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 사회평론 | 2010.4.11-23
올 초에 가장 화제가 된 책 중 하나. 예전이 나왔던 이런 류 서적들처럼 시중에 깔리자마자 그 회사에서 다 사서 걷어가는 일이 생길까봐 잽싸게 샀다. 하지만 괜히 품절 사태 나서 더 선전이 될까 저어했는지 이번에는 다른 책을 전사적으로 열심히 사서 베스트셀러 순위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전을 바꿔 나온지 쫌 된 소설 하나가 어부지리로 떴다는 얘기를 출판쪽 동네 다니는 사람에게 들었음. -믿거나 말거나~-
예전에는 현대보다 더 세련되고 그나마 좀 선진적인 조직으로 인식되었는데 어느 날부터 불편함과 비리와 정경유착, 불합리의 표상으로 등장하고 있는 삼성에 대해 그 조직의 가장 깊은 곳에 있었던 사람이 자신이 보고 겪었던 일들을 세세하게 정리한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지하게 심기가 좋지 않고 불쾌할 삼성이 침묵을 지키는 까닭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여기 적힌 내용의 전부가 진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일단 김용철 변호사라는 사람은 상당히 영리하고 언론전의 기본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지나친 자기 미화, 예를 들어 난 완전무결하게 깨끗해~ 난 엄청 잘 났어~ 난 대단해~에 대해 거부감과 불쾌감을 느낀다. 더불어 저런 이상적인 자기 미화는 공격의 소지를 만들어주기 쉽다. 주로 조중동과 그 일당들이 많이 쓰는 공격 방법인데, 저렇게 주장하고 저런 이미지를 가진 대상에게는 아주 조그만 흠집만 있어도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해서 옳은 나머지 부분에 대한 진실성 마저도 덮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는 책의 도입부터 끝까지 자신은 완전무결한 사람이 아니고 많은 잘못을 해온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자신의 잘난 점, 옳은 점을 얘기할 때마다 적절히 끼워 넣어서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거부감과 공격 빌미를 원천 봉쇄한다. 이렇게 미리 방어를 쳐놓으면 상대는 기껏해야 똑같이 더럽게 잘 먹고 잘 살면서 놀더니 배신했다는 욕은 할 수 있어도 그가 말하고 있는 내용의 진실 여부에 공격은 하기가 힘들고 해도 사실상 먹히지 않는다.
이건 무수한 뻘짓과 진영 논리로 심정적 동조자마저도 안티로 돌리고 있는 현 진보 진영에서 필히 배워야하는 전략이다. 참 간단한 기본인데 왜 레디앙이나 그쪽에서는 이런 아주 초기초적인 걸 놓치고 있는지...
김용철 변호사 스스로도 -물론 전략적인 이유도 크겠지만- 인정했고 건너건너 아는 주변에서 흘러나온 평판을 종합해볼 때 그는 정말 고결하거나 특별한 사명감이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상당한 엘리트주의자이고 또 자기 자존감이나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아주 크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걸 죽자고 싫어하는 스타일? 그래서 자신의 위신을 깍는 그 돈잔치와 로비스트가 -대놓고 말하자면 로비 상무? 술상무?- 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을 것이고, 김인주와의 불화와 파워싸움에 밀려 부하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삼성을 나왔겠지.
저 정도로 잘 나거나 잘 나가진 못하지만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거나 굽신거리는 거 죽자고 싫어하고, 그냥 굶고 말지 -물론 덜 굶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자존심 상하는 일은 안 하고 살려는 내 성향과 상당히 비슷해서 그런지 삼성을 박차고 나오기까지 그의 심리 상태가 잘 이해가 됐다.
나간 뒤에 그의 자존심과 밥줄을 삼성이 지레 놀라서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혼자 속에 담고, 가까운 주변과 술자리에서 "삼성 쟤네들은 저런 구린 X들이야~" 하고 뒷담화 정도는 했어도 그걸 세상에 터뜨리는 일은 안 했을 텐데... 삼성이 엘리트주의자의 자존심을 너무 얕봤던 것 같다. 밥줄을 끊어놓고 이 책에 묘사된 정도의 압박을 가했을 정도면 이판사판, 너 죽고 나 죽자가 충분히 나오겠지.
내가 김용철 변호사를 인정하는 건 다친 자존심과 왕따에 열 받아 그 좋은 자리를 나온 것, 그리고 그가 너 죽고 나 죽자를 준비할 때 삼성에서 적극적으로 들어온 회유에 넘어가지 않은 점이다. 아마 상당수는 지인을 총동원한 그 협박과 회유에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았을까.
