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는 빌린 책. 와인에 관한 책들은 몇권 있어서 그냥 지나쳤는데 우연찮게 빌리게 되서 지난 주에 회의갈 때 시작 오늘 병원에서 물리치료 받으면서 다 읽었다.
한참 와인에 불타오를 때 와인의 역사며 이런저런 책들을 꽤 읽어서 새로운 내용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는데.... 역시 세상은 넓고 와인이 많은 만큼 와인에 얽힌 얘기는 많은 모양이다.
이 책은 맛있는 와인에 대한 정보나 와인 산업보다는 와인의 탄생부터 발전까지, 서구 중심의 역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고대에 정보도 이집트나 중동은 짧게 지나가고 주로 그리스, 로마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훑어간 책들에 비해 그 관련 정보는 상당히 풍부하다. 100쪽도 안 되는 얇은 문고판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비중을 역사에 뒀다고 볼 수 있겠다.
덕분에 그리스 로마의 발전사와 중세로 이어지는 와인의 역사와 얽힌 전설, 그리고 그 시대까지 연결되는 유명 와인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보를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고대의 와인이 지금 와인보다 도수가 더 높았다는 등. 내가 기존에 알던 정보와 다른 내용들이 꽤 있어서 그 진위 여부에 있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독서를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할 듯. 이건 이 책의 문제라기 보다는 저자가 어떤 근거 자료와 텍스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논거가 달라지고, 어떤 의미에서는 정답이 없는 이런 인문서적의 한계이기 때문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에게는 읽을만한 책.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맛있는 와인을 골라보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 것. 물론 아주아주 유명한 와인에 대한 소개가 몇 종류 있기는 한데, 와인 초보자나 주머니 가벼운 애호가에게는 가까이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들이다.
이 책과는 거의 상관없는 얘기인데, 똑같은 자료를 놓고 완전히 반대되는 해석을 내놓은 '풍속의 역사'와 '나체와 수치의 역사'의 그 혼란스런 경험이 내 독서에는 좋은 영향을 준 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