리올리니(tagliolini). 생선의 풍미가 섬세하게 풍기는 국물을 바탕으로 가장 먹기 좋은 상태로 익힌 한치와 아스파라거스(우리나라에는 워낙 슬픈 아스파라거스들이 많은데, 여기에서 먹은 건 괜찮았다. 단, 향은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 조금 더 향이 두드러지면 좋았을텐데)에, 가장 가는 종류의 파스타라고 할 수 있는 탈리올리니가 함께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파스타라는 음식이 팔리는 가격을 고려해본다면 더 많은 가게들이 최소한 한 두 종류의 생면을 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생면이 진리이고 정답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우에 맞춰 면을 폭넓게 사용해서 음식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것일텐데,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이 파스타는 적당하게 자작자작한 생선 국물과 나머지 재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주 부들부들한 면을 썼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이러한 바탕에 일반적인 스파게티를 포함한 말린 면을 썼다면(설사 같은 두께/넓이라고 할지라도), 같은 느낌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주요리는 베이컨에 싼 돼지 안심. 돼지 안심은 아무래도 기름기가 거의 없는 부위이므로, 베이컨 같은 재료로 싸서 조리하는 것이 수분을 잃지 않으면서도 풍미를 더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수 비드'가 나름 보편화된 만큼 저온에 오랫동안 익혔다가 낼때 팬에 겉을 익혀주고, 거기에서 나오는 육즙에 꿀을 섞어서 단맛이 두드러지는 소스를 끼얹었다. 아무래도 이 소스만으로는 심심한 감이 있어서 프로슈토 치즈롤을 곁들여 짠맛은 물론, 아무래도 퍽퍽한 부위인 안심에게 부족할 수 있는 기름기나 식감 역시 더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곁들이 야채인 감자와 근대는 각각의 야채에 딱 맞는 정도로 잘 익어 있었다.
솔직히 앞에서 먹은 다른 모든 것들보다 더 기대했던 후식의 차례가 돌아왔다. 파나코타를 바탕으로, 그 위에 로즈마리 젤리를 깔고 딸기 젤라토를 얹었는데 일단 식감 면에서도 아주 부드러운 파나코타와(괜찮다고 생각했던 그란 구스토의 파나코타가 훨씬 못 미친다는 느낌이었다), 숟가락을 대었을때 약간 저항감을 느낄 수 있을만큼 탱탱한 느낌의 젤리,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어딘가에 젤라토의 식감이 자리잡고 있었다.그리고 거기에 장식으로 곁들인 crumble의 바삭거림은 일종의 덤이었다. 온도도 마찬가지여서, 아주 차가운 젤라토의 아래에 젤리와 파나코타가 나름의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맛은, 유지방이 풍부한 파나코타가 바탕을 깔아준 위로 딸기 젤라토의 상큼함이 날개를 펴고 거기에 젤리의 로즈마리 향이 들러리를 서는 느낌이었다(라고 쓰고 보니 완전히 이베리아 여인 탱고 추는 꼬라지네?-_-;;;죄송합니다. 저도 가끔 이런 표현을 쓰고 싶었어요...-_-;;;).
여기까지 아주 만족스럽게 점심을 다 먹고, 실례가 안 될까 여쭤봐서 주방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놀랐는데, 무엇보다 그게 어느 지방의 음식인가를 떠나 이날 먹었던 음식이 내가 우리나라의 음식점들에서 먹었던 것들과 다른 느낌이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사람마다 외식에 품는 기대나 목적이 다를 수 있겠지만(이에 대해서는 언제나 깊이 있는 글을 써 주셔서 읽고 많이 배우는 밥과술 님의 블로그를 참조), 나는 개인적으로 집에서 먹을 수 없거나 만들어도 그 맛이 날 수 없는 음식을 먹기 위해 외식을 한다. 그리고 그럴 경우, 매운 맛을 빼놓고는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간이 되거나 지방을 쓴 음식을 찾는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 외식은 정말 자주 벌어지는 일이 아니니까. 그러나 재료의 문제라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밖에서조차 밋밋한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특히나 양식의 경우, 느끼한 것을 싫어한다는 사람들의 취향 때문인지 그야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췄'다는 음식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음식을 싫어한다. 물론 입맛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말도 안되는 매운맛이 넘쳐나는 음식을 접하게 되면 정확하게 우리나라 사람의 그 입맛이라는 것이 순하거나 간이 심심한 음식도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왜 양식의 경우에만 그런 식으로 적절히 타협한 듯한 맛을 사람들이 원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딱 한 번 먹었을 뿐이지만 아마노의 음식은 우리나라 어디보다는 밖에 있었을때(굳이 이탈리아나 프랑스가 아니더라도) 먹었던 음식의 느낌과 굉장히 비슷했고, 나는 그 음식의 뒤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 궁금했다.