'삼성을 생각한다'는 삼성의 잘못된 대응이 만들어낸 좋게 말하면 그들의 실수,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뻘짓의 산물이다. 이 책이 나오게 만든 대응은 완전 바보짓이었지만 그 이후 대응은 그래도 똑똑한 사람들이 있기는 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듦. 책을 사재기 하거나, 명예 훼손 운운하면서 (<-사실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서서 논란을 키우기보다는 그냥 무시하면서 빨리 조용해지고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게 현명하겠지.
분명히 가슴이 갑갑하고 많이 분노해야할 내용인데... 이게 덤덤하게 읽힌다는 사실이 두렵고 슬프다. 그리고 검사나 판사라는 저 대한민국의 초 엘리트 집단 중에 김용철 변호사 정도 수준의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돈 앞에서는 일단 모조리 꿇어의 분위기라니. 그들이 갖고 있는 엘리트주의와 드높은 자존심은 함께 가야하는 거 아닌가?
[#M_책 내용과 조금 관련이 있는 개인적인 잡담.|접기|책 내용은 최소한 내게는 상당히 신뢰감 있게 다가온다.
늘 강조하는 바지만 나 개인은 대한민국의 90%에 포함되는 지극히 평범한 기타 여러분이지만 밥벌이하는 동네가 이런저런 얘기가 많이 새어나오거나 그 현장에 가까운 곳이고, 또 예전에 했던 프로그램들이 다른 행로에서 살고 있었다면 스칠 가능성도 없는 인물들의 육성을 들을 기회가 많았던 터라 내 개인적인 기억과 맞물려서 스스로 검증 비슷한 것도 해갈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몇가지만 옮겨보자면 우선 이재용이 화끈하게 말아 먹었던 e삼성.
IT 벤처붐이 대한민국을 화끈하게 달굴 때 알던 오빠가 e삼성에 스카웃되서 들어갔다. 아마도 상당히 초기 멤버였다가 금방 나온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이태원(이던가?)에 놀러갔다가 e삼성 간판이 달린 화려한 건물에 놀랐고, 그리고 모두가 IT의 화려한 미래에 들떠 있던 그때 저녁 먹으면서 그 오빠는 도대체 이 회사의 정체성을 모르겠다, 뭘 해서 수익을 내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면서 모두가 부러워하던 e삼성을 씹었었다. 그리고 결과는 어느 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e삼성...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그 오라버님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시려나... ㅎㅎ;
소위 차떼기 대선 자금 사건.
이건 우연찮게 주변이긴 하지만 그 현장에 있었던 셈인데...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홍보 캠프 중 하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캠프 중 하나라고 하는 이유는 이미 대통령은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믿은 한나라당 바보들이 홍보를 여러 회사에 찢어서 줬기 때문에. 덕분에 일관성 제로에 이놈저놈 다 나서는 통에 완전 X망)
여하튼 중간에 자금이 엄청 딸려서, 내가 일하던 회사에서 돈을 주지 않으면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고 선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한나라당 담당자가 어느 날에 돈이 틀림없이 들어오니까 그 다음날 바로 입금해 주겠다고 해서 일을 계속 진행했었는데... 나중에 차떼기 사건이 터지고나서 날짜를 짚어보니 대충 그 즈음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차떼기로 한참 나라가 시끌시끌할 때 난 바로 그 현장에 있었어~라는 뻥(?)을 칠 수 있었음. 솔직히 그때는 한나라당 담당자들 보면서 내내 저 양아치 거지 XX들이라고 욕은 했어도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별반 불만이 없었는데 차떼기 사건이 터지고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나네.
삼성 내부의 직원들 통제는... 전에도 썼듯이 도청이나 몰카까지는 모르겠지만 이메일과 통신 체크는 일반 직원들도 다 아는 내용인데 웬 거짓말? 이런 통제와 나름의 세뇌 삼성 직원들이 삼성화 되어가는 과정은 내가 익히 보고 있다.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는 친구를 위해 최대한 요약을 하자면, 이런 일이 하나 있었다. 밖으로 퍼지면 좀 곤란한, 사건이라기도 좀 웃기고, 일종의 헤프닝이 삼성에서 있었다. 걔는 다른 부서에 있는 가까운 동료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 "어머어머~ 정말?" 이 정도 수준의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얘는 상사에 불려가서 왜 회사 얘기를 찧고 까부느냐고 경고를 먹었다는... 문제는 그 얘기는 이 친구와 동료 단 둘이서 했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가설은 2개로 압축된다. 1은 도청이나 엿들은 귀가 있었거나 함께 떠든 동료가 찔렀거나. 어느 쪽이든 결코 정상은 아니라고 본다.
