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특급 호텔 중에 내 개인적인 서비스 만족도를 매기면 항상 최하위권에 들어가는 게 바로 롯데 호텔인데 (본점, 잠실점 모두) 요상하게 여기에 가장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이 호텔 부페는 돌잔치로 도대체 몇 번을 간 건지. (호텔 돌잔치 정말 옳지 않다고!!!!! 참치들, 제발 꽁치 사정 좀 봐주길!!!)
여하튼 이번에는 돌잔치는 아니고 결혼식. 오후 일찌감치 도착해 살롱 드 떼에서 차 마시고 결혼식 시간에 맞춰서 3층 사파이어 홀로 내려갔다.
신부대기실, 꽃장식이나 테이블 배치 등등은 요즘 새로 생긴 전문 웨딩홀과 큰 차이는 솔직히 못 느꼈지만 메뉴판을 보니 연어가 없다!!!!!! 내가 20년 넘게 결혼식을 다니면서 한국 결혼식의 양식 세팅에서 연어가 빠진 건 정말 처음 보는 것 같다. 일단 여기에 감동.
전채로는 토마토 가스파초의 바다가재, 가리비 팀발, 캐비어가 나오는데 가재와 가리비를 다져 테린느처럼 내놓은 아이디어는 참 좋았던 것 같다. 캐비어는 진짜 철갑상어알은 아니고 비슷한 느낌의 물들인 물고기 알도 캐비어라고 하는데 아마 그것인 듯. 맛의 궁합도 특이하니... 재밌는 전채였다.
아스파라거스 스프는 아스파라거스 철이라 그런지 제대로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간 찐~하고 묵직한 맛. 간이 살짝 강하긴 했지만 그게 일반적인 간이라고 보면 아주 만족. 갑자기 아스파라거스 철이 끝나기 전에 좀 더 사다가 왕창 끓여 얼여 놓을까 하는 욕망이 무럭무럭.
데리야끼 소스의 전복 스테이크는 작지만 전복 한마리가 통째로 서빙이 된다. 바닥에 녹두 비슷한 곡물과 완두통이 함께 나오는데 얘네를 먹기에는 그릇이 살짝 에러이지 싶었지만 맛은 있었다. 먹기 좋게 잘라져 나온 것도 좋았고. 바닥에 깔린 그 정체불명의 곡물은 무엇이었을까? 궁금?????
메인은 호주산 최상급 안심 스테이크, 으깬 감자와 더운 야채였는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
이게 호주산 최상급 안심 스테이크면 내가 코스트코에서 사서 해먹은 호주산 안심 스테이크는 초초초울트라 최상급 안심 스테이크다. 최상급이 아니거나.... 아니 솔직히 안심이 아니라 사태나 안심 느낌이 나는 비슷한 대체 부위를 쓴 것 같다. 고기 모양이며 육질이 절대 안심이 아니었음. 예전에 남산 힐튼에서 다른 행사 때 스테이크 먹으면서 역시 수입 고기 중에 제일 좋은 건 다 호텔로 빠진다고 감동했던 그것과 차원이 다름. 롯데는 마트부터 시작해서 재료 갖고 장난 치는 버릇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고기가 시원찮긴 했지만 굽기 정도는 미디움으로 딱 적당. 이런 행사에서 고기 굽기를 미디움으로 조절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예전에 신라 호텔에서 스테이크 나올 때 고기 질은 괜찮았지만 구운 정도가 너무 아니었던 것과 비교해서... 둘을 좀 합쳤다가 섞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음.
이 시간쯤 되면 빨리 치우고 디저트 먹여서 보내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충분히 되지만 분명히 포크와 나이프를 아직 식사중이라는 의미로 놓여 있는데 "다 드셨죠?" 하고 싹 치워가는 그 매너는 무엇? 롯데의 서비스는 역시 특급 호텔 중 최하위권이라는 나름의 평가에 콘크리트를 부어 양생시켜줬다. -_-;
잔치국수의 육수는 멸치 다시다 내지 혼다시의 향기가 살짝 느껴지는 맛.
디저트는 전통 티라미수, 허브 샤벳, 계절과일이었는데 이미 이때쯤은 배가 터지기 직전이기도 했지만 티라미수는 내 입맛에는 너무 달아서 한입 맛만 봤고, 허브 샤벳은 내 인생에서 이렇게 심각하게 달고 맛없는, 오로지 설탕맛만 나는 샤벳은 처음이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줄 알았더니 다들 한입 넣은 순간 얼굴이 이그러지더라는... ㅎㅎ; 계절 과일은 신선하니 맛있었음~ 부페였으면 아마 과일만 갖다가 쌓아놓고 먹었을 것 같다.
커피 또는 차와 초콜릿이 나온다고 써있었는데 갈 길이 바빠서 여기서 일어난 바람에 나머지는 모르겠다. 하긴 줬다고 해도 카페인 때문에 커피고 차고 섭취 불가능이니... 그리고 초콜릿도 아마 위층의 티룸에서 먹은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점심, 저녁을 호텔에서 유유자적한 11일은 럭셔리 데이로 요약하면 될듯~
ps. 갑작스런 병으로 못 오신 모님을 위해 첨언하자면 신부 무~지하게 예쁘고 분위기 있었어요. 특히 몸매 죽이더이다. 역시 사람은 키가 있어야 드레스를 입어도 간지가... ^^