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리니 | 시공사 | 2009? 2010?-6.9
인터넷 서점의 분류에는 과학 카테고리에 속해있지만 이건 나로선 납득 불가능이라 그냥 기타에 넣는다. 흡혈귀에 관한 책들이 꽤 많이 나오는데 비교적 건조하게 텍스트 위주로 풀어나간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산 지는 꽤 된 책인데... 계속 가방에서 뒹굴다가 또 책이 작다보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나는 일을 -내 방에 4차원으로 통하는 블랙홀이 있는 것 같다. -.ㅜ- 몇번 반복하다 보니 다른 책들에게 한참 밀려서 이제야 겨우 끝을 냈다.
드라큐라로 대변되는 이 흡혈귀가 문학은 물론이고 영화, 만화 등 다양한 곳에서 매력적으로 변영되어 응용되다 보니 이제는 팬시 상품에 가깝게 일상사가 되어버린 상태라 이제는 봐도 그런가 보다~ 하지만 초딩 3학년 때던가? 드라큐라를 처음 읽고 또 하필이면 그 즈음에 했던 드라큐라를 주제로 한 만화를 본 이후 거의 10여년 간 흡혈귀란 존재는 내게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었다.
엄마나 할머니는 더운 여름밤에도 방문과 창문을 꼭꼭 닫아 걸고 이불 뒤집어 쓰고 자는 나를 보고 미쳤다고 혀를 찼지만 드라큐라 백작은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 여자들을 골라서 문다는데 어쩌라고. ㅠ.ㅠ 그렇다고 그 사연을 엄마나 할머니에게 고백했다가는 더 한 비웃음이 돌아올 건 뻔한 터이니 차라리 미쳤다는 구박을 받는 게 내게는 나았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정말 대단. 공포는 더위도 이긴다인가? ㅎㅎ;
해가 훤히 뜬 낮에는 에이 뭘 그런 걸로~ 이렇게 태연자약하지만 만화에서 흡혈귀가 여자를 무는 시간인 새벽 3시는 내게 절대 깨어나고 싶지 않은 시간. 당시 우리 집에 있던 괘종시계가 뎅뎅 울릴 때 딱 3번에서 멈추면 -왜 하필 그때 그렇게 눈이 잘 떠지는지,. ㅠ.ㅠ- 정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덜덜 떨고 3번을 지나 4번으로 가면 지옥에서 천당으로 올라온 느낌. 2번에서 멈추면 그때는 빨리 잠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더 잠이 안 오는...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과거지만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데는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과학으로 많은 것이 설명되는 사회에서 태어나 성장했음에도 이런 정도인데 초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고대부터 중근대에 흡혈귀에 대한 공포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핸다. 때문에 근현대의 지식인들이 비웃는 그 흡혈귀 포비아에 대해 나는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한다.
드라큐라가 워낙 매력적인 변형이 많이 이뤄진 고로 흡혈귀의 대명사가 된 탓이긴 하지만 고대의 흡혈귀인 라미야라던가 몽마 등등 좀 더 다양한 종자들을 자세하게 소개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깔끔하고 과장없는 드라큐라 교본 정도를 기대하면 크게 부족함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