이러다보니 파릇파릇한 신입사원 시절에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온갖 시시콜콜한 말썽과 일들을 전해주며 함께 웃고 씹던 삼성맨들이 대리가 되고 과장을 달면서는 절대 회사 욕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되지 않는-못 한?- 친구들은 일찌감치 이 조직을 떠났고. 김용철 변호사가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많이 떠났다는 글을 썼는데 내 주변으로 한정시켜 보다면 맞는 것 같다. 승진도 빠르고 잘 나가던 친구들인데 관둔 애 셋이 다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며. 공교롭게도 이 셋 다 미국으로 가서 영주권 따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 사건 터지고 나서 삼성 안에서 전라도는 이제 절대로 고위직 시키지 않는다고 아주 공공연하게 선언을 했다던데 -이것 역시 삼성맨에게 들은 얘기임~- 그래서 ㅎ이가 관둔 건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나중에 헷갈릴까봐 나를 위해 첨언하자면 ㅎ이는 위의 셋과는 다른 인물.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엄청 잘 나가던 부친을 둔, 분류를 하자면 골수 전라도니 저 분위기에서는 일찌감치 새 길을 찾는 게 나았을 수도 있겠지.
삼성 자동차는.... 그쪽 고위 관계자랑 인터뷰할 일이 있어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들은 얘기가 이병철 회장 유언이라서 하기 싫은 거 할 수 없이 했다고 들었는데 이건희 회장 쉴드 쳐주기였나? 그랬구나 하고 믿었던 내가 순진했던 건지 아니면 이쪽이 진실인지는 그야말로 하늘과 당사자들만 알겠지.
엘리베이터 걸 얘기는.... 이건 내가 김용철 변호사보다 더 정확한 루트에서 들은 얘기가 있지만 온라인에서 할 수 없으므로 생략. 나도 삼성 무섭다는... ^^;
이학수 부회장은...그가 짤렸을 때 언제나 삼성편이던 우리 부친이 무지~하게 기뻐하셨었다. 아주 옛날 옛적에 우리 부친이 그쪽 계열사 고문하셨는데 이학수가 우리 부친을 짜르고 다른 후배를 밀어 넣은 원한이 있어서. 역시 개인적인 원한은 기업 전체에 대한 호감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증명한다. ㅋㅋ 근데 이번에 이건희 회장 복귀하면서 다시 이학수씨도 부활하는 분위기던데... 다시 쫌 열 받으시겠군.
예전에는 현대보다 더 세련되고 그나마 좀 선진적인 조직으로 인식되었는데 어느 날부터 불편함과 비리와 정경유착, 불합리의 표상으로 등장하고 있는 삼성에 대해 그 조직의 가장 깊은 곳에 있었던 사람이 자신이 보고 겪었던 일들을 세세하게 정리한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지하게 심기가 좋지 않고 불쾌할 삼성이 침묵을 지키는 까닭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여기 적힌 내용의 전부가 진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일단 김용철 변호사라는 사람은 상당히 영리하고 언론전의 기본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지나친 자기 미화, 예를 들어 난 완전무결하게 깨끗해~ 난 엄청 잘 났어~ 난 대단해~에 대해 거부감과 불쾌감을 느낀다. 더불어 저런 이상적인 자기 미화는 공격의 소지를 만들어주기 쉽다. 주로 조중동과 그 일당들이 많이 쓰는 공격 방법인데, 저렇게 주장하고 저런 이미지를 가진 대상에게는 아주 조그만 흠집만 있어도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해서 옳은 나머지 부분에 대한 진실성 마저도 덮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는 책의 도입부터 끝까지 자신은 완전무결한 사람이 아니고 많은 잘못을 해온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자신의 잘난 점, 옳은 점을 얘기할 때마다 적절히 끼워 넣어서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거부감과 공격 빌미를 원천 봉쇄한다. 이렇게 미리 방어를 쳐놓으면 상대는 기껏해야 똑같이 더럽게 잘 먹고 잘 살면서 놀더니 배신했다는 욕은 할 수 있어도 그가 말하고 있는 내용의 진실 여부에 공격은 하기가 힘들고 해도 사실상 먹히지 않는다.