위치: 압구정동 유니클로 매장 뒷편 골목
출처: http://killjoys.egloos.com/4358110
그 근처 수선집에 청바지를 맡기러 갔다가 좀 뜬금없다고 생각되는 자리에서 아마노(Amano: a mano, "to hand" 쯤?)를 발견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문구는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였다. 물론, 학창시절에 배운 이 문구의 의미는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이 생각보다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건 정확하게 그 반대였다. 눈으로는 참 좋아보이는데... 음식도 과연 그럴까? 뭐랄까, 간판의 글씨체나 색깔, 정사각형의 심볼마크 등등이 참으로 나의 취향이었다. 점심시간이지만 손님은 없던 내부를 들여다보니 역시 마음에 들었다. 우아하지만 선을 넘지 않고 깔끔함을 지킨다고나 할까? 그냥 눈으로 보았을 때 모든 것이 똑 떨어지는 듯한 느낌에 나는 잠시 주춤했다. 맡긴 바지를 다시 찾을 때까지 세 시간 정도를 보내야 했었는데, 정말 뜬금없이 떠오른 저 문구가 아니었다면 시간도 있겠다, 당장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외식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한다는, 내부적으로 정한 방침도 있었고 바로 그 얼마전에 <에오>에서 점심을 먹었던 터라 일단 다음 기회에 들러보기로 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 인터넷을 좀 뒤져봤는데, 바로 그날 들어가보지 않았던 것을 약간 후회했다. 솔직히 어디라도 "아 여기는 당장 가서 먹어보고 싶어"라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거의 언제나 집에서 간단하게 먹는 걸 좋아하니까), 어떤 음식이 나오는가를 보니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일단, 나도 모르는 것이 많아서 인터넷을 좀 뒤져 공부를 좀 해보았다. 일단 이 음식점이 스스로를 일컫는 'cantinetta(또는 cantina)'는 사실 와인이나 살라미 등을 보관하는 공간인 'canteen'에서 비롯된 것으로, ristotante나 bistro, tavern과 같이 음식점의 유형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스페인 쪽에서는 역 근처의 주로 바나 술과 음식을 함께 파는 곳을 의미한다고)
그리고 그 다음 주, 드디어 점심을 먹으러 다시 들르게 되었다. 전화로 예약을 할 때 물어보니 샐러드와 넉넉한 양의 파스타로 이루어진 점심세트가 있다고 했는데, 주방장님이 패스트리 쪽 공부는 물론 일도 하셨다는 얘기를 들어서 후식이 너무 궁금한 마음에 주요리와 디저트가 모두 나오는 코스를 주문해보기로 했다. 이 세트는 전채와 파스타, 주요리에 후식으로 구성되어 있고(가격은 \37,000), 최고 8만원대에 이르는 코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식탁에는 세몰리나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리시니가 놓여 있었고, 곧 두 종류의 빵이 나왔다. 그 전주에 먹었던 에오에서도 거의 같은 구성으로 빵이 나왔는데, 거기에서 치아바타라고 설명해줬던 빵(사진에서 뒤에 놓인 하드롤)과 비슷한 것이 나왔다. 에오에서 먹었을 때에도 내 생각에는 그 빵이 치아바타가 아니었기 때문에 물어보았고, '알타뮤라(Altamura)'라는 대답을 들었다. 알타뮤라라...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집에 와서 찾아봤더니, 이탈리아 남쪽 가장 아랫쪽 지방의 이름인데 그 동네에서 나오는 빵을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내가 찾아본 조리법이나, 또 직접 여쭤본 바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먹을 수 있는 말린 파스타의 재료인 세몰리나를 써서 그런지 굉장히 쫄깃하면서도 보통 밀가루로 만든 빵과 다른 풍미가 훌륭했다. 내가 번역해서 모신 그 양반의 글을 보면 빵 맛 없는 식당에는 점수도 후하게 주기가 힘들다는데, 이 빵은 음식점은 말할 것도 없고 여태껏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어느 빵들보다도 맛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만큼 훌륭했다. 곧 이어 나올 음식들이 벌써 기대되기 시작했다.
