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들고 나갔던 모든 치즈 케이크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치즈 케이크는 임페리얼 베이글 -우리 동네에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쪽박 차고 나갔음- 의 치즈 케이크라고 생각한다. 별다른 거 없이 오로지 치즈! 치즈! 치즈로만 승부한 거의 치즈 덩어리에 가까운 맛이었다.
이 가게가 사라진 이후 그나마 가격 대비 최상인 코스트코 치즈 케이크로 향수를 달래왔지만 문제는 얘는 너무도 심한 대용량이라 먹다 죽어야 한다는 아픔이 있고, 우리 동네 C4는 맛은 나쁘지 않지만 가격대비 양이 인간적으로 너무 심하다. 잘라주는 조각을 보면 얘가 픽 쓰러지지 않는 게 신기할 지경... 수플레 치즈 케이크는 미우나 일본식 제과점 등에서 충족이 되지만 이런 아메리칸 치즈 케이크는 여기저기 맛있다는 곳을 보면 대체로 너무 달거나, 치즈보다는 크림의 맛이 너무 강하거나 등등. 하여간 좀 많이 아쉬웠는데 동네에 아예 대놓고 이름부터 치즈 케이크라는 곳이 생겼다.
언제 한번 가봐야지~ 하다가 얼마 전에 치즈 케이크 금단 현상에 시달리던 동생이 가서 사왔는데 얘가 완전 대박!!!!
담아주는 박스는 이런 모양.
기본 박스에 자기들 나름의 로고 스티커만 붙인 단순한 모양이다.
근데 어째 로고로만 보면 C4랑 비슷?
아이스크림 가게의 수준을 보려면 무조건 바닐라를 먹어봐야 하듯, 치즈 케이크 가게의 수준을 보려면 일단 닥치고 플레인 치즈 케이크부터~ ^^
많이 부풀지 않고 약간 납작한 듯한 모양새를 보니 괜찮은 느낌이...
바닥은 제노아즈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쿠키시트. 개인따라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치즈 케이크는 약간 딴딴하고 바삭한 쿠키 시트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파라서 비주얼에서 일단 만족.
맛은 제대로 찐~한 치즈 케이크다.
임페리얼 베이글이 사라진 이후 그리워했던 바로 이 맛. ㅠ.ㅠ
소위 정통 미국식 치즈 케이크는 치즈는 찐~하지만 대체로 너무 달아서 부담스러운데 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적당히 조절된 단맛이라 마음에 들었다.
크림 치즈 말고 생크림인지 연유인지 뭔가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유제품이 들어간 것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음.
마스카포네 치즈나 버터 카제를 섞은 게 아닐까 동생이랑 그냥 나름대로 추측 중.
애는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
치즈와 과일을 섞어 만든 케이크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약간 시큰둥하게 먹었는데 정말 상큼하니 궁합이 환상이었다.
이외에도 초코, 딸기, 단호박 등등 한 10여 종류의 치즈 케이크가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고 주문 생산만 하는 주키니 등등 조금 난해한 치즈 케이크도 있다고 하는데, 그 기본 치즈 케이크들을 골고루 다 맛 봐주기로 결심했음.
가격은 한 조각에 5천원. 베이킹을 해본 입장에서, 에센셜 오일이나 맛 내는 인공 향신료 같은 거 쓰지 않고 제대로 만들려면 원가가 제일 많이 드는 게 치즈 케이크인 고로... 이 정도 맛과 박하지는 않은 조각 크기를 감안할 때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라고 봄.
홍차랑 치즈 케이크의 궁합은 정말 환상인데... 많이 사먹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