이건 무수한 뻘짓과 진영 논리로 심정적 동조자마저도 안티로 돌리고 있는 현 진보 진영에서 필히 배워야하는 전략이다. 참 간단한 기본인데 왜 레디앙이나 그쪽에서는 이런 아주 초기초적인 걸 놓치고 있는지...
김용철 변호사 스스로도 -물론 전략적인 이유도 크겠지만- 인정했고 건너건너 아는 주변에서 흘러나온 평판을 종합해볼 때 그는 정말 고결하거나 특별한 사명감이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상당한 엘리트주의자이고 또 자기 자존감이나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아주 크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걸 죽자고 싫어하는 스타일? 그래서 자신의 위신을 깍는 그 돈잔치와 로비스트가 -대놓고 말하자면 로비 상무? 술상무?- 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을 것이고, 김인주와의 불화와 파워싸움에 밀려 부하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삼성을 나왔겠지.
저 정도로 잘 나거나 잘 나가진 못하지만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거나 굽신거리는 거 죽자고 싫어하고, 그냥 굶고 말지 -물론 덜 굶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자존심 상하는 일은 안 하고 살려는 내 성향과 상당히 비슷해서 그런지 삼성을 박차고 나오기까지 그의 심리 상태가 잘 이해가 됐다.
나간 뒤에 그의 자존심과 밥줄을 삼성이 지레 놀라서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혼자 속에 담고, 가까운 주변과 술자리에서 "삼성 쟤네들은 저런 구린 X들이야~" 하고 뒷담화 정도는 했어도 그걸 세상에 터뜨리는 일은 안 했을 텐데... 삼성이 엘리트주의자의 자존심을 너무 얕봤던 것 같다. 밥줄을 끊어놓고 이 책에 묘사된 정도의 압박을 가했을 정도면 이판사판, 너 죽고 나 죽자가 충분히 나오겠지.
내가 김용철 변호사를 인정하는 건 다친 자존심과 왕따에 열 받아 그 좋은 자리를 나온 것, 그리고 그가 너 죽고 나 죽자를 준비할 때 삼성에서 적극적으로 들어온 회유에 넘어가지 않은 점이다. 아마 상당수는 지인을 총동원한 그 협박과 회유에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았을까.
'삼성을 생각한다'는 삼성의 잘못된 대응이 만들어낸 좋게 말하면 그들의 실수,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뻘짓의 산물이다. 이 책이 나오게 만든 대응은 완전 바보짓이었지만 그 이후 대응은 그래도 똑똑한 사람들이 있기는 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듦. 책을 사재기 하거나, 명예 훼손 운운하면서 (<-사실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서서 논란을 키우기보다는 그냥 무시하면서 빨리 조용해지고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게 현명하겠지.
분명히 가슴이 갑갑하고 많이 분노해야할 내용인데... 이게 덤덤하게 읽힌다는 사실이 두렵고 슬프다. 그리고 검사나 판사라는 저 대한민국의 초 엘리트 집단 중에 김용철 변호사 정도 수준의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돈 앞에서는 일단 모조리 꿇어의 분위기라니. 그들이 갖고 있는 엘리트주의와 드높은 자존심은 함께 가야하는 거 아닌가?
[#M_책 내용과 조금 관련이 있는 개인적인 잡담.|접기|책 내용은 최소한 내게는 상당히 신뢰감 있게 다가온다.
늘 강조하는 바지만 나 개인은 대한민국의 90%에 포함되는 지극히 평범한 기타 여러분이지만 밥벌이하는 동네가 이런저런 얘기가 많이 새어나오거나 그 현장에 가까운 곳이고, 또 예전에 했던 프로그램들이 다른 행로에서 살고 있었다면 스칠 가능성도 없는 인물들의 육성을 들을 기회가 많았던 터라 내 개인적인 기억과 맞물려서 스스로 검증 비슷한 것도 해갈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몇가지만 옮겨보자면 우선 이재용이 화끈하게 말아 먹었던 e삼성.
IT 벤처붐이 대한민국을 화끈하게 달굴 때 알던 오빠가 e삼성에 스카웃되서 들어갔다. 아마도 상당히 초기 멤버였다가 금방 나온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이태원
소위 차떼기 대선 자금 사건.