전채는 '두 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말린 대구와 폴렌타, 시칠리아식 카포나티나(Baccala mantecato con polenta e caponatina siciliana).' 바칼라는 소금에 절인 대구인데, 이를 퓨레와 크로케타의 두 가지 방식으로 조리해서 퓨레에는 끓여서 틀에 담아 식혀 굳힌 폴렌타를 바삭바삭하게 지져 깔았으며, 크로케타에는 깍뚝썰기해서 익힌 가지로 만든 샐러드, 또는 살사라고도 할 수 있을 카포나티나(또는 카포나타 caponata, 시칠리아식 가지 샐러드 정도로 보면 될듯?)를 곁들인다. 음식이 나오면 그 위에 파르메산 치즈를 살짝 갈아주는데, 개인적으로는 해산물에 치즈를 곁들이면 안되지 않냐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주방장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수긍했던 것처럼 이 말린 대구의 생선냄새(비린내는 아니고)가 강하기 때문에 치즈의 강한 향에 그다지 굴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이 두 가지 전채는 각각 식감의 대조가 두드러지도록 고안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의도를 생각해보았을 때 폴렌타의 겉면이 바삭바삭하지 않았다는 점을 나는 궁금하게 생각했고, 음식을 다 먹고 나서야 아직 정식 개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한 세부사항들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스타는 한치와 아스파라거스의 사프란 탈리올리니(tagliolini). 생선의 풍미가 섬세하게 풍기는 국물을 바탕으로 가장 먹기 좋은 상태로 익힌 한치와 아스파라거스(우리나라에는 워낙 슬픈 아스파라거스들이 많은데, 여기에서 먹은 건 괜찮았다. 단, 향은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 조금 더 향이 두드러지면 좋았을텐데)에, 가장 가는 종류의 파스타라고 할 수 있는 탈리올리니가 함께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파스타라는 음식이 팔리는 가격을 고려해본다면 더 많은 가게들이 최소한 한 두 종류의 생면을 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생면이 진리이고 정답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우에 맞춰 면을 폭넓게 사용해서 음식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것일텐데,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이 파스타는 적당하게 자작자작한 생선 국물과 나머지 재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주 부들부들한 면을 썼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이러한 바탕에 일반적인 스파게티를 포함한 말린 면을 썼다면(설사 같은 두께/넓이라고 할지라도), 같은 느낌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주요리는 베이컨에 싼 돼지 안심. 돼지 안심은 아무래도 기름기가 거의 없는 부위이므로, 베이컨 같은 재료로 싸서 조리하는 것이 수분을 잃지 않으면서도 풍미를 더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수 비드'가 나름 보편화된 만큼 저온에 오랫동안 익혔다가 낼때 팬에 겉을 익혀주고, 거기에서 나오는 육즙에 꿀을 섞어서 단맛이 두드러지는 소스를 끼얹었다. 아무래도 이 소스만으로는 심심한 감이 있어서 프로슈토 치즈롤을 곁들여 짠맛은 물론, 아무래도 퍽퍽한 부위인 안심에게 부족할 수 있는 기름기나 식감 역시 더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곁들이 야채인 감자와 근대는 각각의 야채에 딱 맞는 정도로 잘 익어 있었다.
솔직히 앞에서 먹은 다른 모든 것들보다 더 기대했던 후식의 차례가 돌아왔다. 파나코타를 바탕으로, 그 위에 로즈마리 젤리를 깔고 딸기 젤라토를 얹었는데 일단 식감 면에서도 아주 부드러운 파나코타와(괜찮다고 생각했던 그란 구스토의 파나코타가 훨씬 못 미친다는 느낌이었다), 숟가락을 대었을때 약간 저항감을 느낄 수 있을만큼 탱탱한 느낌의 젤리,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어딘가에 젤라토의 식감이 자리잡고 있었다.그리고 거기에 장식으로 곁들인 crumble의 바삭거림은 일종의 덤이었다. 온도도 마찬가지여서, 아주 차가운 젤라토의 아래에 젤리와 파나코타가 나름의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맛은, 유지방이 풍부한 파나코타가 바탕을 깔아준 위로 딸기 젤라토의 상큼함이 날개를 펴고 거기에 젤리의 로즈마리 향이 들러리를 서는 느낌이었다(라고 쓰고 보니 완전히 이베리아 여인 탱고 추는 꼬라지네?-_-;;;죄송합니다. 저도 가끔 이런 표현을 쓰고 싶었어요...-_-;;;).
