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노엘 로베르 | 이산 | 2010.1.5-3.10
이건 뜸 뜨는 동안 읽는 책. ^^; 게으름 피우지 않고 꼬박꼬박 뜸을 떴으면 끝내도 벌써 한참 전에 끝을 냈을 텐데 총체적 게으름 사이클에다가 여행까지 겹쳐서 2달을 넘게 끌다가 겨우 다 읽었다.
로마보다는 중국에 포커스를 두고 중국와 로마의 교역과 교류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잡은 책인데 기대와는 살짝 많이 다르다.
내가 중국 역사에 대해 잘난척을 할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관련 책을 꽤 읽은 편이라 그런지 초반부 중국에 관한 서술 부분에서 -세세한 내용은 시간이 너무 흘러서 날아갔지만- 몇가지 오류가 보인다. 크게 심각한 내용이거나 대단찮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랬다더라~'를 읊어대는 살짝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가 떠오르는 그런 느낌. ^^;
의도성을 갖고 접근하는 미국이나 한국, 혹은 일본이라면 몰라도 프랑스 학자들은 -라루스 일상사에서 명나라~를 쓴 사람 제외- 대체로 상당히 수준이 있는데 왜 이러나? 하고 저자의 약력을 보니까 장 노엘 로베르는 고대 로마사 전문가였다.
그가 전문으로 하는 고대 로마사를 중심으로 놓고 중국까지 포함되는 동방 교류사를 쓰다보니 중국에 관한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겉핥기와 약간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대체로 상당히 까칠한 독자인 이런 변명을 해주는 이유는, 로마에 관한 부분에서 그가 서술한 내용이나 해석의 깊이에 내가 상당히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책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가능한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쭉 읽어줘야 하는데 띄엄띄엄 읽다보니 독서 중에 감탄했던 내용이나 새롭게 만나게 된 사실의 그 디테일한 하나하나는 기억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로마의 동방 진출의 과정과 필요성, 그 교역이 확대되는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해석에 대한 인상은 아주 명료하고 저자가 정말 해박하구나~라는 끄덕임을 갖게 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현재 읽고 있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등장하는 로마의 모습과 겹쳐져서 이미 지나간 부분은 좀 더 형체를 갖게 되었고, 앞으로 등장할 인물들과 그 시대에 대해선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동방, 특히 중국의 시각에서 로마와의 교류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나라 때 로마 사신 -아마도 이태리인이 아니라 로마 시민권을 갖고 있었던 이란이나 중동인이었을- 이 황제를 알현했다는 것, 중국에서 로마로 직접 가려고 하다가 파르티아인의 방해로 포기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내용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로마의 시각에서 중국에 대한 동경과 황제와 만나기 위한 그 노력, 동방 무역의 역사는 아주 세세하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인문 서적으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마무리지만 마지막 문장이 정말 인상적이다.
이미 고대에 한쪽에서는 팍스 로마나, 다른 한쪽에서는 팍스 시니카(중국의 평화) 사이에서 세상이 평화로울 때 먼 나라들간의 교류는 평화의 정신과 상호 존중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들 여행자들은 정복자들이 아니었다. 단지 상인들, 순례자들, 예술가들이었다.
그들이 계속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말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지금 인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정말 쓸모없는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안타까워하고 또 상상을 하게 된다.
소설이나 만화 속에서 등장했던 알렉산드리아, 팔미라, 박트리아, 누란 등이 허구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등장하는 것도 내게는 부수적인 즐거움~ 그리고 유방, 한무제와 수천명의 궁녀들을 거느리다 줄줄이 단명한 황제들로만 기억되던 한왕조가 사실은 당왕조보다 오히려 더 진취적이고 국제적이었다는 새로운 사실에 당혹해하면서도 또 새롭게 매력을 느끼게 됐다. 지금까지 당 사랑 모드였는데 여기에 한나라도 추가가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