이건 우연찮게 주변이긴 하지만 그 현장에 있었던 셈인데...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홍보 캠프 중 하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캠프 중 하나라고 하는 이유는 이미 대통령은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믿은 한나라당 바보들이 홍보를 여러 회사에 찢어서 줬기 때문에. 덕분에 일관성 제로에 이놈저놈 다 나서는 통에 완전 X망)
여하튼 중간에 자금이 엄청 딸려서, 내가 일하던 회사에서 돈을 주지 않으면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고 선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한나라당 담당자가 어느 날에 돈이 틀림없이 들어오니까 그 다음날 바로 입금해 주겠다고 해서 일을 계속 진행했었는데... 나중에 차떼기 사건이 터지고나서 날짜를 짚어보니 대충 그 즈음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차떼기로 한참 나라가 시끌시끌할 때 난 바로 그 현장에 있었어~라는 뻥(?)을 칠 수 있었음. 솔직히 그때는 한나라당 담당자들 보면서 내내 저 양아치 거지 XX들이라고 욕은 했어도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별반 불만이 없었는데 차떼기 사건이 터지고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나네.
삼성 내부의 직원들 통제는... 전에도 썼듯이 도청이나 몰카까지는 모르겠지만 이메일과 통신 체크는 일반 직원들도 다 아는 내용인데 웬 거짓말? 이런 통제와 나름의 세뇌 삼성 직원들이 삼성화 되어가는 과정은 내가 익히 보고 있다.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는 친구를 위해 최대한 요약을 하자면, 이런 일이 하나 있었다. 밖으로 퍼지면 좀 곤란한, 사건이라기도 좀 웃기고, 일종의 헤프닝이 삼성에서 있었다. 걔는 다른 부서에 있는 가까운 동료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 "어머어머~ 정말?" 이 정도 수준의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얘는 상사에 불려가서 왜 회사 얘기를 찧고 까부느냐고 경고를 먹었다는... 문제는 그 얘기는 이 친구와 동료 단 둘이서 했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가설은 2개로 압축된다. 1은 도청이나 엿들은 귀가 있었거나 함께 떠든 동료가 찔렀거나. 어느 쪽이든 결코 정상은 아니라고 본다.
이러다보니 파릇파릇한 신입사원 시절에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온갖 시시콜콜한 말썽과 일들을 전해주며 함께 웃고 씹던 삼성맨들이 대리가 되고 과장을 달면서는 절대 회사 욕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되지 않는-못 한?- 친구들은 일찌감치 이 조직을 떠났고. 김용철 변호사가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많이 떠났다는 글을 썼는데 내 주변으로 한정시켜 보다면 맞는 것 같다. 승진도 빠르고 잘 나가던 친구들인데 관둔 애 셋이 다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며. 공교롭게도 이 셋 다 미국으로 가서 영주권 따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 사건 터지고 나서 삼성 안에서 전라도는 이제 절대로 고위직 시키지 않는다고 아주 공공연하게 선언을 했다던데 -이것 역시 삼성맨에게 들은 얘기임~- 그래서 ㅎ이가 관둔 건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나중에 헷갈릴까봐 나를 위해 첨언하자면 ㅎ이는 위의 셋과는 다른 인물.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엄청 잘 나가던 부친을 둔, 분류를 하자면 골수 전라도니 저 분위기에서는 일찌감치 새 길을 찾는 게 나았을 수도 있겠지.
삼성 자동차는.... 그쪽 고위 관계자랑 인터뷰할 일이 있어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들은 얘기가 이병철 회장 유언이라서 하기 싫은 거 할 수 없이 했다고 들었는데 이건희 회장 쉴드 쳐주기였나? 그랬구나 하고 믿었던 내가 순진했던 건지 아니면 이쪽이 진실인지는 그야말로 하늘과 당사자들만 알겠지.
엘리베이터 걸 얘기는.... 이건 내가 김용철 변호사보다 더 정확한 루트에서 들은 얘기가 있지만 온라인에서 할 수 없으므로 생략. 나도 삼성 무섭다는... ^^;
이학수 부회장은...그가 짤렸을 때 언제나 삼성편이던 우리 부친이 무지~하게 기뻐하셨었다. 아주 옛날 옛적에 우리 부친이 그쪽 계열사 고문하셨는데 이학수가 우리 부친을 짜르고 다른 후배를 밀어 넣은 원한이 있어서. 역시 개인적인 원한은 기업 전체에 대한 호감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증명한다. ㅋㅋ 근데 이번에 이건희 회장 복귀하면서 다시 이학수씨도 부활하는 분위기던데... 다시 쫌 열 받으시겠군.
인간 관계에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니 삼성맨들 제외하고 주변에 책 선물할 일 있으면 이걸 일순위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