여기까지 아주 만족스럽게 점심을 다 먹고, 실례가 안 될까 여쭤봐서 주방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놀랐는데, 무엇보다 그게 어느 지방의 음식인가를 떠나 이날 먹었던 음식이 내가 우리나라의 음식점들에서 먹었던 것들과 다른 느낌이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사람마다 외식에 품는 기대나 목적이 다를 수 있겠지만(이에 대해서는 언제나 깊이 있는 글을 써 주셔서 읽고 많이 배우는 밥과술 님의 블로그를 참조), 나는 개인적으로 집에서 먹을 수 없거나 만들어도 그 맛이 날 수 없는 음식을 먹기 위해 외식을 한다. 그리고 그럴 경우, 매운 맛을 빼놓고는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간이 되거나 지방을 쓴 음식을 찾는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 외식은 정말 자주 벌어지는 일이 아니니까. 그러나 재료의 문제라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밖에서조차 밋밋한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특히나 양식의 경우, 느끼한 것을 싫어한다는 사람들의 취향 때문인지 그야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췄'다는 음식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음식을 싫어한다. 물론 입맛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말도 안되는 매운맛이 넘쳐나는 음식을 접하게 되면 정확하게 우리나라 사람의 그 입맛이라는 것이 순하거나 간이 심심한 음식도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왜 양식의 경우에만 그런 식으로 적절히 타협한 듯한 맛을 사람들이 원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딱 한 번 먹었을 뿐이지만 아마노의 음식은 우리나라 어디보다는 밖에 있었을때(굳이 이탈리아나 프랑스가 아니더라도) 먹었던 음식의 느낌과 굉장히 비슷했고, 나는 그 음식의 뒤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 궁금했다.
말씀을 나누고 싶다는 나의 제의를 흔쾌히 수락하고 시간을 내 주신 주방장님은 7,8년 정도 프랑스에서 먼저 공부를 하고 이탈리아를 거쳐 두 나라에서 골고루, 일반 음식과 패스트리 양쪽 부분에서 경험을 쌓으신 분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셨는데, 이렇게 지중해풍의 음식을 내고 싶다고 생각한 건 단지 음식점의 컨셉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내고 싶은 음식이 그렇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생각하기에 여기에는 옮기는 않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요점은 이제 막 문을 여는 입장에서 아직까지는 '타협'보다 원하는 맛을 추구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 원하는 맛이라는 범주 안에는 사실 꽤나 많은 요소들이 존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날 점심에 먹은 돼지 안심만 놓고 보더라도,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음식점의 코스요리에서라면 한우, 그것도 안심과 같은 스테이크를 먹기 원한다. 아마 같은 돼지고기라도 안심보다는 목살이나, 어딘가에서 48시간 동안 조리했다는 삼겹살을 더 좋아할 것이다. 한마디로 맛도 맛이지만, 그 특정 동물이나 그 부위에 얽힌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나 할까(언젠가의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삼겹살을 편애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듯)?
물론, 개인의 입맛과 식당에서 내는 음식의 사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미묘한 구석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정확하게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의 음식을 원하고, 또 누군가는 다른 세계를 맛보고도 싶어한다. 솔직히 나도, 정확하게 어떤 중간지점이 있어서 그 모두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외식세계에도 더 큰 범위의 다양성이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사실 다양성이라는 것이 결국은 아마노의 주방장님과 내가 나누었던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식점이 존재한다면, 순진하게 생각했을 경우 이득을 보는 건 결국 그런 음식점들을 찾는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정학하게 간식빵과 식사빵의 차이를 구분하고, 그것이 마케팅의 핵심이 되는 현실이 가끔은 우습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쨌거나 빵이라면 치즈와 야채나, 팥과 같은 재료들에 밀가루가 그저 바탕이나 되는 것이라고 인식되던 현실에서 이제는 그 밀가루 자체의 맛이라는 것도 즐길만하다는 생각을 먹는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빵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으며 이것 역시 큰 그림을 보자면 다양성의 증거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도 문화의 한 가지인만큼,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돈으로 보다 더 다양한 세계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아마노는 일단 스타일면에서 여태껏 문을 연 그 동네의 다른 음식점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기대가 되고, 또한 그러한 기대가 단순히 기대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좋은 솜씨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야 자주 외식하는 사람도 아니고 늘 예산의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이니까 언감생심이지만, 단골 삼을 능력만 있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조금의 주저 없이 다른 음식점들을 제치고 아마노를 단골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가능한 자주 찾아가고 싶다. 농담처럼 나중엔 베이커리도 따로 내셔야 되겠다는 말도 넌지시 건네보았다.
위치: 압구정동 유니클로 매장 뒷편 골목
가격대: 점심세트 \25,000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